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구불구불 가지산을 넘어 청도 운문사로 향하는 길. 산허리쯤에서 길옆 빈 공간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이다. 운문사 입구 산문에 도착하여 잠시 갈등하다가 그냥 절집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차를 세우고 솔바람길을 걷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사람들이 밀려들기 전에 절집을 돌아보고 나오자는 생각이었다.
범종루를 지나니 작은 현수막이 붙어있다. 은행나무는 토.일요일(11월 5-6일)에 개방한다는 매년 11월 첫 주말 쯤 개방한다는 얘기를 듣고 혹시나 하는 기대했는데 5일부터 개방한다니 몹시 아쉬웠다. 하지만 불이문 앞에 서서 수령 400년 된 은행나무의 위용을 건너다 보았다.
그리고 온전히 볼 수 있는 처진소나무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수령 500년 정도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처진소나무이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봄,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리 가장자리에 준다고 한다.
절집 곳곳, 곱게 물든 단풍이 온몸으로 가을을 말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도 온통 가을이다. 도량을 한바퀴 돌아본 뒤 불자는 아니지만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러 대웅보전에 들어갔다. 천장에 있는 용모양의 배, 반야용선에 악착보살이 매달려 있다. 불교에서는 반야용선이 중생을 피안의 세계로 인도한다고 믿는다. 반야용선에 오르려는 악착보살의 노력이 눈물겹다.
절정을 맞은 남쪽 가을, 운문사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