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제도는 국민에게 발생한 사회적 위험을 보험방식에 의하여 대처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험은 업무상의 재해에 대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질병과 부상에 대한 건강보험, 사망·노령 등에 대한 국민연금, 실업 등에 대한 고용보험 통틀어 4대보험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회보험은 민간보험과 다르게 사회의 연대성과 강제성이 적용되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예외가 통용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의 기타 공공기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5500여명의 예술강사를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건강보험에 가입된 예술강사는 단 한 명도 없다. 2009년 대법원에서 '예술강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근로자'라고 판결내림으로써, 개인사업자 신분에서 노동자 신분으로 전환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퇴직금, 건강보험, 연차휴가 등의 비용절감을 위해 강의시간을 월 60시간(주15시간) 미만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목적이 이윤추구도 아닌 공공기관이 법률의 예외조항을 악용해 법원의 근로자성 판결 의미를 퇴색시켰다.
예술강사가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는 과다한 보험료 금액이다. 예술강사 월평균소득은 96만 원이다. 96만 원의 건강보험료(6.99%)는 6만7104원이고, 만약 직장건강보험이 적용됐다면 예술강사 부담금액은 그 절반인 3만3552원이다. 하지만 예술강사들은 재산까지 합산하는 지역가입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0만 원 이상을 납부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몇 년 전에 했던 예술활동에 대한 해촉증명서를 건강보험공단에 보내지 않았다면, 실제 소득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력 불인정이다. 예술강사로 일하다 문화재단이나 문화예술기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예술강사로 20년을 일해도 예술강사 경력은 인정받지 못한다. 경력산정을 직장건강보험 가입기간으로 따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금융권의 높은 이자율이다. 전세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이라도 하려고 하면, 직장건강보험 가입이력이 필요하다. 직장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예술강사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이 대부분 거절된다. 대출조건에 부합하더라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보다 훨씬 높은 이자를 납부할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건강보험법 시행령 제9조에 따라 직장가입자 예외조항에 해당되는, 월60시간 미만 노동자라서 안 된다고 한다. 그건 법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건강보험과 퇴직금 예산을 절감하려고 강의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예술강사는 월60시간 일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월 60시간 이상 일하고 있다. 강의를 하려면 수업연구 등 준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법원은 강의의 특성상 수업준비시간을 고려하면 강의시간의 3배가 실근무시간이라 판결한 바 있다.
법원의 판결보다는 부족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예술강사의 실업급여 지급시 피보험단위기간을 강의일의 2배로 인정하고 있다. 답은 나왔다. 강의시간을 주15시간 이상 배정하는 방법, 법원의 강의특성상 강의시간의 3배를 실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방법, 고용노동부 실업급여 지침에 따라 강의시간의 2배를 실근무시간으로 인정하는 방법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직장건강보험 가입을 원하지 않는 예술강사들이 많다며 반대논리를 펼친다. 하지만 2016년 전국예술강사노조 조사결과 534명 중 461명 89.3%가 가입을 희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예술강사의 절반은 다른 가족의 피부양자로 되어 있어,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본인 부담금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예술강사들이 직장건강보험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내는 상황을 정부가 외면해서는 안 된다. 공공기관이 예산절감을 위해 사회보험조차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악습은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에게 4대보험은 상식이다. 직장건강보험 이력을 요구받을 때마다, 어떤 궁색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