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인구 3만의 작은 지자체인 청양군에서 미술관 운운하는 것은 사치였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인 까닭이다. 하지만 청양군은 변화를 선택했다.
문화와 예술로 지역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역발상을 통해 미술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청양터미널갤러리가 지난해 4월 물꼬를 텄다. 그리고 3개월 후에는 청양군청에 작은 미술관이 개관했다.
좁은 터미널과 군청 휴게공간에 그림 몇 점 건 것을 가지고 유난을 떤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역의 화가와 주민 등 청양사람들의 절실함이 배어있는 두 미술관이 갖는 의미는 타 지역의 어떤 근사한 미술관보다 크다.
일단 이곳에는 미술관 특유의 문턱이란 것이 없다. 문화적 갈증을 느끼는 주민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열정적으로 작업하는 화가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지역 화가들에게 활짝 문을 개방한 것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관객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달은 청양의 화가들은 거창하고 근엄하게 보이려는 콧대를 버렸다. 그러자 주민들이 일상으로 파고들어온 미술작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됐고, 청양의 변화는 시작됐다.
검소한 모양새를 한 청양터미널갤러리와 작은 미술관이지만 앞으로의 포부는 무척이나 웅대하다. ▲사회적 가치 실현 ▲문화소외 사각지대 해소 ▲주민참여기회 확대 ▲지역문화예술교육 생태계 구축 등 민관협업을 통해 지역을 재생하는 첫 출발점으로 삼을 심산이다.
최근에는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2022년 지역문화대상 우수지자체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은 것이다.
'그려 봐유, 청양!'을 구호로 내세운 청양시외버스터미널 갤러리 사업을 추진해 터미널 이용객과 주민들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 인정을 받았다.
지금껏 그래왔듯 두 미술관은 앞으로도 언제나 주민 곁에 있으려고 한다. 더 나아가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청양을 변화시킨다는 생각이 아주 엉뚱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나갈 계획이다.
깊어가는 가을 청양터미널갤러리와 청양군청 작은 미술관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