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악계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83) 회장이 회사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기부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각) 쉬나드 회장 부부와 두 자녀는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위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지난달 지분 이전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쉬나드 회장은 "소수의 부자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가난한 사람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라며 회사를 넘기기로 한 배경을 밝혔다.
파타고니아는 비상장 기업이며, 쉬나드 일가가 소유한 지분의 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2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산 등반로 개척한 쉬나드... "자연에서 얻은 부, 자연 위해 써야"
쉬나드 회장은 "파타고니아가 새로운 소유 구조하에서 사업 운영에 재투자되지 않은 모든 이익은 환경 보호에 사용될 것"이라며 "이는 연간 1억 달러(약 1천39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주주들에게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가 됐다"라는 서한을 보내면서 "지구의 자원은 광대하지만 무한하지 않고, 우리는 이미 한계를 초과했다"라며 "자연의 가치로 얻은 부를 그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환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회사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위기 극복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난 쉬나드 회장은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암벽 등반을 주도한 세대로 불린다. 가난했던 그는 돈을 아끼고 자신의 등반 스타일에 맞는 장비를 직접 제작하기 위해 대장장이가 되었으며, 이를 일부 등반가들에게 소규모로 판매하며 입소문이 났다.
또한 1960년대 후반 주한미군으로 한국에서 근무할 때는 북한산 인수봉의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으며, 이는 지금도 '쉬나드 A'와 '쉬나드 B'로 불리고 있다.
환경에 진심이었던 쉬나드... "삶을 올바르게 정리했다"
군 복무를 마친 후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등산 장비 회사를 만들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한 의류를 제작하기 위해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하면서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냈다.
파타고니아는 유기농·친환경 재료만 사용했고, 판매량을 늘리지 않기 위해 재고량을 세일 판매하는 대신 저소득층에 기부했다. 또한 연간 매출의 1%를 풀뿌리 환경 운동가들에게 기부했으며, 적자가 나는 해에도 이를 지켰다.
기업 원칙과 환경 기준을 엄격히 유지하느라 경쟁사보다 제품 가격이 높았으나, 오히려 매출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나 쉬나드 회장은 억만장자가 되었어도 낡은 옷을 수선해서 입고 오래된 자동차를 타는 등 검소한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파타고니아를 매각하거나 기업 공개하면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쉬나드 회장은 파타고니아의 기업 문화를 지키기 위해 거부했다.
그는 "기업을 공개하면 단기적 이익을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새로운 경영자가 파타고니아의 문화를 유지하거나 전 세계 다양한 사람을 고용한다는 원칙을 지킬지 확신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삶을 올바르게 정리할 수 있게 되어 안도감이 든다"라며 "드디어 이상적인 길을 찾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