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가 민선8기 공약 및 주요사업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민선8기 조직개편 방안과 재건축ㆍ재개발 신속 추진 등의 사업이 항목에 올라와 설문조사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는 지난 7일부터 주민 의견을 구정 운영 기초자료로 참고하기 위해 '민선8기 공약·주요사업(안) 주민 설문조사'를 구청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하고 있다. 조사는 9월 18일까지 강남구민 및 강남구정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1인 1회 참여해 10개 이내 항목에 한해 중복 선택을 할 수 있다.
민선8기 강남구 공약·주요사업(안) 항목에는 조성명 강남구청장의 핵심 공약인 '행정문화 복합타운(G-plex) 조성' 사업과 미래성장도시 강남으로의 도약을 위한 '강남형 역세권 활성화를 통한 콤팩트 시티 구현' 사업 및 구민 편의성과 위락성 구축을 위한 '양재천·탄천·세곡천 등 수변인프라 조성' 사업 등 총 87개가 항목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강남주민이 전혀 알 수 없는 '민선8기 조직개편 방안'과 주민 의견이 필요없는 '재건축재개발 신속 추진', 여기에 강남구가 독자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구룡터널 일대 출퇴근 교통체증 해소 대책 마련'과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등이 포함돼 있자, 주민들은 설문조사가 형식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개포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민선8기가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 볼 수 있어 설문조사에 참여하려고 했는데 항목중에 민선8기 조직개편 방안을 보고 주민들이 전혀 모르는 구청 조직에 대해 묻는 것에 의구심이 들었다"면서 "조직과 인사 관련해서는 구청장의 고유권한인데 이걸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역삼동 주민은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강남 주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업이다. 물어볼 필요가 없다. 이걸 보니 설문조사가 그냥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든다"라면서 "구청장이 선거 때 자신이 경험과 실력이 검증된 강남 전문가라고 했다. 언제까지 주변 의견만을 들을 것인가. 이제는 강남구 비전을 구민들에게 하나하나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구청 직원들도 조직개편 방안을 설문조사에 넣은 것에 대해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한 직원은 "그동안 조직개편안이 나오면 이를 주민들에게 알리고 조직이 이렇게 바뀌는 것에 대한 의견을 듣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였다"면서 "그런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민선8기 조직개편 방안을 설문조사에 넣은 것은 전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강남구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항목은 인수위에서 구청장의 공약사업과 강남구 주요사업에 대해 작성한 것을 바탕으로 넣은 것"이라며 "설문 대상 사업은 현재 검토 중인 사업으로 향후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