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예금 또는 적금 추천해주세요"
"○○적금 신규 생성 시 추천인 코드 입력하면 두 사람 모두 1% 추가 금리 적용된대요. 같이 하실 분!"
직장인 커뮤니티에 고금리 예적금을 추천해달라는 글이 올라오고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동반 추가 금리를 적용받자는 권유 게시물들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주식과 코인에 관한 글들이 게시판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했다면 지금은 예적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히 고금리 시대요, 역 머니무브(코인, 주식 등 위험자산에 몰렸던 자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몰리는 현상)를 뚜렷하게 목격하는 중이다.
0.3%p라도 높은 금리 위해 손품 팔기
한국은행의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9월 은행 수신 중 정기예금이 전월 대비 사상 최대 증가폭인 32.5조 원 증가했다. 2021년 9월, 은행 수신 중 정기예금이 전월 대비 4조 원이 증가했고 올해 8월은 전월 대비 21.2조 원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한 달새 정기예금에 몰린 것인지 와닿는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자 고금리에도 울며 은행 대출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이에 은행들은 고금리 상품들을 내놓으며 열심히 자금을 유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코인과 주식으로 재미를 못 보니' 자연스럽게 고금리 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이다.
주변 2030 지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22년에 새로 예적금을 가입한 사람이 총 25명 중 21명으로 84%를 차지했다. 대부분은 월 납입 한도가 30만~50만 원 수준의 금리 3~4%대 적금에 가입했고, 잘 가입했다고 만족하는 사람들은 5%대 금리에 가입했다. 또한 가입기간은 6~12개월이 가장 많았는데, 당분간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단기 상품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수준인지 인터뷰한 결과, 고금리라고 해도 대부분의 적금은 납입 한도가 30만 원 수준으로 낮아 큰 수익을 내지 못해 큰 감흥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우대조건들을 다 지켜야 고금리를 적용받는 상품들이 많아 예상보다는 만족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자산 시장의 상황이 안 좋은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한편, 여건이 안 되어 장기적으로 돈을 묶어놓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파킹 통장이라는 대안을 선택한다. 현재 직장생활 4년 차인 A씨(30세)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금리가 오르자 이자 부담이 커서 돈을 모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가 3%p 이상 올라 7%대가 되자 이자 부담이 두 배가 되었으며 월급에서 생활비와 이자를 제외하면 저축할 여유가 없다. 월급이 들어와 카드값과 이자가 나가기 전 잠시라도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에 넣어두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고 한다.
이렇듯 MZ 짠테크족은 며칠이라도 자금을 거치해두면 몇 푼이라도 이자 수익을 벌 수 있는 파킹통장을 적극 활용한다. 3~4일 돈을 넣어 3000원이라도 벌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파킹통장의 금리를 연 2.6%로 유지하고 있고 케이뱅크는 연 2.7%, 토스뱅크도 연 2.3%로 인상하며 자금을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11월 6일 기준).
투자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고, 고금리인 상황에서 개인이 자금을 유리한 쪽으로 옮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뒤에는 2년 전 주식 붐이 일었던 그때처럼, FOMO(fearing of missing out 유행에 뒤처지는 것에 대한 공포심리·소외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 심리가 숨어 있다.
고금리 시대에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더 적극적으로 단 몇 % p라도 높은 예적금 상품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티끌 모아 티끌일지라도... 짠테크에 진심인 편
"나 요즘 긴축 재정이야, 직식(직원식당 식사) 먹자."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회사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외식을 하는 횟수가 줄고, 직원식당을 이용하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한다. 고물가 지속과 자산 가격 하락으로 실질구매력이 떨어지고, 과다 차입한 경우 채무부담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많은 직장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큰 성공이 어려워진 저성장 시대, 평범한 인생일지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적 삶을 살아내는 "(바른생활) 루틴이 트렌드"를 재조명한다.
고물가 고금리 시대, 앞서 말한 루틴이 트렌드가 우울한 경제 상황(실질구매력 하락, 채무부담 강화)과 맞물리면서 무지출 챌린지와 같이 절약하는 습관이 하나의 붐이 되었다. 절약과 저축을 위한 짠테크 방법 및 은행 상품 정보들이 SNS에 넘쳐난다.
하루에 한 잔은 꼭 사 마셨던 커피를 참아내고, 소비 욕구를 잠재우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한다는 스토리를 공유하고, 한 달 지출 비용을 인증하며 열심히 절약한 자신을 칭찬한다.
무지출까지는 아니더라도 절약 노하우를 공유하며 서로의 노력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고거래 플랫폼도 함께 성장 중이다. 당근 거래처럼 물건을 교환하는 중고거래 플랫폼뿐만 아니라, 할인된 금액으로 기프티콘을 매매할 수 있는 기프티스타, 니콘내콘, 팔라고 등의 모바일 기프티콘 거래 플랫폼도 최근 2년간 다운로드 수와 거래액이 증가했다.
니콘내콘의 경우, 2017년 출시 이후 연평균 160%의 성장률을 유지하며 올 8월 기준 누적 거래액 1115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단 몇 백 원이라도 저렴하게 기프티콘을 구매해 커피를 마시거나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해 부가소득을 얻는 것이다.
이 외에도 상품 리뷰를 쓰면 받는 마일리지, 걸은 걸음 수만큼 받는 리워드, 광고를 보면 쌓이는 적립금, 그리고 대중교통 이용을 인증해 받는 마일리지 등 몇 십원 단위로 차곡차곡 모으는 짠테크에 MZ세대들은 진심이다.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나." 물론 이 말도 맞지만 무지출 챌린지, 짠테크, 온라인 폐지 줍기 등으로 불리는 이러한 절약 행위들을 통해 MZ직장인들은 매일 작은 성취감 내지는 만족감을 얻고 싶어 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으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부모님도 정부도,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나의 미래를 책임지지 못한다는 전망에 다수가 공감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은 큰 성공을 위해서가 아닌 생존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재테크 손품을 팔고, 마일리지를 적립하고 선물 받은 기프티콘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