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위대가 여는 '국제 관함식'에 우리나라 해군 함정이 참가하기로 하자 시민사회진영에서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함식에 참가하는 해군 최신예 군수지원함인 소양함이 진해항에서 출항하기로 해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국방부‧해군은 오는 11월 6일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에 소양함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소양함은 29일 진해항을 출항해 11월 1일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하고, 관함식에 참석한 뒤 7일까지 '다국간 연합훈련'을 실시한다고 국방부가 발표했다.
일본 관함식 참가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5년 이후 7년만이다. 2002년과 2015년에는 우리 해군이 일본 관함식에 참가했고, 일본은 1998년과 2008년 우리 해군의 관함식에 함께 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제주도 해상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를 초청하면서 '해상자위대기'가 아닌 '일본 국기'를 사용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때 일본은 불참했다.
특히 일본 관함식에는 일본자위대가 일제강점기 때 사용한 군기인 '욱일기'를 게양해 놓고 행사를 열 예정이라 우리 해군이 참가할 경우 그 깃발을 향해 경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김영만 전 친일청산시민행동 대표는 "말도 안 된다. 큰일이다. 일제 침략을 상징하는 깃발이 욱일기인데, 거기에 대고 우리 군대가 경례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현재 우리 국민 정서에서 볼 때 용납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떠나 일본 관함식 참가는 우리 국민 정서에 전혀 맞지 않다"며 "일본은 일제 강제징용 배상이라든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 관함식 참가까지 한다는 말이냐. 대한민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고 말했다.
김영진 전 경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요즘 정부가 일본에 대해서 하는 걸 보면, 일제식민지로 돌아가는 느낌이고, 대한민국이 독립국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며 "우리 군대가 일본 관함식에 참가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경화 독도사랑본부 의병대장은 "관함식에 참석하면 경례하는 순서가 있는데 해군이 어떻게 한다는 말이냐"며 "일제가 우리나라는 침략해서 많은 국민들이 죽었다.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관함식에 참가하는 것은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경남본부 등 단체는 29일 오전 창원진해 이순신 동상 앞에서 관함식 참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 백성덕 조직국장은 "이순신 장군이 울고 있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했다.
앞서 국방부는 일본 관함식 참가에 대해 "과거 일본 주관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두 차례 참가했던 사례와 국제관함식과 관련한 국제관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번 국제관함식 계기에 개최되는 다국간 인도주의적 연합훈련과 30여개국 해군참모총장이 참석하는 서태평양해군심포지움 참석은 우방국 해군과의 우호협력 증진은 물론 우리 해군이 주변국 및 국제사회와의 해양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또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주변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해군의 이번 국제관함식 참가가 가지는 안보상의 함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였음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