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들의 자립생활'을 주제로 한 제8회 장애인당사자 스토리텔링이 지난 23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스토리텔링에서는 중증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장애인 당사자가 자기 삶과 경험을 이야기로 구성하여 말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고 자립생활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장애여성으로서 육아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했던 워킹맘 이야기, 동료상담가로 일하며 자립생활 준비를 돕는 활동가의 이야기도 있었다. 무대 위에 올라 다소 느리지만, 누구보다 진솔한 장애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객석에선 환호와 박수소리가 이어졌다.     

첫 번째 포문은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조현기씨가 열었다. 그는 일을 하는 즐거움과 미술과 연극에 대한 관심과 재능을 소개하며 장애인 도서관, 박물관, 경기장 등 가고 싶고 하고 싶은 것 많은 사연을 소개했다. 자립생활에 대한 꿈도 이야기했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혼자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공선진씨는 23세에 자립생활주택에 입주한 사연을 소개했다. 재활원 프로그램 '세상에 문을 열다'를 통해 자립생활을 본격 준비했다. 동료상담을 받으며 다양한 정보를 얻었던 경험과 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있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강조했다. 장애인도 직업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장애인일자리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과 장애인도 자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2022 당사자 스토리텔링 - 우리들의 자립생활 유튜브 화면 캡쳐.
2022 당사자 스토리텔링 - 우리들의 자립생활 유튜브 화면 캡쳐. ⓒ 은평시민신문
  
워킹맘 김미현씨의 이야기는 장애여성의 출산과 양육환경이 매우 열악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결혼 이후 아이를 가졌지만 출산과 양육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 장애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아이 양육은 막막함 그 자체였다. 그는 "아이 목욕은 남편 퇴근 후 함께 하고 그 후 분유를 타서 남편에게 주면 먹여 주였다"며 "중증장애인으로서 막막한 사회 현실이 그대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출산장애여성에게 지원되는 홈헬퍼 서비스가 있었지만 자격조건이 되는 선생님을 찾지 못해 결국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현실도 전했다. 아이 양육을 위해서는 활동보조서비스가 꼭 필요했지만 겨우 그가 받을 수 있는 건 아이 양육에는 턱없니 부족한 한 달에 90시간 이었다. 결국 그는 육아, 가사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용했다.

김미현씨는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으로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건 너무 힘들지만 육아도 일도 잘하고 싶다. 장애여성으로서 더 목소리를 내서 우리의 권리, 나의 권리를 주장하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 당사자 스토리텔링 - 우리들의 자립생활 유튜브 화면 캡쳐.
2022 당사자 스토리텔링 - 우리들의 자립생활 유튜브 화면 캡쳐. ⓒ 은평시민신문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는 차민호씨는 어려서 뇌병변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누가 내 무릎을 잡고 기도하더라. 저는 누군가에게 기도 받을 만큼 불행하거나 안쓰럽지 않다"며 대학시절 에피소드를 전했다.

차민호씨는 이후 대학 친구들과 힘을 합쳐 장애학생단체를 만들어 장애인인권교육이나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갖고 서로 버팀목이 되어주기 위해 장애인 동료상담도 진행했다.

그는 "세상은 저를 온전하게 바라보길 거부하는 거 같다. 하지만 저는 휠체어를 타고 여기까지 굴러서 올 수 있었고 이건 온전히 저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만날 동료들도 각자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동료들이 그 힘을 발견하고 포기하지 않도록 응원한다. 그러니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투쟁!"이라는 말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우리들의 자립생활#중증장애인#인식 개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은평시민신문은 은평의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풀뿌리 지역언론입니다. 시민의 알권리와 지역의 정론지라는 본연의 언론사명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진실을 추구하며 참다운 지방자치와 풀뿌리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