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노동자 3명 가운데 1명이 폐 컴퓨터단층(CT) 촬영 결과 '이상소견'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10월 5~21일 사이 벌인 폐 촬영 중간집계 결과 1452명 가운데 540명(37.12%)이 이상소견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다.
응답자 가운데 912명(62.81%)은 아무 이상 없음이었고, 나머지는 폐결절은 있지만 이상 없음(17.42%, 253명)이거나 1년 후 재촬영(14.53%, 211명), 6개월 후 재촬영(3.17%, 46명), 3개월 후 재촬영(1.52%, 22명), 폐암 의심(0.21%, 3명), 폐암 매우 의심(0.07%, 1명), 폐암(0.28%, 4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이상 소견' 비율이 높다. 이상소견 비율을 보면 경북은 25.8%(폐암 의심 이상 8명), 광주 27.8%(10명), 대구 34.8%(7명), 울산 21.1%(5명), 전남 23.5%(17명), 충남 29.2%(17명)이다.
노동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단개선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2018년도 학교급식 노동자 가운데 처음으로 산업재해를 인정을 받았던 이아무개씨의 경우 12년 동안 학교 급식실에서 튀김, 볶음, 구이 요리가 포함된 식단이 전체의 81% 일수에 달해 "폐암 위험물질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었다"고 판단되었다.
급식실 직원 배치 기준은 폐암발병률과 직결된다. 현재 배치기준을 보면, 학교 급식실은 1인당 식수 인원이 공공기관의 평균 2.3배, 군대 평균 1.95배, 병원 평균 4.6배에 달한다.
급식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는 호흡수를 상승시키고 이는 낮은 유해물질 농도에도 건강영향이 상승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급식시간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속도를 늦추는 것은 한계가 있고 결국 노동자들을 쥐어짜 급식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학교 급식은 2020년경부터 본격 실시되었다. 급식노동자들은 "당시 학교급식이 시작될 무렵, 집단급식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황에 학교급식실 환기장치는 주방설비의 부분으로 교육청에서 인식하여 비전문가에 의한 설계 시공되었다"고 했다.
이들은 "그 결과 현재 급식실 후드는 가장 효율이 떨어지는 캐노피형이 많고 산업안전보건법의 후드 제어풍속 기준인 1.0-1.2m/s 만족하는 급식실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조사한 93개 급식실 조사결과, 유속 0.5m/s이 안 되는 학교가 70개(75.2%)에 달했다.
22년째 일하고 있는 김명희 조리실무사는 현장발언을 통해 "폐 촬영 결과를 보고 좀 솔직히 너무 당황스러워서 믿기지 않았다"며 "이 일자리는 남에게 권할 수 없는 일자리다. 학교급식실이 애들 웃음소리가 넘치고 행복이 넘치는 곳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죽음의 급식실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다소 울먹이기도 한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혼자 떠나갔을까 하는 생각이다. 폐암이 직업성 암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진주에서 폐암으로 돌아가신 두 분이 떠올랐다"며 "한 분은 저도 아는 분이었는데 안타까운 소식이라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 분이 아픈 게 학교 급식실 때문일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다"고 했다.
이명숙 사무처장은 "어느 학교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환기시설 중 덕트 배관을 교체했더니, 그렇게 음식 냄새가 많이 나던 조리실에 음식 냄새가 거의 안 난다고 했다"며 "그동안 덕트는 제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는 거 아니냐며 통탄해 하셨다. 10년이 넘은 덕트시설은 청소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매일 수증기와 기름미세먼지를 빨아들이느라 관 내부가 엉망이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장에서 당장 식단과 조리방법을 개선하고 10년 이상 된 학교의 덕트배관을 당장 교체를 해야 한다"며 "이런 조치들을 위해 급식관계자-교육청 담당부서, 지원청 담당부서, 학교관리자, 급식종사자 모두에게 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긴급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폐암이 직업성 암으로 인정되기 전, 경남에서 이미 많은 학교급식노동자들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우리가 파악한 사례만 해도 진주, 거제, 마산, 거창, 고성, 김해, 진해 등 경남각지에서 8분이나 돌아가셨다"고 했다. 한 학교 5명의 학교급식 노동자 중 3명에게 각종 암이 발병하기도 했다.
경남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매일 출근하는 일터가 죽음의 문턱인 공포를 이해할 수 있는가. 지금 당장 학교급식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급식관계자 긴급교육 시작, ▲식단과 조리방법 개선, ▲10년 이상 된 학교의 덕트는 당장 전면 교체하고 10년 미만 학교는 조사해서 교체, ▲튀김 솥과 전판을 전기인덕션으로 교체, ▲대체인력을 교육청에서 채용, ▲환기시설 표준안으로 시설 전면 교체, ▲배치기준 하향 등을 제시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학교급식 종사자의 산업안전 대책으로, 경력 10년 이상 또는 55세 이상인 종사자에 대해 지난 7월부터 오는 12월까지 폐암 건강검진을 하고, 폐암 의심 소견자에 60만원 한도 내에서 추가 검진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또 교육청은 식단 개선 안내 공문을 시달하고, 튀김 요리 제공횟수를 주 2회 이하로 제한하도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교육언층 10년 이산 조리장 덕트 전면 교체와 전기식 기계기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