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일) 서산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제17회 전국 서산시조경창대회'가 무려 7년 만에 개최됐다.
이날 치뤄진 경선은 전국에서 도전한 단체부 10개팀과 개인출전자 21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 단체부 ▲ 일반부 ▲ 특부로 나뉘어 치러졌고, 단체부 대상에는 차태완(81세) 외 3인, 개인 일반부 대상은 차미영(54세), 최고상인 특부 대상수상자는 이상성(85세) 선생이 선정됐다.
대상 수상 이상성 선생 "나이 들어 못받을 줄 알았다"
이번 시조경창대회는 스토리 또한 만만치 않다.
현재 민요 강사로 활동 중인 단체부 대상자 중 한 분인 차태완 선생은 서산시 지곡면에 거주하며 평생 시조와 민요를 해오신 분이고, 개인 일반부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서산의료원 수간호사 차미영씨는 현재 서산무궁화예술단장직을 맡고 있다.
이번 대회의 최고 상인 특부 대상 수상자 이상성(85세) 선생은 지난 수십년 동안 거의 매일 시조를 해오신 분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공력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하지만 고령의 연세에 수상은 어렵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 출연자의 실수로 대상을 수상한 출연자가 됐다.
사연인즉, 하루에 10시간씩 시조연습을 한다는 경상도 김천 출신 김아무개씨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올라와 남창평질림시조 '자룡아 말타고'를 시작했다. 관계자 말에 의하면 "그분은 워낙 소리가 청아할 뿐만 아니라 힘도 있고 공력도 느껴졌다. '오늘의 대상감은 김천으로 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3초 동안 가사를 잊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 결국 실격당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대상을 수상한 이상성 선생은 수상 소감에서 "예전에도 각종 시조경창대회에서 크고 작은 상은 많이 받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늙어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고 또 늙어서 큰상은 주지도 않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 대상을 받으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서산 시조경창대회'가 탄생한 계기
내포제시조보존회는 지난 2015년에 '제16회 시조경창대회'를 개최했지만 ▲ 예산문제 ▲ 시조인 감소 ▲ 시조인들 간의 갈등 ▲ 코로나19문제 등으로 7년간 개최하지 못했다.
그러다 충남 무형문화재 제17-2호 내포제시조 예능보유자 박선웅 선생과 안종미 보존회장이 유구한 역사를 지닌 시조의 고장 서산, 77년의 장대한 역사를 가지고 시조교실 시우회관 등이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시조인들의 등용문인 전국시조경창대회가 개최되지 못함을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했다.
이에, 외부에서 지원해주는 예산이 전혀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내포제시조보존회의 순수한 회비와 3만 원의 참가비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게 됐다.
안종미 보존회장은 "희로애락의 감정을 최대한 절제하여 부르는 노래가 시조다. 이는 지식인이나 선비계층의 애호를 받아 왔던 우리의 전통가락"이라며 "손 놓고 있다 보면 머지않아 정가의 혼이 단절될 위기를 맞게 될지도 모른다는 근심이 든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숙명처럼 우리의 가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할 것이다"며 "또 우리 소리가 영원히 대중 속에 뿌리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