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자취를 하면서 강아지를 키운 적이 있다. 같은 회사 동료에게 분양을 받은 강아지는 마르티스 믹스견이었고. '머루'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1년 남짓 머루를 키우면서 즐거웠지만 사건사고도 많았다. 함께 살던 친구가 키우던 거북이를 잡아먹으려다 바닥에 떨어져서 발이 부러졌다. 나도 하지 않았던 깁스도 했다. 하지만 회사 일이 점점 바빠지고 키울 상황이 되지 않아서 어머니가 계신 고향 집으로 보냈다.
그 뒤로 나는 지금까지 강아지를 키우지 않았다. 가끔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강아지를 끝까지 책임질 자신이 없었다. 뉴스에서 자신을 버린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들을 보면 안타까웠다. 강아지를 웃으며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입가가 올라가고 행복해진다. 기분이 우울할 때면 강아지가 나오는 유튜브를 찾아서 본다.
평일에도 가끔 시간이 남는다. 시간이 날때면 노인종합복지관이나 도움이 필요한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최근엔 노인종합 복지관에서 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 사용' 안내를 했다. 담당 선생님의 부탁으로 어르신 생일파티 도우미도 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반려동물 입양 홍보 자원봉사를 신청하다
네이버 블로그를 십년 넘게 운영 중이다. 하루 방문자는 소소하다. 가끔 이슈가 되는 글이나 포스트를 올리면 하루 수백 명이 방문할 때도 있다. 하지만 하루 방문자는 백여 명 남짓이다.
자원봉사를 신청하러 '1365 자원봉사 포털'에 들어갔다.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블로그 운영자를 대상으로 '반려동물 입양 홍보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는 글을 봤다. 이런 자원봉사도 있구나 생각하며 바로 자원봉사 신청을 했다.
자원봉사를 신청한 날, 아이들을 예쁘게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깨끗이 닦아서 챙기고 수원에 있는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로 향했다.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실처럼 넓은 두 공간이 보였다. 그곳에 어린 강아지들이 장난을 치거나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내가 센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기견들이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문 앞에 서 있는 다가오더니 코를 킁킁거리며 내 다리를 훑는다.
"아이들과 2시간 정도 함께 놀아 주시면서 사진 촬영하시고 블로그에 올려주시면 돼요. 아이들 성향이나 기본 자료는 홈페이지에 있으니 블로그 올리실 때 참고하시면 되고요."
센터 선생님이 블로그에 홍보글을 게시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아이들의 성격과 주의사항도 설명해 주셨다. 나는 1시간 반 남짓 어린 유기견들을 관찰하며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구조된 아이들이 좋은 분들에게 입양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귀엽고 사랑스럽게 찍고 싶었다.
현재 이 입양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은 모두 아홉 마리다. 하지만 일곱 마리만 보인다. 센터 선생님이 두 마리는 다른 아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분리해놓았다고 한다. 일곱 마리를 다 촬영하면 나중에 데리고 나오겠다고 하셨다.
촬영 도중에 젊은 남성이 들어왔다. 전에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했었다며 강아지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센터 선생님이 청년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 이어서 중년의 여성도 센터를 방문했다. 입양을 하고 싶다는 그녀는 미리 보고 온 강아지가 있었는지 유독 그녀의 시선을 코리라는 이름의 강아지에게 집중했다.
"이곳에서는 안락사를 하지 않나요?"
"네, 저희 시설은... 시에서 구조를 하고 저희 센터에는 좋은 입양인을 만날 때까지 보살피고 있어요."
입양센터에 있는 강아지들은 대부분 거리에서 구조된 유기견이다. 유난히 슬픈 눈망울을 하고 있는 강아지 '코리'는 나를 보더니 경계를 하며 몇 차례 짖었다. 담당자는 내가 싫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했다. 강아지들은 조금씩 성향이 달랐지만 대부분 나이가 한 살 정도였고 성격은 밝고 적극적이었다.
그중 두 마리에 관심이 갔다. 반려견 홍보 자원봉사를 하며 나와 맞는 강아지를 만나게 되면 입양을 할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생명을 마주하는 일이다. 한번 인연이 되면 매일 매일을 서로에게 의지하고 보호해야 한다. 내 욕심으로 입양을 했다가 포기할수도 없기에 입양은 신중해야 한다.
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두 시간이 넘는 동안 강아지들을 촬영하며 행복했다. 호기심이 가득한 강아지들은 내 주변을 오가며 서로 장난을 치며 놀았다. 아직 새 식구를 받아들일 자신은 없다. 하지만 언젠간 서로에게 의지가 될 상황이 되면 나도 반려동물을 입양할 생각이다. 지금은 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이 좋은 주인을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의 '네이버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 유기견 입양 절차 및 작성일 이후 입양 신청 가능 여부는 <경기도 동물보호복지 플랫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경기도 동물보호복지플랫폼(http://animal.gg.go.kr), (전화 문의 :031-546-8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