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산리 마을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맡았다. 이름만 집행위원장이지 다 같이 만드는 영화제다. 하던 일들이 문화예술 쪽 일이었기 때문에 농촌에 가도 농사만 짓고 살겠다는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충남 예산에서도 문화예술콘텐츠를 갖고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영애(52)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 전하는 '제1회 시산리 마을영화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은 농촌 주민들과 영화감독이 영화제 성공을 위해 머리를 맞대 마음을 모으고 있다.
그는 사춘기 시절 반항심으로 누군가에겐 매우 익숙한 기존 질서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부호를 던졌다. 또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심으로 그 시기를 보내면서 작품들의 주제이기도 한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몇 살에는 졸업하고, 또 때가 되면 결혼하는 삶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한다.
현 감독이 연출한 '남자, 화장을 하다:I want Zero.G' 등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시산리영화제를 위해 고른 영화들도 마찬가지다.
"예산분들에겐 낯설 수 있겠지만, 흔히 볼 수 없는 영화를 제공하고 싶었다. '다른 지역 마을들은 어떤가'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자연과 마을, 생태가 이번 영화제를 관통하는 주제다. 타지에 있는 분들도 시산리영화제를 통해 예산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그는 성심여대 독어독문학과 졸업하고 독일에 몇 년 다녀온 뒤, 영화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영화제작자의 길로 들어섰다.
"다큐를 처음엔 뉴스 기사를 심층보도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어느날 우연히 TV를 보는데, 카메라의 각도나 위치, 그리고 촬영자의 해석, 의도, 이해에 따라 이야기가 언제든 전혀 달리 전달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큐를 창작 예술장르로 보게됐다"고 다큐멘터리 영화로 시야를 넓힌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해 직접 마을과 공동체를 찾아가 경험하며 자신의 작품에 마을, 생태, 자연,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공동체와 마을들을 공부하다 보니,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추구했던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 공동체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사람들이 만들고자 했던 공동체는 기존 사회에선 실현하기 힘드니 자연스럽게 지역, 농촌, 지역으로 향해야 했다. 그렇게 살다 보면 생태, 환경에 대한 의식은 기본적으로 갖기 마련이다. 내가 생태적인 감각을 얻게 된 것도 이런 체험을 하고 부터다."
그는 서울이 고향이다. 3년 전 부모님 묘가 있는 '예산추모공원'을 왔다가 밝은 분위기에 매료돼 올해 2월 응봉 노화리로 귀촌했다. 지난달까지는 녹색당 서울시공동운영위원장이었다. 정치에 입문한 까닭은 영화의 단골 주제로 삼는 생태주의를 녹색당이 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폐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시산리영화제는 같이 영화를 보고 감독과의 대화, 관객과의 대화로 이뤄진다. 현 감독은 "다행히 감독들이 다 오겠다고 했다. 지인들 중에는 '예산이 아름다운 고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오겠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