대전역 성매매집결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양성평등 및 인권증진'을 위한 공간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전역 집결지 폐쇄 및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와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시는 '2022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6일 오후 동구 중동 도심형산업지원플랫폼 3층 다목적강당에서 '대전역 성매매집결지를 시민의 공간으로 복원하기 위한 대안마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전역 주변 정동과 중동 인근에는 현재 100여 개의 여인숙과 쪽방 형태의 성매매 업소가 밀집해 있다. 대전시는 이 지역에 대해 역세권 개발과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성매매집결지 완전한 폐쇄와 제대로 된 도시재생이 이뤄져야 한다고 여성단체들은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대전시는 성매매집결지의 공간기능 전환의 대안 마련을 위해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공간기능전환 기본계획 연구 용역'을 시작했고, 이날 토론회도 그 일환으로 마련된 것.
이날 발제에 나선 목원대학교 산학협력단 이상희 교수는 "대전역 성매매집결지의 공간 전환 방향은 양성평등 및 인권 증진을 위한 네거티브 공간 기능을 전환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면서 ▲공간적 경계 허물기 ▲사회적 경계 허물기 ▲인식의 경계 허물기 등 세 가지의 실행전략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우선 '공간적 경계허물기'를 위해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예술 공간(거리+공원)조성을 제시했다. 기억의 공원, 가로쉼터, 대전로와 대전천을 연계하는 보행환경 등을 조성하고, 공연, 전시, 축제, 마켓, 야시장 등이 수시로 진행되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사회적 경계허물기'를 위해서는 인권·양성평등에 관한 완충지대를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성매매집결지의 네거티브 생활문화 흔적을 활용한 양성평등과 인권에 관한 교육 및 홍보공간으로 물리적 공간을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100년 성매매집결지의 역사와 흔적을 유지하는 '적산가옥'을 재해석해 전시 및 홍보 공간으로 조성하고, 기억남기기, 원도심 근대역사문화 체험, 스탬프 투어, 지역 아카이빙, 인권 콘텐츠 등의 소프트웨어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인식의 경계허물기'를 위해서는 성매매집결지가 주는 비윤리적·부정적 인식 속에 두려움과 소외된 여성 인권을 회복하고, 사회참여의 기회를 만드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유휴시설을 활용해 '여성인권센터(가칭)'를 조성하여, 탈 성매매 여성들의 재활과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
이러한 발제에 이어 토론에 나선 추명구 대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처장은 "전주 선미촌의 경우에는 정기회, 집담회, 정책협의회, 소위원회 등 94회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공론화하고 의견을 조율했다"며 "대전역 성매매집결지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서는 공간의 물리적 변화도 중요하지만, 준비단계에서부터 이해관계자들의 민·관 거버넌스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명순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장은 "대전시는 대전역세권 민자사업확정, 대전역쪽방촌 도시재생사업, 혁신도시지정 등 원도심활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 어디에도 성매매집결지에 대한 공간적 대안은 없다"며 "도시재생사업으로 거리가 깨끗해지고 건물이 들어서면 성매매업소는 저절로 없어진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국의 성매매집결지는 저절로 폐쇄된 사례는 없다. 경찰의 공권력을 동원하거나 강력한 행정력으로 의지를 갖고 폐쇄하거나 아니면, 도시재개발사업으로 밀어 내기식으로 폐쇄됐다"며 "도시재생사업이 제대로 성공하려면 여성인권회복의 관점에서 성매매집결지폐쇄에 대한 구체적 플랜과 성매매사업에 대한 자활지원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전역 성매매집결지는 지난 100년의 세월동안 여성혐오와 차별을 재생산하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선 성매매집결지의 인권침해 현실을 묵인, 방조한 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하며 여성인권의 상징적 공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여성인권센터 또는 성평등센터 등과 같은 거점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토론에 나선 최영준 대전시 도시재생과정은 "대전역 성매매집결지 공간 기능전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주민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기적인 단속, 재생을 위한 앵커시설, 성인지 관점의 캠페인, 교육, 업종 전환유도, 종사자 생계·취업 지원 등이 유기적으로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