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을 정수처리해 수돗물을 공급하는 가정집 수도꼭지 필터에서 녹조 독성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하는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주장이 대구에 이어 경남 창원(진해) 지역에서도 나왔다. 창원시는 수돗물에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안전한수돗물과낙동강상수원지키기 창원시민연대, 창원물생명시민연대,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20일 오전 창원특례시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며 관련 자료를 창원시에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 9월 17일과 10월 5일 수도꼭지 필터에 녹색 이물질이 끼었다는 시민 제보를 받은 뒤 관련 내용을 이승준 교수(부경대)에 의뢰·분석한 결과 남세균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남세균은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성하는 세균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시스틴은 독성의 세기가 워낙 강해 청산가리 100배 이상으로 반감되는 기간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리고, 특히 열에도 강해 온도 100도에서도 사라지지 않으며 300도 이상이 돼야 분해되는 특성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녹색 이물질을 발견해 분석을 의뢰한 시민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7~8월 사이 깔따구 유충이 나온 뒤부터 수도필터를 유심히 봤다. 9월 수도꼭지에 녹색이 끼어 있는 걸 확인하고 불안했다"며 "환경운동연합에 분석을 의뢰하고 국민신문고에도 올렸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창원시 수돗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낙동강의 남세균이 강에서는 녹조가 거의 사라진 9월과 10월, 그것도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춘 석동정수장에서 정수된 (물을 쓰는)가정집 수도필터에서 나타난 원인을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석동정수장은 지난 7월과 8월 깔따구 유충 사태로 정수시설은 개선 교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남세균이 정수장의 염소폭탄, 오존폭탄, 고도여과기 등을 피해서 가정의 수도까지 들어올 수 있었는가 말이다. 과학적 조사결과를 눈앞에서 보고도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가정집 수도필터 남세균 서식 관련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역학조사 ▲수돗물 안전성과 상수원수 낙동강을 보호하기 위한 민관협의회 구성을 촉구했다.
창원시 "유감, 민관협의회 구성하겠다"
이에 대해 창원시는 자료를 통해 "민간단체의 자체적인 조사와 결과발표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현재까지 3개 정수장 수돗물에서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LR이 검출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녹조가 발생했다고 보도된 진해구 소재 주택의 경우 민원인은 환경단체를 통해 검사를 의뢰했다"며 "10월 7일 창원시 상수도사업소에서 해당 세대를 방문해 시료 채수 후 검사한 결과 조류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LR은 불검출됐다"고 전했다.
이종덕 창원시 상수도사업소장은 "각 가정에서는 설치된 필터가 녹색으로 변색되는 등 수돗물 품질이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경우 바로 신고를 해 주시길 바란다"며 "앞으로 가정 내 수도꼭지의 조류 독소 모니터링을 추가로 검사해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수돗물 안전성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음식·수돗물... 계속되는 논란
낙동강 녹조 물로 인한 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사례는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지난 2월 낙동강 물로 재배한 무‧배추에서, 3월 쌀에서 녹조독성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 7월 대구 수돗물 수도꼭지에 이어, 8월 대구·창원·김해·부산 수돗물, 9월 부산 주택가 삼락수변생태공원과 김해대동선착장, 창원 본포수변생태공원, 낙동강레포츠밸리, 대구 화원유원지의 공기에서 남세균이 나왔다고 했다.
10월에는 낙동강에 서식하는 빠가사리, 메기과 붕어즙 뿐만 아니라 물로 재배한 고추, 오이, 옥수수, 쌀에서도 독성물질이 나왔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됐다.
창원진해에서는 지난 7~8월 사이 석동정수장과 관련해 깔따구 유충이 나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석동정수장은 낙동강 물도 원수로 끌어다 고도정수처리 과정을 거쳐 각 가정에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