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사상 첫 여성 총리이자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처음으로 극우 총리가 탄생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를 총리로 지명하고 정부 구성 권한을 위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멜로니는 형식적 절차인 상·하원 신임 투표를 거쳐 총리직에 오르며, 이탈리아는 무솔리니가 총리에 취임한 1922년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다시 극우 총리가 권력을 잡게 됐다.
멜로니는 지난달 25일 치러진 총선에서 극우 정당인 동맹, 중도 우파 성향의 전진이탈리아 등과 우파 연합을 결성해 상원 200석 중 115석, 하원 400석 중 237석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탈리아는 의원 내각제 국가로 내각을 구성할 권한은 총리에게 있지만, 총리 지명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전날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진이탈리아 대표 등 우파 연합 대표단과 면담 후 멜로니의 총리 지명에 합의했다.
'강한 이탈리아' 외치는 '여자 무솔리니'
1977년 로마 태생인 멜로니는 15살이던 1992년 무솔리니 지지자가 결성한 이탈리아사회운동(MSI)에서 정치에 입문했다.
멜로니가 2012년 창당한 FdI는 무솔리니가 세운 국가파시스트당(PNF)의 후신 격으로 불과 몇 년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 정계에서 변방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경제 저성장 등으로 기존 정치권에 불만이 커진 민심을 공략해 총선 승리를 이끌어냈다.
멜로니는 '강한 이탈리아'를 내세워 반이민·반난민, 반동성애, 반유럽연합(EU), 낙태권 축소 등 극우 이념을 추구하며 '여자 무솔리니'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에서 극우 총리가 탄생하면서 유럽을 넘어 국제사회에 큰 파장이 전망된다. 다만 EU가 이탈리아에 2026년까지 제공하는 1915억 유로(약 264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기금을 예정대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멜로니도 EU에 최대한 협조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 놓고 이견... 불안한 연정
멜로니가 이끄는 우파 연합은 공공지출 확대와 대규모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재정지출을 늘리더라도 EU의 재정준칙을 준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폭탄은 내부에 있다. 멜로니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히 반대하는 반면에 연정 파트너인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동맹으로서 러시아를 지지하고 있어 균열이 벌어질 수 있다.
AP통신은 "살비니와 베를루스코니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오랜 추종자인 반면에 멜로니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라며 "이런 차이가 집권 연정에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총리 지명을 받은 멜로니는 "기업과 가계를 괴롭히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정부를 구성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