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우리 군과 연합훈련을 위해 5년 만에 부산 해군작전기지를 찾는다. 북한이나 중국을 상대로 미군의 전략자산 카드를 꺼내들자 시민사회는 한반도 긴장 고조나 충돌을 우려하며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미 핵추진항모 부산 기항한 뒤 동해로, 왜?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 7함대 소속 로널드레이건 항공모함(CVN-76)은 항모강습단을 이끌고 23일 부산 작전기지를 방문한다. 일본 요코스카를 모항으로 하는 니미츠급 항모는 미국의 핵심 전략자산 중 하나다.
핵항모가 부산에 들어오는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그해 9월 핵항모 3척을 동시에 한반도에 전개했다. 한달 뒤 레이건함의 기항을 끝으로 추가적인 입항은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핵항모를 다시 한반도에 투입하는 모양새다.
우리 군은 지난 6월 오키나와 동남방 공해에서 핵항모와 작전에 수행한 데 이어 이번엔 동해에서 훈련을 들어간다. 이는 양국의 군사적 자산을 동원한 확장억제 태세 강화 조처다.
넉 달 전인 5월 윤석열 대통령, 조바이든 미국 대통령간의 정상회담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가 열렸다. 당시 양국은 "곧 있을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의 역내 전개는 대북억제, 안보증진 관련 공약을 명확히 보여준다"라는 성명을 공개했다.
미국은 일반적인 훈련의 의미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해군의 랭포드 대변인은 미항모 강습단의 한반도행에 대해 "한국군과의 상호운용성 팀워크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일상적인 방어위주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핵전력 재진입하면 정세로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통상적 연습에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지역 단체는 "한반도 긴장을 부추기고, 충돌을 부르는 행위"라며 핵항모의 입항이 가져올 결과를 우려했다. 22일 부산시의회를 찾은 이정이·이흥만·민병렬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부산본부 대표, 배다지 김대중부산기념사업회 이사장, 방영식 부경종교평화연대 대표 등 시민사회·노동·종교 인사 112명은 선언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은 "미국의 핵전력이 한반도로 재진입하는 순간, 정세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라며 "지금이라도 대북붕괴전략을 포기하고, 평화·번영을 합의했던 정상선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전쟁연습 중단"의 내용이 쓰인 손팻말을 일제히 들었다.
진보정당은 별도의 논평을 같은 날 냈다. 진보당 경남도당은 "확장억제 전략 자체가 북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을 포함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미군 핵항모의 한반도 전개는 어느 때보다 긴장을 고조시킬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예정대로 핵항모가 입항한다면 적극적으로 규탄 행동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이원규 6.15부산본부 사무처장은 "내일 오전부터 72시간 비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부산으로 나오는 미군들에 대한 감시는 물론 미 핵항모 입항 반대 규탄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영사관과 작전기지 앞에선 핵항모 입항에 반대하는 1인시위가 이어졌다. "전쟁위기 격화는 결코 안 된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든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들은 관련 정책 폐기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