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이 27일 도쿄 지요다구의 닛폰부도칸(일본무도관)에서 치러졌다. 아베 전 총리가 지난 7월 8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사망하고 두 달여 만이다.
이날 국장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완강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등 내외빈 43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의 60%가 넘게 국장을 반대하면서 국론이 분열되고, 국장을 결정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회견에서 "국장의 찬반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며 "국민의 이해를 얻기 위해 확실히 설명을 해 나가겠다"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국장에 사용한 구체적 비용의 발표 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최대한 빨리 발표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국장 강행해서 국민 분열"... 곳곳에서 반대 목소리
장례식장과 가까운 한 공원에서는 시민 2500여 명이 모여 국장에 반대하는 항의 시위를 열기도 했다. 시위 참여한 한 20대 남성은 "일본 정부가 여론의 과반이 반대하는 국장을 강행해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 밖에도 일본 국회 앞, 자민당 본부 등 도쿄 곳곳서 국장에 반대하는 시위와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반면에 자민당이 또 다른 인근 공원에 마련한 일반인 전용 헌화대를 찾은 한 50대 남성은 "(아베 전 총리는) 지금의 일본을 이끈 인물"이라며 "특히 외교 활동으로 일본의 국익과 지위를 높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베 전 총리의 유골은 부인 아키에 여사가 직접 안고 도쿄 시부야구의 자택에서 출발해 아베 전 총리의 외교 무대였던 아카사카 이궁, 1차 내각 때 방위청에서 승격시킨 방위성을 차례로 방문하고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장례 부위원장을 맡은 마쓰노 관방장관의 선언으로 시작한 국장은 1분간의 묵념, 자위대의 국가 연주, 아베 전 총리의 생전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기시다 "아베 전 총리는 더 오래 살았어야"
추도사에 나선 장례 위원장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는 더 오래 살았어야 하는 인물이었다"라며 "일본과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으로서 10년, 아니 20년을 더 힘을 내줄 것으로 믿었으나 안타깝기 그지 없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외무대신으로서 아베 내각에 참여해 일본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일에 전력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을 일생의 자랑으로 여긴다"라며 "아베 전 총리는 일본 헌정 사상 가장 오래 총리로 재임했으나, 역사는 그 시간보다 성취한 업적에 따라 기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곧이어 호소다 히로유키 중의원 의장, 오쓰지 히데히사 참의원 의장, 도쿠라 사부로 최고재판소 장관, 그리고 아베 내각의 관방장관으로서 오랫동안 고인을 보좌했던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친구 대표로 추도사를 읽었다.
스가 전 총리는 "(아베 내각에서) 7년 8개월간 고락을 함께하며 정말 행복했다"라며 "당신은 일본의 진정한 리더였다"라고 고인을 기렸다.
이후 일왕 부부와 상왕 부부가 보낸 대리인이 배례하고 참석자들의 헌화가 이어졌다. 일본 NHK 방송은 이날 국장 식순에 대해 전직 총리들의 장례식을 대부분 답습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