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으로 농촌의 몰락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근본적 원인으로 밥을 적게 먹는 식습관 변화가 지목된다. 2년여 지속된 코로나19로 단체 급식이 크게 위축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1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12년도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69.8kg에서 서서히 줄어 2021년 기준에선 56.9kg까지 감소했다. 1970년도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 136.4kg에 비하면 절반 넘게 소비량이 줄어든 것이다.
쌀 소비가 줄어든 이유는 다양한데 먼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직장·학교 등에서의 단체 급식 파행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급식 위축은 가정식 또는 외부 음식 섭취를 늘리긴 했지만, 이마저도 간편식이나 쌀이 아닌 다른 음식을 찾고 있는 현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조사 또는 각종 행사가 위축되면서 쌀을 이용하는 떡 등 납품량이 감소한 것도 쌀 소비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 현대인의 식생활과 인식 변화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건강에 대한 관심 등으로 쌀밥 보다는 대체식품 소비가 많아진 것.
과거에는 쌀이 주식이었지만, 요즘은 쌀이 아닌 빵·면·밀가루 등으로 다양화했다.
특히 운동,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 중심으로 '탄수화물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흰쌀밥은 살이 찐다', '쌀밥은 영양가가 없다'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것도 쌀 소비량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운동하는 직장인 이동현씨는 "근육을 만들기 위해선 탄수화물은 적게 먹고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면서 "탄수화물이라고 하면 꼭 쌀이 아닌 고구마, 감자 등 다양한 식재료가 있어 꼭 쌀밥을 고집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먹는 주식으로는 닭가슴살이나 단백질이 많은 생선, 채소 위주로 먹는데 여기에 쌀밥을 같이 먹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이어트를 하는 김진씨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일단 쌀밥부터 줄이기 시작한다"면서 "주변에서 '밥 양을 줄여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면서 왠지 밥만 줄여도 다이어트하는 느낌이었고, 꼭 밥을 먹지 않아도 오트밀 등 다른 다이어트식들이 충분해 그리 힘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쌀 소비량에 영향을 끼친다.
자취 중인 대학생 강소리씨는 "예전에는 부모님이 아침에는 밥을 꼭 먹으라고 강요했지만 요즘은 안 먹어도 크게 신경쓰지 않으신다"면서 "지금은 대부분 아침밥을 먹지 않거나 간단하게 빵이나 시리얼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한끼, 많으면 두끼를 먹는데 쌀밥을 먹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족발을 시키면 족발을 먹지, 밥을 따로 먹지는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쌀밥보단 반찬 위주로 식습관이 변화된 모습도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직장인 장아무개씨는 "요즘은 워낙 다양한 반찬이 많기 때문에, 굳이 밥으로 배를 채우기 보다는 반찬으로 배를 채우는 것 같다"면서 "밥을 많이 먹으면, 금방 배가 불러져 맛있는 반찬을 많이 먹을 수 없어서 밥은 적게, 반찬은 넉넉히 먹는 편이다"고 말했다.
이어 "먹을 것이 부족했다고 하는 옛날과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면서 "요즘은 반찬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밥 없이 먹는 메뉴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찜닭이나 닭갈비 등 밥과 같이 먹는게 아니라, 면을 넣어먹거나 나중에 따로 밥을 비벼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는 백미밥은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으면 혈당이 천천히 오르고 식사 섭취량은 줄어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 섭취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