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 최초로 충남대학교 교내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놓고 철거를 요구하는 학교 측과 이를 지키려는 학생·동문·시민사회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충남대 교수들이 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충남대분회(분회장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어떤 경우에도 소녀상의 강제 철거는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립대 최초로 충남대 교내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된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며 "평화의 소녀상은 과거 지향의 반일의 상징물이 아니라 미래를 지향하는 평화의 상징"이라고 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종군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그런 비극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는 각오이자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죽비"라면서 "평화의 소녀상이 전하는 메시지는 특정한 국가나 과거에 한정되지 않고 인류가 추구해야 하는 보편적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던 총학생회의 주도하에 2017년 8월 건립 사업이 시작됐고, 설문조사에서 재학생 1168명이 참여, 96.6%가 찬성했다는 것이다. 이후 재학생 및 동문들이 2300만 원의 건립기금을 모았다는 것.
이들은 평화의 소녀상이 불법시설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대학본부 측을 겨냥, "교내 어떤 조형물도 평화의 소녀상처럼 학생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높은 지지로 조성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며 "당시 대학본부도 소녀상의 설치 장소를 두고 추진위와 의견을 달리했을 뿐 설치에 대해서는 동의했던 상황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대학본부는 2019년 교내에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을 대학본부가 느닷없이 신설했고, 이후 이 규정으로 인해 소녀상 건립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됐다"며 "이에 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가 자칫하면 충남대 재학생과 동문의 소중한 뜻이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 광복 77주년을 맞아 원래 원했던 장소가 아니라 한발 물러서서 대학본부가 제안했던 서문 근처에 소녀상을 건립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의 정성으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이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이름 그대로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도록 학내 구성원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앞으로 소녀상의 존속을 위한 협의가 필요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소녀상의 강제 철거라는 일방적 조치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대 학생들로 구성된 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와 충남대 민주동문회 등은 8월 15일 밤 충남대 서문 인근 잔디광장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했다. 그러자 충남대는 같은 달 22일 평화의 소녀상이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불법시설물'이라며 오는 9월 22일까지 원상복구(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충남대 동문을 비롯한 대전지역시민사회는 평화의 소녀상 강제철거를 반대하는 '충남대 소녀상 지키기'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