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많은 이들이 이 질문에 (이왕 태어난 거)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답한다.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일까?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인생의 의미이자 목표로 흔히 선정되는 행복에 대해 많은 현자들이 저마다의 답변을 내놓았고 그것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결국,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다.
행복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은 카르페디엠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눈앞의 행복을 놓치지 말라. 그리고 현재에 머무르기 위한 카르페디엠의 구체적인 실천 항목 중 하나는 계절감을 충분히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행복을 원하는 이들은 가을을 느끼러, 단풍을 만끽하러 산에 가기를 추천한다.
행복하고 싶다면
이번 주부터 많은 산들이 단풍 절정이다. 단풍은 벚꽃과는 반대로 북쪽 지역에서 남쪽 지역으로 내려간다. 노랗고 붉어지기 때문에 따뜻한 남쪽 지역부터 단풍이 들거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단풍은 기온이 낮을수록, 대개는 일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떨어지면 발생한다(기온이 떨어지면서 잎 속 엽록소 분해로 인해 색소가 화학반응을 일으킴).
매년 단풍 절정 시기에 맞춰 많은 사람들이 단풍을 즐기러 산을 찾는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즐길 산이 많고 시각과 촉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사계절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산에 올라 가을을 느끼기 좋은 때다.
이번 주말은 단풍 절정기를 맞아 단풍이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주왕산을 찾았다. 우리나라에는 총 22개의 국립공원이 있는데 주왕산은 그중 12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며, 해발 720.6m 높이에 멋진 계곡과 기암절벽, 웅장한 산세와 시원한 폭포를 품고 있다.
주왕산은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인만큼 크고 작은 바위들이 만든 절경과 등산로는 흙산과는 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절골 분소~대문 다리~가메봉~용연 폭포~용추폭포 코스를 7시간 동안 밟으며 완만한 트래킹과 가파른 오르막 등산의 묘미를 모두 맛볼 수 있었다. 특히나 대문 다리에서 가메봉에 오르는 길은 주왕산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매력이 빛을 발한다.
모든 이가 등산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연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주왕산에 오르지 않더라도 단풍과 자연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게 마련된 자연의 친절함이 주산지에 있다. 주산지는 길이가 200m, 평균 수심 8m에 달하는 저수지로, 잔잔하게 반짝이는 물결과 그 넓은 면적을 점잖게 품고 있는 산세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의 친절함과 호연지기를 절로 떠올리게 된다.
등산이 좋은 이유
가파른 가메봉 등산길을 오르며 함께 온 벗에게 물었다.
"너는 왜 등산이 좋아?"
"음... 등산을 하면 잡념이 안 들거든."
그렇다. 내가 등산을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생각이 너무 많을 때 생각을 내려놓기 위함이다. 생각해보면 산책(散策)을 할 때는 머리와 마음에 담아 둔 생각 분자들이 자유롭게 흩어져 생각의 부피가 커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나 등산(登山)을 할 때는 생각의 발산이 억제된다. 당장 발을 디딜 위치를 찾고 맞는 경로인지 이정표를 확인하며 당장 눈앞의 현재에 집중한다.
생존 이외의 생각이 비활성화되며 자연스레 잡념이 사라진다. 원시적인 상태로 돌아가 현대인의 정신적 피로 내려놓기. 등산을 할 때면 산과 산 타는 행위만이 있다. 카르페디엠에 최적인 활동이 등산인 것이다. 온전히 현재에 집중했던 시간, 그렇게 주왕산에서 행복을 찾았다.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은 좋다. 그러나 가끔은 질문과 생각을 멈추고 단순히 현재를 살아가 보자. 계절감을 느끼고 눈앞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것, 어쩌면 그것이 당신이 찾아 헤매던 답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