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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 윤성효
 
"참담하다. 자식까지 잃고 만든 법인데 위헌 주장을 하니 기가 막힌다."

창원 두성산업이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며 위헌법률심판신청을 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밝힌 말이다.

김 이사장은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했다.

에어컨 부품 제조업체인 두성산업에서는 지난 2월 유해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이 포함된 세척제를 사용하면서도 국소배기장치 등 안전장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 16명이 급성중독으로 독성간염에 걸리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조사를 거쳐 검찰은 두성산업과 대표이사에 대해 지난 6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올해 1월 말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래 첫 기소였다.

그런데 두성산업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화우는 지난 13일 창원지방법원 담당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이 법의 위헌 여부는 최종적으로 헌법재판소가 가리게 된다. 두성산업 측은 이 법에 대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위배, 과잉금지원칙 위배, 평등원칙 위배를 주장했다.

지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아들(김용균)을 잃은 김미숙 이사장은 "산업 현장의 안전 예방을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처벌도 없고 안전조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기업들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영국에서는 관련 법을 만들어서 죽음을 막았다고 하더라. 그래서 산업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나서서 만든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도 만나서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저뿐만 아니라 유족들의 모임이 나섰다"라고 했다.

이어 "저는 우리 아들이 죽기 전에는 많은 산재사망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나라와 기업이 산업 안전을 방치한 결과로 매년 2400명이 사망했다"며 "대한민국에서 부당한 일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이 피눈물을 삼키면서 더 이상의 산재사고를 막겠다고 해서 겨울에 단식까지 하며 만든 법"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당시 국민 70%가 찬성해서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법 제정의 취지는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숭고한 생각이었다"며 "그런데 위헌 신청을 하니 너무 기가 막힌다. 기업들이 여전히 생명, 안전을 위한 조치보다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수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거의 말장난에 지나지 않고, 여론몰이하는 수작이다"고 했다.

또 그는 "법을 만들어 놓았지만 산재사망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기업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며 "기업은 이번 기회에 법 적용을 완화하고, 처벌을 피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들의 죽음과 관련한 태안화력 관계자 재판에 대해, 김 이사장은 "1심에서 대표이사가 무죄를 받았다. 그것은 위험한지 몰랐다는 게 이유였다"며 "몰랐다면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김미숙 이사장은 "우리는 누군가 사람을 죽이면 처벌이 세다. 그런데 기업에 대해서는 아주 너그럽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 산재사망하면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우리가 뭉치고 합심해서 다 같이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 ⓒ 윤성효
 
"윤석열 정부, 적극적으로 합법성 주장할지 의문"

한편 임수진 변호사는 발제를 통해 "두성산업 측 법률대리인이 제시한 위헌사유에서 충격적인 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위반하여 중대산업재해를 야기한 행위보다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 더 죄질이 무겁다고 하며 법정형을 지나치게 높게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이다"고 했다.

이어 "이는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다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거나, 집단적인 직업성 질병이 발생하는 중대 산업재해에 대해 기업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이면의 목적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조항의 다른 문제를 제쳐 두더라도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만큼은 필사적으로 막고자 하는 노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눈엣가시같은 경영책임자 처벌규정을 위헌법률심판을 통해서라도 저지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을 무력화하고자 하는 기업의 동기가 너무나도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또 그는 "현재 경영계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유리하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정부의 움직임 및 노동과 산업재해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위헌법률심판 절차에서 법무부가 두성산업 측을 상대로 중대재해처벌법의 합헌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의견을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자칫 헌법재판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위헌이라는 양측 의견을 일방적으로 듣고 결정을 내리는 황당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임수진 변호사는 "이번 위헌성 주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없애버리겠다는 의도"라며 "앞으로 헌재에서 위헌심판을 할 경우, 윤석열 정부가 얼마만큼 적극적으로 합법성을 주장할지도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발제를 통해 "현재 노동현장은 죽음의 행렬이 반복되고 있다. 법 시행 이후 46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법 적용 대상은 156건에 165명 사망이다"며 "그런데 고용노동부에서 법 위반에 따른 기소 의견 송치는 불과 23건이고, 이중 기소된 사건은 단 1건이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지난 7월까지 발생한 중대재해 수사에서 경영책임자 구속영장 신청은 1건에 불과했다"며 "신속한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가 필수적임에도 법 시행 초기 일부 진행되던 압수수색도 거의 중단되었다"고 했다.

이태의 부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우리는 대형 로펌이 가장 신나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자본과 짜고 법기술자로서 법을 무력화 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어 우려한다"며 "민주노총은 시민사회와 함께 이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또 권미정 중대재해없는세상 전국운동본부 사무처장, 김준기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사무장이 토론했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본 김종하 민주노총 경남본부 부위원장은 "피의 절규로 법을 만들었는데 자본은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게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
18일 오후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두성산업, 중대재해처벌법의 위헌법률심판 신청 문제점과 영향 긴급 토론회” ⓒ 윤성효

#중대재해#중대재해처벌법#김용균재단#민주노총 경남본부#두성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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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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