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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의 일이다.

"이거 누가 개수대에 넣었어?"

엄마의 취조하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온 집안을 울렸다. 순간 엄마의 손에 든 달걀껍데기에서 내 시선이 멎었다.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방금 애들 아침으로 스크램블 해주고 정신 없어서 던져 넣었어"라고 범인이 나임을 실토했다.

엄마는 보란 듯이 달걀껍데기를 들어 내게 보여주며, 깨끗이 씻고 물을 탈탈 털어 쓰레기봉투에 던져넣었다. "귀찮게 뭘 그렇게까지"라며 낮게 읊조리는 나를 향해 엄마는 "귀찮다고 막 버리면 안 된다. 남들이 보든 안 보든 지켜야 할 게 있어, 그리고 그런 행동이 우리 애들한테도 다 돌아간다" 하신다.

식탁 위에 놓여진 유기농 목초란이라고 쓰인 달걀곽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엄마는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덧붙였다.

"유기농도 말이 유기농이지, 온갖 잡다한 이물질이 가득한 음식쓰레기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자란 닭에서 나온 알을 유기농이라 할 수 있겠니."

엄마의 마지막 말에 나는 폐부를 찔린 것 같았다. 고백하자면 나는 달걀껍데기를 냄새나고 귀찮다는 이유로 음식물쓰레기로 넣은 적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늘 마트에 가면 유기농 계란만 고집하는 내 자신이 모순덩어리로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 저녁 메뉴로 달걀말이를 해주고 개수대에 던져진 달걀껍데기를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얼른 씻어 쓰레기통으로 버려"라고 채근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유기농 달걀 유기농 달걀껍데기도 일반쓰레기다.
유기농 달걀유기농 달걀껍데기도 일반쓰레기다. ⓒ 이유미
 
정신이 퍼뜩 든 나는 그것을 집어 물에 깨끗이 샤워시킨 후 털어 쓰레기통으로 넣었다. 당연한 행위인데도 뭔가 모를 뿌듯함이 올라왔고, 동시에 음식물 쓰레기의 바른 배출에 대해 자각이 없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여태껏 내 손으로 무심코 버린 수많은 달걀 껍데기를 먹고 자랐을 동식물들이 갑자기 걱정되면서 마음 속에 죄책감이 일었다.

친정에서 들은 엄마의 마지막 말에 나는 뒤통수 한 대를 쿵 얻어맞은 것 같았다. 아이를 위해 유기농 채소나 계란,육류 등은 부득불 고집하면서, 정작 그런 동식물들이 먹는 사료나 퇴비의 주재료가 될 음식물쓰레기의 바른 배출법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득 궁금해진 나는 검색창에 음식물쓰레기 배출요령을 쳐 넣었다. 수많은 카테고리 속 한 사진에서 시선이 멈췄다. 음식물 처리장에 모인 음식물에 온갖 이물질이 뒤섞여 있는 괴괴한 장면.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제대로 된 기계가 없는 곳에선 사람들이 손으로 일일이 이물질을 걸러내기도 한단다. 그 모습을 상상하니 눈앞이 아찔해졌다. 누군가의 손으로 버려진 이물질들이 또 누군가의 손에서 걸러져야 한다니... 아이러니 하면서도 안타까운 현실에 한숨이 절로 내쉬어졌다.

음식물 처리장의 이물질 제거작업을 도와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우리의 작은 손놀림 하나로 그 수고를 충분히 덜어줄 순 있다. 먼저 음식물쓰레기의 바른 배출법을 숙지해두는 것. 음식물 배출의 기준은 '퇴비나 사료로 이용할 수 있느냐'였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것 외에 내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양파껍질, 한약재나 티백 안의 차가루, 코코넛이나 파인애플 같은 딱딱한 껍질은 일반쓰레기이다. 그리고 고추장 된장 등도 염분이 높아 사용될 수 없으므로 최대한 물에 흘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수박이나 멜론도 딱딱한 껍질인데 일반쓰레기일까?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음식물 처리 공정 과정을 찾아보았다. 처리장에 모여진 음식쓰레기는 선별 작업을 통해 분리된 후 파쇄기로 잘게 부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후 가열해 균을 죽이고 탈수 및 건조 과정을 거친 후 1차 재료로 가공된다고 한다.

껍질의 단단함 유무에 따라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고 하는데 코코넛 껍질이나 호두껍질, 파인애플 껍질의 경우 선별 작업을 어렵게 하고, 분쇄작업 중 기계의 고장이나 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일반쓰레기로 분류한다는 것.

이에 반해 수박이나 멜론 껍질은 단단함이 덜하여 음식물쓰레기라고 한다. 쉽게 말해 분쇄기에 넣었을 때 부드럽게 부숴지냐의 차이이다. 나는 단단한 나무껍데기를 생각했다. 껍질이 단단한 나무와 같은 느낌이면 일반쓰레기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늘상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보호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 한 개인이 음식물쓰레기의 바른 배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신경써서 버린다면 그것을 선별하는데 드는 공정이나 비용도 줄이고, 나아가 질 좋은 사료나 퇴비를 만들 수 있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나 하나쯤이야 가 아닌 나 하나라도 노력해야 그 작은 힘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인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자신이 배출한 음식물쓰레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무슨 용도로 활용되는지 정확히 알고 바르게 배출했으면 한다. 음식물을 버리기 전, 음식물로 만든 사료나 퇴비를 먹고 자랄 동식물들을 한 번쯤 생각하고, 결국 그것을 소비하는 것은 우리임을 자각하며 어느 때보다도 신중함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바람이 불 때 흙을 뿌리면 결국 그 흙이 나에게로 돌아와 눈을 따갑게 한다"라는 불교의 한 구절이 있다. 우리가 오늘 무심코 배출한 음식물쓰레기가 독이 되어 내 몸에 돌아오지 않도록 지금부터 머리로 관심을 가지고 손으로 부지런히 행해야 할 것이다. 마트에서 고심하며 유기농 채소와 계란을 고르는 것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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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는 에세이작가가 되고 싶은 작가지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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