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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기자 말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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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대문구 대현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림(별명)입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함께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어야 할 정당성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여성가족부의 일이 이 사회에 필요한 일인데, 이게 없어지려면 그럴만한 큰 책임을 질 만한 일이 생겼다든지 해야 하잖아요. 이 부처가 필요 없을 정도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게 있다면 생각해 보겠는데 제가 보기에는 전혀 그런 게 없는 거예요. 

제 주변에 '여성가족부 폐지돼야지'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어서 왜인지 물어봤었거든요. 답이 '워낙 뻘짓을 많이 했잖아' 이런 식으로 하길래,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또 물어봤거든요. 대표적인 걸 셧다운제라고 하더라고요. 제 기억에는 그게 저 고등학교 때 나왔던 건데 그게 아직까지도 부처의 존망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일인가 생각이 많이 들어요. 

한 부모 가정을 지원한다든가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 같은 사회에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 도와주는 업무를 여성가족부가 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은 신경도 안 쓰고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부처를 없애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정당성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렸던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그 일곱 글자만 올리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정당성을 말하는 게 아니고 폐지되어야 한다는 단어만 올리는 게요. 안 그래도 루머들도 많고 여성가족부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차라리 이유라도 적었으면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잖아요. 한 부모 가정이라든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대체 어떤 무력감을 느끼게 만들려고 저런 글을 올리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한 부모 가정이거든요. 엄마가 저랑 남동생 둘 키우시는데 제 입장에서는 나는 그래도 국가에서, 여성가족부에서 지원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걸 그냥 폐지해버린다고 하니까, 그러면 어쩌자는 거지 이렇게 되는 거예요.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부처를 없애겠다고 하는 게, 페미니즘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그 표를 받기 위해서 하는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 거죠. 그렇게 편가르기를 하게 만드는 거였어요. 대통령 뽑는 일인데 공약도 읽어보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안 하도록 가장 예민하고 사람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문제를 악의적으로 건드렸던 거죠." 

'무고죄 강화' 공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이거 진짜 황당했어요. 무고죄를 강화시키겠다는 건 정말 그 가해자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거거든요. 제 주변 친구들도 처음에는 '무고죄를 강화한다는데 그러면 가해자로 오인받을 일도 없고 정말 정의로운 세상에 더 가까워지는 거 아니냐'라고 하더라고요. 무고죄 라는 단어만 들으면 시민이 무고하게 죄를 받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이렇게 받아들이게 되잖아요.

그 취지만 들으면 좋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어떻게 악용될지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성폭력 사건에서는 마땅한 증거가 없어서 가해자가 무죄가 되면 그때 피해자를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게 되는 거잖아요. 이런 악용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는 많이 이야기되지를 못한 것 같아요. 

이게 사실은 언론에서 무고죄를 너무 크게 부각시키는 게 있어요. 매일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는 너무 매일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언론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 사건들도 많잖아요. 그 수많은 사건 중에 무고죄와 정말 연관되어 있는 사건은 별로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몇 번 없는 일인데도 주목도가 생가니까, 언론에서 쓰고 사람들은 크게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정말 해결되어야 할 고질적인 문제인 성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고죄를 강화시킨다는 게 성폭력 피해자를 고립시키겠다는 말이랑 같은 거거든요. 얼마나 말하기가 더 힘들어지겠어요." 

"낮은 성평등 지수, 성별 임금격차... 여성차별은 통계로 존재한다"

- 이준석 전 대표도 비슷한 발언을 많이 했는데요. 그중에는 '여성들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 있다'는 것이 있었어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여성이 가지는 피해의식은 정말 데이터로 나오는 거잖아요. 성평등 지수도 OECD가입국 중 바닥을 찍고 있는 거고요. 이 데이터 자체를 공격할 때도 있던데, 이게 만들어냈다거나 임의적인 수치가 아니잖아요. 임금 격차도 따져보고 경력 단절도 다 고려해서 발표한 것인데. 그리고 그 자료뿐만 아니라 많은 통계자료에서 증명이 되고 있는 거고요. 

은행에서 남녀 지원자 점수 조작해서 남성 지원자를 합격시킨 사례가 있잖아요. 그걸 좀 찾아보니까 여러 은행에서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더라고요. 이게 현실이잖아요. 이런 일이 있는데 역차별이라거나 여성을 우대함으로써 남성이 받는 피해는 도대체 무엇인지, 저야말로 진짜 궁금하거든요. 그나마 사례로 드는 게 데이트 비용 아니면 회사에서 남자가 무거운 짐 많이 든다 이런 생활에 관련돼 있는 부분밖에 없어요. 취업이나 경력을 유지한다거나 생계에 관련된 건 없잖아요."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제가 여성가족부 폐지에 정당성이 없다고 했는데 반면에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여성가족부라는 게 존재하지 않으면 여성에 대한 문제는 더더욱 축소돼서 보도될 거라는 게 분명하다는 것 하나랑요. 분명히 지금 많은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여성가족부는 성폭력이라든가 성차별, 이런 거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을 할 만한 유일한 부처에요. 이 일을 다른 부처로 다 쪼개어놓는다? 그러면 그게 정말 윤석열 대통령 말대로 개인 개인이 (대처)하는 방식이 될 텐데. 그게 그렇게는 해결이 안 되는 거거든요. 여성이 성폭력 피해자가 많이 되는 이유는 여성이 신체적으로 힘이 약하고 범죄의 대상이 되는 조건이 발생하는 건데. 힘이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이 저질러지고 있다면 그건 구조적으로 그걸 방치하는 거거든요. 교육도 안 하고 대책도 안 세우고. 그걸 반대로 보호하고 예방하는 그게, 국가가 해야 하는 일 아닌가요."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단체들은 14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및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경남행동’ 출범을 선언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단체들은 14일 오전 경남도청 정문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및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경남행동’ 출범을 선언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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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가족부에서 더 추진해야 할 정책은 어떤게 있을까요? 

"지역에서도 교육 등을 통해서 여성차별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여성들의 경제적 활동 촉진하는 거 너무 중요하거든요. 구청에서나 다양한 기관 단체들에서 나서줘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이런 걸 하는 게 당연한 일이구나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줘야 하기도 하고요." 

-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성차별, 성폭력 문제가 있다면 어떤 거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너무 낮고요. 언론이 2차 가해하는 거에 대해 시급하게 막아야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여성 연예인이 sns에 글 하나 썼을 뿐인데 '남성을 싫어하는 연예인' 이런 식으로 둔갑되어버리고. 그런 게 자극적이어서 조회수도 엄청 높잖아요. 이런 거에 대한 아무런 제재가 없잖아요. 사실이 아닌 것도 많거든요. 허위 사실에 가까운 정보들이 너무 많이 유포되고 있어요." 

태그:#여성가족부폐지반대, #서대문구, #성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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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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