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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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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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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라며 윤석열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경기도청은 올해에만 세 차례나 수사당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동연 지사는 15일 오후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 경기도선포식'(아래 선포식)에 참석해 "다른 집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이해하는 품성이 우리에게 있는지 아니면 더욱더 악화하고 있는지"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지사는 특히 "우리 민주주의가 붕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질적인 자유는 (윤석열 정부의) 신자유주의나 시장만능주의로 인해 더욱더 입지가 좁아지고 침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민주화 영령들 앞에 설 때마다 부끄럽다"고 토로했다.

"상호관용, 제도적 자제 부족해 민주주의 무너져"

이날 선포식은 '세계민주주의 날'을 기념해 경기도 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이해학)가 주최하고 경기도가 후원했다. 행사에는 김동연 지사를 비롯해 조응천, 양기대 국회의원 및 기초단체의원, 유관기관 단체장, 민주화운동 기념계승 단체와 유가족, 도민 등 약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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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김동연 지사는 사전에 준비한 원고 대신 즉석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를 꺼내 들고 '민주주의의 붕괴'에 대한 우려를 다소 격앙된 어조로 피력했다.

우선 김 지사는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어떤 나라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면서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쓴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2018)를 소개했다.

그는 "저자는 책 서문에서 그 책을 쓰게 된 동기로 당시 그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란 사람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며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군부 쿠데타나 여러 가지 정변에 의해서 무너졌는데, 이제는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실증자료들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동연 지사는 "책에서는 '오늘날 민주주의는 투표장에서 붕괴하고 있다', 이런 표현까지 있다"며 "제도가 미흡해서, 헌법이나 법률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실질적인 규범이 작동하고 있지 않아서 현대 민주주의는 무너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지사는 "실질적 규범의 첫 번째인 상호관용은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목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이는 것이고, 두 번째인 제도적 자제는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 권력을 자제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라고 부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저자는 책에서) 상호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부족하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어떨까? 과연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라고 자문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 과연 바다 건너에 있는 남의 나라 이야기인지 반성해본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가 '법적 강제력 남용'을 언급한 것은 경기도청에 대한 수사당국의 거듭된 강제수사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지난 7일 경기도청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보여주기식 수사'라는 반발을 샀다.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의정부시 경기도청 북부청사 평화협력국과 수원시 영통구 남부청사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기도가 2018년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와 주최한 대북 교류 행사 비용 8억 원을 쌍방울이 부담했다는 의혹과 관련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와 연관된 장소가 압수수색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신임 경제부지사 방을 압수수색 한 것은 정말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라며 "(평화부지사 제도가 폐지된 뒤) 새로 취임한 염태영 경제부지사는 새 컴퓨터를 쓰고 있다. 아무 관계가 없는 신임 경제부지사의 방까지 압수수색을 한 것은 검찰의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제력을 읽고,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진행되면 실질적 규범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고, 이런 것이 합법적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모습 아니겠냐"고 부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묘역 참배를 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열린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제 및 민주주의 비전선포식에서 묘역 참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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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들이 들린다"

김동연 지사는 또 "과연 실질적인 자유는 우리에게 어느 정도 확보되어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민생 문제, 일자리와 소득 문제, 인간적인 존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과연 실질적인 자유가 이루어진 것인가, 과연 민주주의는 가능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동연 지사는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면서 국정 비전의 부재, 편협한 인사 정책, 통합 리더십 부재 등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과 관련 "결국 시장주의의 원리를 넘어서 시장만능주의 내지는 신자유주의로 가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며 "그렇다면 이러한 방법으로 과연 앞으로 우리에게 올 가능성이 있는 (경제적) 어려움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저는 못 한다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동연 지사는 16일 SNS에 올린 글에서도 "우리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말들이 들린다"며 "형식적인 민주주의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민주주의와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인간적 존엄을 지켜주는 경기도정을 펼치겠다"면서 "'상호관용',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도민의 민생을 지키고, 민주주의와 실질적인 자유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태그:#김동연, #경기도지사, #윤석열정부, #경기도청압수수색, #염태영경제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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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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