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오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삼성 회장에 취임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은 3대째 반복된 재벌승계 과정의 수많은 위법 및 국정농단 연루에도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돼 '유전무죄'와 '법치주의 파괴'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지만, 언론은 이번 삼성 회장 취임 역시 '책임경영' 등 수식어를 붙여 긍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거취에 삼성전자와 삼성 계열사 주가가 상승했다는 식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삼성 발표 받아쓰기... '미등기 이사 회장' 지적 실종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재용 회장 취임 소식이 전해진 10월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경향신문·국민일보·동아일보·서울신문·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 등 8개 일간지와 매일경제·한국경제 등 2곳 경제지, KBS·MBC·SBS 등 지상파, 채널A·JTBC·MBN·TV조선 등이 온라인을 통해 보도한 기사 70여 건을 살펴봤습니다.
이들 언론 대부분은 "이재용 시대 개막" "뉴삼성 시대 시작" "진정한 초일류기업 만들겠다" "책임경영 강화" "위기 속 강력한 리더십 필요" 등 이재용 회장의 취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장밋빛 일색의 보도를 쏟아냈습니다. 특히 '국민 사랑받는 기업 만들겠다'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등 이재용 회장 취임 일성을 중계하다시피 그대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 취임엔 환호만 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미등기 이사' 자격으로 회장에 취임했는데, '사법 리스크'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특별사면을 받아 취업제한이 풀리긴 했으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조작으로 아직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매주 1~2회씩 온종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27일 이재용 회장이 기자들에게 취임 일성을 남긴 곳도 삼성 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재판이 열린 재판정 앞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일부 언론은 삼성의 '책임경영 강화' 주장에 비판적 견해를 싣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법적 책임 없는 미등기 이사로>(10/27 이정훈 기자)라는 제목으로 "회사 경영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에는 선임 안돼 이사회 주장과 달리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이재용, 고 이건희 회장 공석 채운다... 10년만 회장 승진>(10/27 김우현 기자)에서 "미등기임원인 회장은 법적 책임 없이 경영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KBS는 정오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승진... "책임경영 강화">(10/27 지성철 기자)를 통해 "몇 년간은 재판에 출석해야 해서 '오너리스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지적도 나옵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재용 회장 취임에 '6만 전자'? 상승세 맞을까
이재용 회장 취임에 주가가 올랐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국민일보 <이재용 회장 승진... 불확실성 걷어내고 '6만전자' 탈환>(10/27 김철오 기자), 한국일보 <삼성전자 2개월 만에 '6만 전자' 회복... 이재용 승진 효과>(10/27 윤주영 기자), 매일경제 <이재용 회장 취임에 힘받네... 두 달 만에 육만전자 터치>(10/26 고득관 기자), 한경닷컴 <"이재용이 로또네"... 회장 취임날, 두 달 만에 '6만전자' 탈환>(10/27 신현아·조아라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금리 인상 및 경기 둔화 영향으로 9월 말 5만1000원대까지 떨어졌다가 반등 추세입니다. 27일 일제히 나온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사실 이재용 회장 취임을 끼워 맞춘 보도에 불과합니다. 바로 전날인 10월 26일 2.95% 상승해 5만9400원으로 오른 삼성전자 주가가 10월 27일 오후 3시 30분 기준 0.17% 상승한 5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10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0월 21일부터 닷새 연속해서 오르다가 이재용 회장 취임일에 가장 소폭 상승했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 등이 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므로 이재용 회장의 승진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한 보도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 처리와 관련해 '이재용 씨가 구속되면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한다'며 공포를 조장하는 보도는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그러자 한국일보 <팩트파인더/이재용 구속되면 삼성전자 주가 폭락한다? 아니다>(2021/1/30 이은기 인턴기자)와 같은 분석 기사까지 나왔지만 비슷한 보도관행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투자가 개인의 책임이라지만, 섣불리 쓰인 보도를 보고 잘못된 선택을 하는 국민이 있을 경우 언론이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언론의 부정확하고 무책임한 보도로 투자자가 손실을 입더라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 회장 취임 보도, 더 이상의 '삼성 찬가' '이재용 찬가'가 돼선 안 될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10월 27일 오전 10시~오후 1시 30분 네이버 뉴스에 송고된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KBS, MBC, SBS, 채널A, JTBC, MBN, TV조선 보도 70여 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미디어스 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