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히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거다." -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이 가지고 계신 걸,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와 검토를 해봐도 되겠느냐?" - 한덕수 국무총리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프린트한 종이를 흔들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황 증거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했으나, '지각 논란'을 빚으며 당초 예정되었던 조문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 대통령실 등은 영국 왕실의 안내에 따라 추후 조문록을 작성한 것이지 '조문 취소'가 아니라고 적극 해명하며, 그 예시로 다른 정상급 인사들을 들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알베르 2세 모나코 국왕, 카테리나 사켈라로풀루 그리스 대통령,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도 모두 비행기 도착 시간에 따라, 다음날 진행된 장례 미사 이후 조문록을 작성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20일 오후 국회 외교·안보·통일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김의겸 의원은 "아주 짧은 시간에 검색을 했다"라며 몇 장의 사진을 출력해 제시했다. "오스트리아 대통령 역시 웨스트민스터 홀에 가서 참배를 했다. 그리스 대통령, 여전히 가서 참배를 했다"라는 반박이었다.
EU 집행위원장 등 참배 못했다? 김의겸, 9월 18일 참배 사진 제시
이날 질의에 나선 김 의원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현동 외교부 차관의 이날 해명을 "런던에 오후 3시 이후에 도착한 정상들은 참배를 못하고 다음날 장례식 미사 뒤에 조문록을 작성하도록 안내가 되었고, 윤석열 대통령도 거기에 따랐다. 그런데 그게 윤석열 대통령뿐만 아니고 EU 집행위원장, 그리스 대통령, 오스트리아 대통령 등 많은 정상들이 따랐다"라고 정리했다.
한 총리가 "네"라며 "하여튼 조문록에 작성한 분들이 그런 분들이다"라고 이를 재차 확인했다. 그러자 김 의원이 "그런데 어쩌느냐? 제가 이 말을 듣고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검색했다. 구글링을 했다"라며 "그래서 제가 PPT를 준비 못하고 바로 가져왔다. 웨스트민스터 홀, 여왕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라고 사진들을 제시했다.
그는 해당 사진이 장례미사가 집전된 19일이 아니라, 조문이 진행된 그 전날 촬영 사진임을 강조하며 "아까 우리 총리님과 차관님이 예를 들었던 EU 집행위원장이 여기에 가서 참배를 했다. 여왕의 시신에 대해서"라고 펼쳐 보였다. 또한 "오스트리아 대통령 역시 웨스트민스터 홀에 가서 참배를 했다. 그리스 대통령, 여전히 가서 참배를 했다"라고 연이어 사진들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지금 총리와 외교부 차관이 일부러 사실을 호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다 똑같이 오후 3시 이후에 공항에 도착해서 참배할 시간이 없어서, 다음날 미사를 마치고 조문록을 작성하도록 왕실이 안내하고 거기에 따랐는데, 다른 정상들은 참배를 했다. 참배를 하지 않은 유일한 정상이 윤석열 대통령으로 보인다"라고 꼬집었다.
한덕수 총리는 "혹시 의원께서 허용해주시면, 의원이 가지고 계신 걸 저희가 보고 저희가 갖고 있는 자료와 검토를 해봐도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김 의원은 "네, 전달 드리겠다"라며 자신이 출력해서 가져온 사진들을 한 총리에게 직접 가서 건네줬고, 한 총리는 다시 해당 사진들을 부처 직원들에게 가져다 넘겨주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홍보수석이 영국 총리와의 회동 무산 밝혔는데... 외교부 "처음 듣는다"
김의겸 의원은 이어, 윤 대통령의 기존 일정 두 개가 취소되면서 생긴 2시간 30분의 공백에 대해서도 따져 물었다. 그는 "오후 3시 30분에 정상적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한국전 참전기념비 헌화 건너뛰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참배 건너뛰고 6시에 (리셉션에) 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총리는 "정상들의 몇 시간의 행방 이게 또다시 굉장히 좀 중요시 여기시는 것 같다"라며 자신이 추정한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려 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한 총리 대신 조현동 외교부 차관을 불러 질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가) 런던 시내에 들어와서 하차한 시간이 몇 시냐?"라는 질문에, 조 차관은 "시간 일정표까지 갖고 있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분초 단위로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라면서도, 구체적인 현지 상황에 대해서는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그는 대신 "(윤 대통령이) 도착했을 때 영국 왕실과 정부 대표, 의전관들이 다 나왔다. 그 사람들이 저희에게 권고한 것이 '지금 시내에서 움직이기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에 참배를 하는 게 여의치 않으니, 조문록은 국장 이후 쓰는 것이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나 "일단 리셉션은 6시에 시작하는데, 제가 알기로 5시까지는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버킹엄궁에서 5시까지 오라고 했느냐?"라고 되물었다. "애초 한국을 떠날 때, 웨스트민스터 홀 방문 시간이 5시 10분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그것까지 고려하지 않고 일정을 잡은 건가?" 하는 문제의식이었다. 당초에 예정된 일정 자체가 영국 왕실에서 버킹엄궁에 도착해달라고 한 시간과 맞지 않는 셈이다. 조 차관은 이같은 질문에 "사전에 협의하고 계획했던 것보다 막상 많은 정상 동시에 도착하는 상황이다 보니,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동문서답했다.
엘리자베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와의 회동이 무산된 데 대해서도, 조현동 차관은 "처음 듣는다"라고 답해 혼선을 빚었다. 김은혜 홍보수석비서관은 현지에서의 브리핑에서 "영국 신임 총리가 한영 양자회담을 희망했으나 저희의 도착 시간 관계로 앞으로 시간을 조율해 만나자는 말씀을 드렸다"라고, 시간 문제로 회동이 성사되지 못했음을 알렸다.
김 의원은 "우리 대통령 부부는 리셉션이 끝난 뒤 다음 날 장례식을 할 때까지 14시간 동안 공백이다. 아무것도 안 했다. 뭘 했는지 알 수 없다"라며 "영국 신임 총리가 만나자고 했는데, 바쁘서 못 만나겠다고 그것도 거절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조 차관은 "그건 처음 듣는다"라며 "저희 대통령이 런던에 도착한 뒤 영국 총리를 만날 수 있던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김은혜 홍보 수석이 이야기했다. 정확한 멘트를 한번 찾아보시라"라며 "국민들이 (대통령께서) '아, 참 성격이 느긋하셔서 좋다'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