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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곤 씨가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의곤 씨가 창원대로 입구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창원촛불시민행동
 
아직,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힐 때까지
그 책임 분명히 물을 때까지
결코 끝 낼 수가 없다
- <추모의 정석> 일부

 
 
10월 29일 벌어진 서울 이태원 참사의 아픔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의곤(59, 경남 함안)씨가 "추모를 제대로 하라"며 쓴 시다.

창원촛불시민행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씨는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에 이어 두 번째 시 <추모의 정석>을 써 <오마이뉴스>에 8일 보내왔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까지 애도기간을 정한 것과 관련해 김씨는 "자기들이 정한 애도기간에 끊임없이 발뺌을 하고 책임회피만 했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마음에 시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들의 애도는 진심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이제 국민들의 진심 어린 애도가 필요하다. 그래서 시를 썼다"고 전했다.

김의곤 씨는 창원대로 입구에 "무능 무지 엉망진창, 망하기 전에 내려와"와 함께 "주가조작 논문복사 김건희 특검, 민생파탄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이라고 쓴 손팻말과 펼침막을 들고 3주째 매일 아침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 <미안하다, 용서하지 마라>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많이 알려진 것과 관련해, 김씨는 "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데 많은 사람이 공유한 것으로 안다. 관심을 줘 고맙다"고 감사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시를 본 많은 사람들이 전화를 하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고 했다. 다음은 시 <추모의 정석> 전문이다.

추모의 정석

그 길에 아직
단말마처럼 포스트잇 바람에 떨고
시린 낮달 같은 국화잎 뜯겨져 뒹구는데
누가 추모를 끝내자 하는가

생살을 찢고
오장육부를 짓이기던
참담한 그 밤의 절규 아직도 쟁쟁한데
누가 추모를 끝내라 하는가

'막을 수 없었던 사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산사태 나듯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
이것이 당신들의 수준 이었다

위패도, 영정도, 리본도,
망자에 대한 예우도 없이
무너진 가슴 무심히 지르밟던
그것이 당신들의 민낯 이었다

그저 숨기고 변명하고 능멸하며
달아나기에만 급급한
당신들의 그 교활한 추모의 방식
그건 우리의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으라던 그때처럼
추모는 끝났으니 일상으로 돌아가라며
망각을 강요하는 당신들의 야만을
우리는 결코 묵과하지 않겠다

미안함에... 미안함에...
인사조차 건네지 못한
차마 용서조차도 구하지 못한
우리들의 참담한 부끄러움을 씻기 위하여

아직, 우리의 추모는 끝나지 않았다
억울한 죽음의 이유를 밝힐 때까지
그 책임 분명히 물을 때까지
결코 끝 낼 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김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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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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