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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성산 정상의 오성인 묘
오성산 정상의 오성인 묘 ⓒ 조종안
  
전북 군산시 성산면 금강변에 위치한 오성산(五聖山)은 백제 의자왕 20년(660) 당나라군과 백제군 사이에 전투가 치열하게 벌어졌던 역사의 현장이다. 오성산은 다섯 개 봉우리로 이뤄졌으며 산정에는 사비성(부여)을 향해 진격하는 당나라장수 소정방에 항거하다 죽임을 당한 다섯 노인이 묻혀있다고 알려져있다. 이름하여 '오(五)성인 묘'다.

<여지도서·輿地圖書>(1757~1765) 임피현 고적조에 따르면 당나라 장수 소정방은 오성산에 병(兵)을 주둔하고 짙은 안개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다섯 노인을 만난다. 소정방이 그들에게 사비(부여)로 가는 길을 묻자 다섯 노인은 '너희들이 우리나라를 치러왔는데 어찌 길을 가르쳐 줄 것이냐'며 항거했다. 이에 격분한 소정방은 노인들을 참살하기에 이르고, 그럼에도 후일 물러갈 때 이들의 충절을 기이하게 여겨 오성산 위에 장사지냈다고 기록했다.

오성산(227m) 정상 부근에서 발견된 백제 양식의 테머리식 산성과 칼끝처럼 뾰쪽한 도진봉에 남아 있는 봉화대 흔적은 이 지역이 백제 시대 금강 하구를 감시하던 군사적 요새였음을 암시한다. 이곳 산정에서는 나라를 위해 의연히 목숨을 바친 오성인의 호국 충절 정신을 기리는 '오성문화제전(오성인 추모행사)'이 매년 가을에 열린다.

지역의 으뜸 명승지로 백제인의 충혼이 서린 오성산, 해질녘 정상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더할 나위 없는 절경으로 '오성낙조'라는 시구를 낳으며 예로부터 '임피팔경'의 하나로 꼽혀왔다. 유적·유물이 많아 지역 초중고 학생들의 단골 소풍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오성인 전설'은 마을 주민은 물론 초등학교 학생들도 내력을 꿰고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제31회 '오성문화제전'... "화합으로 군산 발전 이끄는 원동력 되길"
 
 인사말 하는 정상호 군산문화원장
인사말 하는 정상호 군산문화원장 ⓒ 조종안
 
지난 18일(금) 오전 10시 30분, 군산문화원(원장 정상호)은 제31회 오성문화제전을 오성산 정상에서 개최했다. 강임준 군산시장, 김영일 시의회 의장 등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한 추모제에서 정상호 원장은 "오성문화제전은 1360년이 넘는 소중한 유산으로 시민의 자랑이 아닐 수 없다"며 "화합과 단결로 군산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임준 시장은 "오성문화제전은 지역 선인들의 충혼이 서린 기상을 드높이고 우국충절 정신을 계승하고자 마련된 의미 있는 행사"라며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계승하여 군산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또한 군산시는 지역 문화자산을 활용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 만난 김규영씨는 "남편 따라 군산에 내려온 지 8년째인데, 오성문화제전 참석은 처음"이라며 "오성인 전설이 흥미로워서 그런지 주변 산세가 더욱 기운차게 느껴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야산으로만 알고 있었던 오성산에 유구한 역사와 흥미로운 전설이 담겨있다니 놀라웠다. 지인들과 함께 셔틀버스 타고 산정(행사장)에 올라왔는데, 버스가 굽이돌 때마다 차창 밖 산세가 범상치 않게 느껴졌다. 경사가 급한 비탈길, 강원도 산골짝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계곡, 다섯 성인이 묻힌 산정에서 내려다본 금강 하류와 드넓게 펼쳐지는 주변 들녘풍경 등 모두가 마음을 끌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 봉우리들 산세까지 다시 보였다."
 

'오성인 추모행사' 연원 알아보니 
 
 식전공연으로 펼쳐진 호남우도농악보존회 풍물패의 농악 한마당
식전공연으로 펼쳐진 호남우도농악보존회 풍물패의 농악 한마당 ⓒ 조종안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충남 '부여은산별신제(백제 부흥군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행사)' 대표단이 참석하여 행사 의미를 더했다. 그런데도 언제, 누구에 의해 오성인 추모제를 지내게 되었는지 그 연원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군산문화>와 관련디지털 자료, 도움말 등을 통해 찾은 그 내력을 소개한다.

농촌에 텔레비전이 귀하던 1984년경 초가을 어느 날, 옥구군 성산면(현 군산시 성산면)에 사는 황원택(黃元澤: 당시 성산면장) 씨는 우연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오성인 전설' 프로를 방청했다고 한다. 백제 오성인의 죽음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지만, 전파를 타고 계곡물 흐르듯 흘러나오는 성우의 애틋한 목소리는 황 면장을 감동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향마을 이야기 프로를 감명 깊게 방청한 황 면장은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을 확인하고 그동안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황 면장은 다음날 소주 한 병과 마른안주, 그리고 낫을 들고 잡초 우거진 오성인 표를 찾아 벌초하고 술잔을 올린다. 이후 황 면장은 명절이 다가올때마다 성묘했고, 이는 마을에서 화제가 되었다.

소문을 접한 당시 남정근 옥구문화원 원장은 향토사에 박식한 지인에게 오성인 전설 근거를 의뢰했다고 한다. 이후 남 원장은 몇 사람과 상의 후 이인효(훗날 옥구군 의원) 씨와 함께 옥구 군수에게 건의하여 오성인 묘를 개보수하는 등 묘역을 정리했다. 1986년 12월에는 '五聖人 之墓(오성인 지묘)'가 음각된 돌비석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이 매년 가을 오성산 산정에서 제를 지냈다.
 
 오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금강 하류
오성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금강 하류 ⓒ 조종안
 
1992년에는 '군민의 제사'로 올리자는 이인효 옥구군 의원 발의안이 통과되어 그해 10월 공식행사로 승격된다. 이때 처음으로 군수가 제사를 주관하는 제주(祭主)가 되어 '오성문화제'란 이름으로 거행된다. 제전위원장은 당시 세풍그룹 고판남 회장(성산면 출신)을 추대하고 정상에 '오성대제 봉행기념비(五聖大祭 奉行記念碑)'도 건립한다.

군산시와 옥구군이 통합하는 1995년 12월 '오성문화제전'으로 행사명을 개칭하고 이세현 군산대 교수가 제2대 위원장을 맡는다. 이때 사회의 귀감이 되는 어른('五聖 할아버지')을 선발하여 표창하는 오성문화상(五聖文化賞) 규정이 만들어졌다고 한다(1996년 9월부터 시행된 것으로 알려져있음).

2001년 군산시는 오성문화제전 위원회(위원장 이세현) 역할을 군산문화원으로 위임하고, 주최측 명칭도 '오성문화제례위원회'로 변경한다. 이에 따라 문화제전 행사를 군산문화원에서 주최하게 된다. 이후 주도권 문제로 양분되어 매년 두 차례 열렸으나 2003년 9월 주요 관계자들이 간담회를 갖고 '오성문화대제위원회'로 통합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2009년 11월에는 전문성 확보와 원활한 행사 추진을 목적으로 조례가 일부 개정된다. 이때 개정된 운영 조례안에 따라 위촉위원이 축소되고 행사명을 '오성문화제전'으로 개칭하여 오늘에 이른다. 개최 시기도 군산 시민의 날 전날(매년 9월 30일) 시행하기로 정한다. 이후 모든 조직과 제전행사 일정을 조례에 따라 집행해오고 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 김양규 전 군산문화원장, 참고 문헌은
-<군산문화>(12호, 1998)
-디지털군산문화대전-‘오성문화제전’
-‘2018 오성문화제전’ 행사 경과보고


#오성문화제전#군산 오성산#오성인 묘#오성인 전설#백제 의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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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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