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
인생 첫 복근이 생긴 것은 25살 때였다. 20대에 한참 댄스에 꽂혀 재즈댄스와 방송댄스 학원을 다녔는데 춤만 배우는 것은 아니었다. 워밍업으로 스트레칭과 복근 운동이 끝나야만 댄스 수업이 시작되었다.
댄스학원 선생님은 배가 당겨서 경련이 나기 직전까지 복근 운동을 시켰다. 1년간 꾸준히 댄스학원을 다녔더니 다리 찢기가 되고 11자 복근이 생기더라. 복근이 생기니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코어에 힘이 붙었다. 춤 동작에서 밸런스 잡는 동작을 할 때 흔들림 없이 버틸 수 있었고 몸을 컨트롤 하는 힘이 생겼다. 아, 오해하지 마시라. 복근과 춤실력은 별개였다.
복근이 생긴 후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들로부터 부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자의 로망 '11자 복근을 가진 자'가 되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부러운 시선을 느끼며 기분이 좋았다. 마치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아 복근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었다.
회사가 바빠진 후 잦은 야근으로 댄스학원을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다. 그 후로 여느 직장인들처럼 퇴근 후 맥주 한잔하며 하루의 피로를 푸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었다. 섭취하는 칼로리는 늘었는데 소모되는 칼로리는 줄었으니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야속하게도 복근은 기다려주지 않았고 뱃살에 굴복한 복근은 점점 자취를 감췄다.
복근 있는 언니, 독한 언니
두 번의 출산으로 쭈글쭈글하고 늘어진 배를 바라보며 한숨이 나왔다. 이 배가 다시 들어갈까? 늘어날 대로 늘어난 배에서 탄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허리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코어운동이 절실했다. 다이어트로 뱃살을 줄이고 코어운동을 통해 허리 통증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3개월간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며 10kg을 감량하고 뱃살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코어 운동은 처음에는 크런치, 레그레이즈 동작을 25개 1세트씩 번갈아가며 3세트를 했고, 플랭크는 30초부터 시작했다. 꾸준히 하다 보니 허리의 통증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고 플랭크는 5분까지도 가능했다.
'이왕 하는 거 복근까지 만들어볼까?'
본격적인 복근 운동을 시작했다. 유튜브 스미홈트 채널의 복근 프로젝트 영상을 따라 매일 복근 운동을 했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날에는 아침, 저녁으로 시간이 없는 날에는 5분이라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이어갔다. 역시 뭐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40대가 되어 복근을 다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복근 운동은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꾸준히 해야 된다고 해서 하루도 쉬지 않고 했다. 배의 체지방을 줄여야 체지방 아래 있는 복근이 드러난단다. 출산 후 늘어난 체중은 감량한 상태였지만, 조금 더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려가며 식단 관리를 했다.
"한 번도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면 한 번도 안 해본 노력을 해야 한다"라는 토머스 제퍼슨의 말처럼 불가능처럼 보였던 복근 만들기를 성공시키기 위해 밤낮으로 한 번도 안 해본 노력을 한 결과 복근을 만들 수 있었다. 힘들게 얻은 만큼 성취감이 높았다. 복근 있는 엄마, 40대 복근 있는 언니. 독한 언니라는 호칭이 싫지 않았다.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다.
요가복을 입고 운동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복근이 보일 때가 있다. "어머~복근이 있으시네요?"라며 말을 걸어오면 쑥스러운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20대에 잃어버린 복근을 40대가 되어 되찾았다. 반갑다 복근!
"언니는 왜 배가 안 나와요?"
바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이면 남편과 맥주 한 잔 기울이며 하루의 피로를 풀곤 한다. 평소 맥주를 즐겨마시는 나는 "언니는 왜 배가 안 나와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배가 안 나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즐길 땐 즐기고 관리할 때는 철저히 관리를 하기 때문이다.
철저한 관리는 식습관, 몸의 변화 체크, 바른 자세로 서기를 실천하는 데서 비롯된다.
과식을 한 다음날 아침에 체중을 재면 1~2kg이 늘어있는데 몸이 부어서 그렇다. 이때 부기를 바로 빼야 진짜 살(지방)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이어터들에게 급찐급빠('급하게 찐 살을 급하게 뺀다'라는 뜻의 다이어트 신조어)는 익숙한 용어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 전에 1~2kg의 부기를 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많이 먹은 다음날 아침은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점심, 저녁은 가볍게 먹기 위해 밥 양을 1/2가량 적게 섭취하고 국과 기름기 많은 음식은 피한다.
복근을 유지하기 위해 밥 먹을 때 지키는 습관도 중요했다. 한 숟가락 덜어내고 먹기,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기, 물 2L 마시기를 실천하며 식단 관리를 했다. 가족의 식사를 챙기며 내가 먹자고 다이어트 식단을 따로 챙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평생 다이어트 식단을 먹을 수도 없기에 일반식을 먹으면서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실천하고 있다.
식단뿐만 아니라 몸의 변화에도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했다. 청바지를 입을 때 허벅지, 엉덩이, 허리의 끼임 정도로 몸의 변화를 체크한다. 몸이 좀 무겁다 느끼면 어김없이 바지를 입을 때 꽉 끼는 느낌이 든다. 이 느낌이 들 때 며칠간 식단을 조절하고 술도 마시지 않는다.
식단 조절이 들어갈 때 운동이 병행되면 더 효과적이었다. 운동강도를 올리고 유산소 운동도 30분가량 더 늘린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전신 유산소 운동 중에 슬로우버피를 즐겨 하는 편이다. 층간 소음 걱정도 없고 짧고 굵게 운동효과를 볼 수 있어서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쓰는 점은 바른 자세로 서는 것이다. 바른 자세로 서서 필라테스에서 하는 몸통 호흡을 하려고 노력한다.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발뒤꿈치와 발가락을 바닥으로 누르는 힘을 주며 하체를 단단히 지지하고 허리를 곧게 펴고 선다. 턱을 살짝 당기고 어깨를 끌어내린 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배꼽을 등 뒤로 붙인다는 느낌으로 배에 힘을 줬다가 빼는 호흡을 한 번에 10회 정도 반복해서 한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했다. 복근을 만드는 것도 어려웠지만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따른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노년까지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서다. 40대인 지금의 복근 운동은 아름다움 추구 보다 코어를 강화시켜 허리, 목 등이 아프지 않고 건강한 삶을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함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저의 개인 블로그와 SNS 에 게재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