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한복판인 용산구 이태원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15일 기준). 특히 참사로 인해 20대의 피해자 수가 많았다는 점은 20대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참사가 일어나기 30분 전에 그 골목을 따라 빠져나왔는데, 나오면서도 정말 위험하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금방이라도 참사가 일어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 23세 K씨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며 같은 시대를 살아갈 20대 청춘들이 허망하게 갔다는 생각이 들어 슬픕니다." - 24세 J씨
참사 발생 소식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에는 구급대원은 물론 시민들도 나서서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영상·사진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필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여론을 취재하면서 많은 이들이 CPR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거나, 방법을 알아도 오래 전에 배워 자신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통상 심정지의 60%가량은 가정이나 공공장소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때문에 최초 목격자 CPR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지난 10일 대한응급학회등에 따르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변에 CPR을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이 많을수록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연관성이 일관되게 확인됐다'고 한다.
왜 골든타임 '4분'인가
지난 7일 오후 3시 서울 보라매안전체험관을 직접 찾아 응급상황시 대처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CPR에 대한 대중의 관심 역시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의 운영교관은 가장 먼저 '왜 CPR이 필요한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심장이 멈추면 다른 장기들은 혈액을 통해 산소를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때문에 멈춘 심장을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CPR을 실시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장기 중 가장 중요한 뇌가 산소 없이 견딜 수 있는 시간이 4분이기 때문에 골든타임인 4분동안 CPR을 실시해야 한다."
뇌의 기능이 상실되기 전에 빠르게 산소를 공급해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그밖에도 의식이 없는 사람들을 봤을 때의 대처법, 신고방법, CPR이 필요한 실제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이뤄졌다. 아래는 교육 내용을 정리한 것.
▲ 의식을 잃은 사람을 봤을 때의 대처법
- 절대 흔들지 않는다.
- 환자는 의식이 없고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모르기 때문에 흔들면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양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큰소리로 말을 걸어 의식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안전이다.
- 자신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굳이 그곳으로 가지 않는다. 신고만으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에 사람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면 다가가지 말라는 것이다. 환자에게 다가가려다 차에 치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신고방법
- 사람의 의식이 없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는 신고를 해야 한다.
- 보통 사람이 쓰러지면 그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몰려든다.
- 여러 사람이 신고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군중효과로 인해 '누군가 신고했겠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아무도 신고를 안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신고자를 지정하는 것이 좋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빨간 모자를 쓰신 분은 119에 신고해주시고, 청자켓입은 분은 제세동기 좀 가져와주세요."
▲ CPR 시 주의사항
- 가장 먼저 호흡을 하고 있는지 가슴 부분을 살펴보고 확인한다.
- 만약 호흡이 없다면 CPR을 준비한다.
- 우선 환자의 상체를 노출시킨 뒤 압박위치를 찾는다.
- 쇄골 가운데 움푹한 곳과 배꼽에서부터 올라올 때 딱딱해지는 지점(명치 위)을 기준으로 그 사이의 중간지점을 힘을 주어 누른다.
- 이때 손바닥으로 압박하는 것이 아닌 손목과 손바닥 사이 튀어나온 부분으로 압박한다.
- CPR을 할 때에도 가슴 중앙을 무조건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위치에 하는 것이 중요하다.특히 CPR하는 부분의 손가락 두마디 정도 밑에는 명치가 있다.만약 명치를 압박한다면 환자는 더 큰 부상을 입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상황 발생시 주변 사람과 CPR을 교대로 하면 좋은 이유
이론수업 이후 실습 시간이 주어졌다. CPR에서는 분당 100~120회의 속도로 가슴이 5cm 깊이로 들어갈 만큼 압박해야 한다. 필자도 '최대한 빠르게 정확한 자세로'라고 생각하며 인체 모형 앞에 앉아 직접 CPR을 했다.
'시작' 소리에 맞춰 모형에 압박을 가했지만 쉽지 않았다. 인체와 거의 흡사하게 만들어진 모형이 굉장히 딱딱해서 온힘을 다하지 않으면 가슴 깊이 들어가지 않았다. 또한 빠르게 압박하면서 한 지점에 힘을 모아야 했지만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만약 CPR을 하는 이가 다른 부분을 압박할 경우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다. 그때문에 실제 상황 발생시 주변사람들이 교대로 CPR을 하는 것이 낫다는 걸 배울 수 있었다.
현장에선 제세동기 사용에 대한 교육도 이뤄졌다. 제세동기를 켜면 바로 안내음성이 나오는데 안내음성을 듣고 따라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제세동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모든 사람들이 환자에게 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그 순간에도 CPR을 하면 CPR을 하는 사람의 심장에도 같은 전기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위험하다. 신속성도 중요한 요소다. 실습을 진행시 제세동기 선이 꼬이거나 패드 부착 위치를 수정하기 위해 시간을 지체했더니 제세동기가 자동으로 꺼지는 일도 있었다.
교육 종료 후 교육을 진행한 최형수 보라매 안전체험관 운영교관을 잠시 인터뷰했다. 최형수 운영교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CPR 교육 수요가 많아져 비대면으로도 교육으로도 진행하고 있다"면서 "쓰러진 환자를 보고 선뜻 다가가기 힘들다 보니 응급처치를 시도함에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CPR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CPR 교육은 보건소, 병원, 소방서 등에서도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