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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가 3일간의 정책대회를 열었다. 첫날 개회식을 마친 국내외 발표자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보건의료노조가 3일간의 정책대회를 열었다. 첫날 개회식을 마친 국내외 발표자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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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노조는 11월 29일 오후 1시, 경기도 양평시 블룸비스타 그랜드 볼룸에서 12월 1일까지 3일간 진행되는 정책대회 개회식과 첫날 일정의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400여 명의 보건의료노조 현장 활동가들이 참가해 대회장을 가득 채웠다.

첫날 콘퍼런스는 환자 안전과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Nurse-to-Patient Ratios)' 국제 비교 콘퍼런스로, 미국, 일본, 독일 등 각국의 간호사 대 환자 비율 현황과 간호사 대 환자 비율 제도화를 위한 각 노조의 투쟁이 소개됐다.

콘퍼런스는 김용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제네이 트리운포-코르테즈 미국 NNU(간호사노조연맹) 위원장과 사사키 에츠코 일본 의료노동조합연합회 집행위원장, 토르벤 프라우스 독일 Ver.Di 보건부문 정책담당자,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이 각국 사례를 발표했다.
     
국제 콘퍼런스에 앞서 진행된 개회식에서는 나순자 위원장이 대회사로 개막을 알렸으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 강은미 국회 보건복지위원이 연대사와 축사를 했다.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영상과 서면을 통해 축사를 전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보건의료노조는 지금까지 의료민영화 저지, 건강보험 하나로, 보호자 없는 병원, 보건의료인력지원법 제정, 공공의료 강화 등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투쟁해 노동운동의 역사를 써왔다는 긍지를 갖는다"면서 "'의료 불평등 해소, 노동 위기 돌파, 더 큰 연대로 20만 조합원 시대'를 주제로 한 이번 정책대회를 통해'제2의 산별노조 운동'을 시작하자"며 정책대회의 불을 지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산별노조 강화, 청년세대 소통, 조직 확대 등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에서 다루는 문제 모두 민주노총 모든 조직이 맞닥뜨린 과제"라며 "민주노총 간부들이라면 누구나 꿈꾸었을 2박 3일간의 정책대회를 통해 중요한 내용을 만들고 그것이 민주노총 전체에 확산되도록 지혜를 모으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축하했다.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창립되며 3대 과제로 산별노조 건설, 사회개혁 투쟁,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내걸었다. 그중 하나인 산별노조 건설의 선봉장이 보건의료노조"라며 "'돈보다 생명을'이라는 구호 아래 '암부터 무상의료'를 비롯한 수많은 의료공공성 강화 투쟁, 사회개혁 투쟁을 통해 산별노조로서 한국사회를 바꾸고 있다"고 평하고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정책토론회 내용을 더욱 다듬어 내년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 제출하겠다고 하니 기대된다. 제2의 산별노조건설 선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돈보다 생명' 외치는 보건의료노조, 사회개혁 통해 한국 바꾸고 있다" 
 
강은미 국회 보건복지위원(정의당)은 “의료기관 현장에서 의료공공성 강화를 외쳐주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기에 여러분의 활동에 감사하다” 밝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 9.2 노정합의를 반드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강은미 국회의원 강은미 국회 보건복지위원(정의당)은 “의료기관 현장에서 의료공공성 강화를 외쳐주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기에 여러분의 활동에 감사하다” 밝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 9.2 노정합의를 반드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강승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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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미 국회 보건복지위원(정의당)은 "2004년 첫 산별교섭 성사를 비롯해 노동악법 직권중재 철폐 투쟁,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보건의료제도 개혁을 위한 투쟁과 9.2 노정합의 등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조 운동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큰 족적을 남겨왔다"며 "의료기관 현장에서 의료공공성 강화를 외쳐주지 않는다면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한계가 있기에 여러분의 활동에 감사하다" 밝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 9.2 노정합의를 반드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춘숙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민주당)은 영상을 통해 "정책대회가 간호인력 기준 마련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기 보건의료인력 정책 수립에 시사점을 주는 자리였으면 한다"며 "정책대회를 통해 보건의료노조가 많은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서 9.2 노정합의 이행과 간호사 Ratios 기준 마련을 위해 국회에서 힘을 보태겠다"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서면 축사를 통해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적정한 배치기준을 만드는 것은 안전한 보건의료 환경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과제"라며 "보건복지부도 현재 의료 질 향상과 환자 안전 강화를 위해 필요한 간호사 인력기준과 함께 '간호관리료 차등제' 개편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콘퍼런스 발표에서 제네이 트리운포-코르테즈 전미 간호사노조연맹 위원장은 "여러 번의 시도가 좌절됐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투쟁한 결과 1999년 Ratios 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고 간호사 대 환자 비율법으로 가장 유명한 캘리포니아 주법 제정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은 현장 간호사의 판단에 근거하고 환자 중증도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면서 "법에 따라 비율이 지켜지지 않으면 건당 2만 5천 달러의 벌금이 부과돼 사용자가 주의할 수밖에 없었고, 간호사가 1년에 만 명씩 늘며 이에 따라 간호사들은 즉각 차이를 느꼈으며 결과적으로 환자를 적절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표에 나선 사사키 에츠코 일본 의료노동조합연합회 중앙집행위원장은 "일본도 오랫동안 간호인력이 부족했고, 2006년 의료보험 수가 개선으로 간호사 1명당 환자 7명 기준을 마련하고 간호 직원의 배치 기준에 따라 더 높은 수가를 지급하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1:7 기준으로 운영하고 의료보험 수가를 받기 위한 조건(의사 수, 환자 중증도 등)이 갈수록 빡빡해져 간호사 1명당 환자 7명을 초과하는 기준(1:10 등)을 선택하는 의료기관이 늘고 있어 여전히 현장에는 간호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사키 에츠코 위원장은 "주 5일 근무, 각종 휴일·휴가, 나이트 오프(야근을 위한 근무면제) 보장과 적절한 간호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일본 전체(병동, 외래, 방문간호 등 총합) 간호사 수요는 300만 명에 달하나, 현재 간호사 수는 150만 명 정도에 불과하기에 기자회견과 집회, 대국회 청원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간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사회에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로 발표한 토르벤 프라우스 독일 통합서비스노조 보건부문 정책담당자는 "독일도 90년대까지 간호사 인력규정 협약이 없어 간호인력이 굉장히 부족했다"며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요구로 연방보건부가 1993년 모든 환자에 대해 나이와 간호 필요도에 따라 시간(분)값을 평가한 간호인력기준인 "PPR"을 1:5 기준으로 만들었으나 건강보험조합 등이 인력 충원에 필요한 비용 지출을 반대해 99년 이후 실효성을 잃어, 이후 연방보건부가 PpUG라는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제도 변천사를 설명했다.

토르벤 프라우스 정책담당자는 "현행 PpUG 제도 아래 간호사 인력 기준의 한계로 ▲'적정'이 아닌 '최소' 기준에 그치는 수준에 불과하고 ▲모든 과/부서에 적용하지 않으며 ▲간호조무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Ver.Di는 독일 간호사협회, 병원협회와 함께 '환자당 투여되는 전체 시간값'을 반영한 새로운 간호인력 기준인 'PPR 2.0'을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주호 원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앞으로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 이주호 원장은 "보건의료노조는 앞으로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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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연구원장은 "역사적인 9.2 노정합의 이행이 정체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9.2 노정합의 전면이행을 내걸고 보다 더 큰 투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구체적 요구로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환자 비율 개편 ▲상대적으로 간호인력 배치 수준이 높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을 1:5 기준으로. 보조인력 기준 1:20으로 강화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실제 근무조당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으로 1:5부터 1:12(현행 의료법 충족 하한)을 범위로 상향개선 ▲건강보험 간호수가 독립 ▲간호업무 명확화 ▲개선효과가 간호사에게 직접 돌아가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이주호 원장은 "간호사 인력기준 마련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 인력 기준 마련의 첫 시작"이라며 "9.2 노정합의에 따라 간호사 직종뿐 아니라 6개 보건의료직종(간호사,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의 적정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직무 실태조사를 종료해야 하고, 내년도 정부 예산에 직종별 인력 기준 연구비 6.4억, 보건의료인력종합데이터베이스 구축비 25억이 배정되도록 대국회 투쟁 중"이라면서 보건의료노조는 앞으로 간호사뿐만 아니라 모든 보건의료인력 기준 마련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국제 콘퍼런스를 계기로 함께 참여한 미국(NNU), 일본(의노련), 독일(Ver.Di), 호주(NSWNMA)> 노조와 UNI, PSI, GNU 등 국제 노동단체들에게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간호사 ratios와 모든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인력기준 마련, 주4일제 노동시간단축, ILO 간호협약 149호 비준, 의료민영화 반대를 위한 국제연대와 교류사업 강화를 제안했다.

발표를 마치고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각 나라별 간호사 비율(ratios) 기준을 만든 과정과 각 노조의 투쟁 ▲정부와 사용자의 반대 여부와 극복방안 ▲미 준수시 벌칙 조항 ▲인력수급 대책과 노조의 인력확충 대책 ▲병원 파업의 합법성 ▲의료기관 내 간호사 외 타 직종 인력기준 존재 유무 ▲간호사 임금 수준 및 의사직군과의 임금격차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보건의료노조는 11월 29일 첫 일정으로 국제 콘퍼런스를 성황리에 마치고 11월 30일과 12월 1일 양일간에 걸쳐 국내 콘퍼런스를 개최해 지금까지 걸어온 25년의 성과와 한계를 돌아보고,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도약으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산업별 노동조합 미래전략을 수립한다.

둘째 날과 셋째 날에는 60여 명에 달하는 연구진과 보건의료노조 중앙·현장기획단이 올 한 해 논의하고 연구한 ▲조직진단(전임간부 활동 및 현장활동 돌아보기) ▲청년세대 삶과 노동 ▲조직강화(조직체계, 운영 및 회의구조) ▲조직확대(20만 조직화 전략) ▲단체교섭(초기업 교섭 추진전략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정책대회를 통해 나온 연구와 토론 결과를 모으고, 내년 1월 5일-6일 지부장-전임간부 수련회를 거쳐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조직강화·조직확대·초기업 교섭을 위한 미래전략을 확정하고 2023년부터는 우선 실천과제를 추진함과 동시에 전 조직적 산업별 노동조합 교육과 토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게재됩니다.


태그:#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노조 정책대회, #나순자, #권영길, #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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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통일활동가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에 노동·통일 관련 기사를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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