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확대 정착을 요구하는 화물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25일로 이틀째를 맞는 가운데, 파업의 핵심 쟁점인 안전운임제의 효과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토부는 화주나 운수업계 입장에 발맞춰 안전운임제 무용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화물 노동자들은 정확한 통계가 아니고 효과 여부는 장기 추세를 봐야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2020년 이후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수가 줄지 않았다며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직전인 2019년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1명이었으나 시행 이후인 2020년엔 25명, 2021년엔 30명으로 오히려 늘었다. 견인형 화물차의 교통사고 사고건수도 2019년 690건에서 2020년엔 674건으로 줄었지만, 2021년엔 745건으로 다시 늘었다.
하지만 화물연대 측은 해당 통계 수치에 안전운임제 미적용 사례도 포함돼 있어 정확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 국토부가 해당 통계에서 지칭한 '견인형 화물차' 3만 5000대 중 78%(2만 7500대)만 안전운임제 적용(시멘트·컨테이너) 차량이었다.
박연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정책기획실장은 통화에서 "국토부가 제시한 통계 자체가 명확한 통계가 아닐뿐더러, 교통사고의 원인이 매우 다양한데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숫자만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화물연대 측은 교통사고율 등은 1~2년의 단기적인 등락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교통사고에 미치는 변수는 매우 다양하기에 사고율은 매년 증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라며 "짧은 시기가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선을 봐야 한다. 40년 넘게 안전운임제가 시행되고 있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경우 장기적으로 교통사고 추세가 감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호주 뉴사우스웨일주(1979년부터 안전운임제 시행)와 그 외 지역에서 1989~2021년 사이 굴절식 트럭이 연관된 치명적인 차량사고의 비율을 보면, 뉴사우스웨일주의 경우 1989년 12%에서 2021년 9% 정도까지 내려왔다. 그 외 지역은 큰 변화가 없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의 토니 쉘든(Tony Sheldon) 상원의원은 지난 22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보낸 서신에서 "이번 기회에 한국에서 안전운임제를 영구 시행하고, 더 많은 품목에 확대 적용한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함으로써 과로·과적·과속을 줄여 도로 위 다른 시민들의 안전도 함께 도모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앞서 2020년부터 시멘트·컨테이너 2개 품목 운송에 한해 시행됐고, 올해 말 사라지는 '일몰'을 앞두고 있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주장하며 8일간 파업했다. 당시 정부가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하면서 파업이 풀렸지만, 이후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5개월이 지난 뒤 화물연대가 다시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하자, 정부·여당은 지난 22일에야 일몰제를 3년 연장하고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하면 사회적 비용이 든다고 하면서 3년 뒤에 또 이 같은 사태를 반복하겠다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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