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
나는 무언가를 살 때 제법 신중하며, 가성비를 따지는 편이다. 아끼거나 절약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잘 사용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건을 정리하는데 제법 게으른 편이라 집이 정신없는 편이다. 자칫 더 지저분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라도 구매는 신중한 편이다. 또한 한 번 산 물건은 되도록 오래 사용하는 편이다.
이렇다보니 웨이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운동용품을 새로 사는 일은 없었다. 집에서 신던 운동화를 빨아서 가지고 갔고, 운동복은 집에서 입던 밴드형 바지와 티셔츠가 전부였다. 내가 이 운동을 끝까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으므로 회원권을 끊은 것 이외에 쓴 돈은 없었다.
그러나 1년이 넘은 지금, 운동용품이 제법 늘었다. 트레이너가 권유해서 산 것도 있고, 부족해서 산 것도 있고, 추가로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산 것들도 있다. 없어도 되지만, 있어서 더 효과적인 것들도 있고, 꼭 필요한 것들도 있다. 그동안 구매한 운동용품들은 제법 잘 활용하고 있는 편이다.
그동안 구매해서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사용하게 될 것 같은 운동용품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운동용품은 헬스스트랩이다. 헬스스트랩은 데드리프트(서서 무릎을 편 상태로 팔을 뻗어 역기를 잡고 상체를 일으키는 운동)나 풀업(등 근육 운동)을 할 때 사용한다. 헬스스트랩은 손목을 감싼 뒤 패드 부분을 봉에 둘러서 사용하면 된다.
이 헬스스트랩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악력때문이었다. 처음 데드리프트를 할 때, 악력이 부족해서 바가 손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데드리프트는 팔을 쓰지 않고, 등근육과 허벅지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데, 악력이 부족하니 팔에 힘이 들어갔다.
제대로 힘을 주어야 할 부위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세도 바로 잡히지 않았다. 그때 헬스스트립을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헬스스트립을 사용한다고 해서 데드리프트가 쉬워지는 건 아니었지만, 엉덩이와 허벅지 뒤쪽 근육에 집중되도록 도움을 주었다.
헬스스트랩을 사용하기 전에 악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있지만, 웨이트 초보자나 중량을 높이는 단계에서 도움을 받으면 좋다. 헬스스트랩을 썼다고 해서 중량이나 횟수가 드라마틱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헬스스트랩은 단지 힘을 주어야 할 부위에 힘을 주도록 도움을 주는 보조용품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비용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2만 원 중반대 정도로 구매했다. 모양이나 기능이 단순해서 한 번 사면 평생 사용할 만한 아이템이라 운동을 한다면 한 개쯤 사는 것을 추천한다.
두 번째 운동용품은 헬스장갑이다. 맨 처음 장갑을 끼고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면 운동 고수이거나 혹은 운동 패션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인 줄 알았다. 하지만, 스포츠용품 사용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운동을 하다 보니 손에 굳은살이 제법 생겼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손바닥의 굳은살은 크고 단단해졌다. 얼굴에 로션을 바를 때 굳은살이 볼에 까칠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이도 내 손을 잡을 때마다 손바닥에 가시가 박힌 것 같다는 표현을 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다는 상징이긴 하지만, 로션을 바를 때마다 느껴지는 까칠함이 싫었다. 방지할 수 있다면 방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헬스장갑을 구매하게 된 계기다.
헬스장갑은 헬스스트립에 비해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가격대가 있었다. 저렴한 것에서부터 비싼 것까지. 가격은 만 원 중반대, 모양은 손바닥만 가려주는 오픈형으로 샀다. 나는 운동하면 손에도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었다. 오픈형 헬스장갑은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다. 헬스장갑을 사용한다고 해서 굳은살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전처럼 가시가 박힌 것 같은 느낌은 없어졌다. 손바닥의 굳은살이 싫다면 헬스장갑을 추천한다.
세 번째는 운동화다. 헬스장에서는 외부에서 신는 신발을 그대로 신고 운동할 수 없다. 먼지 때문이다. 운동 전용 운동화가 필요하다. 처음엔 집에 있던 단화를 빨아서 가지고 다녔다. 단화를 신고도 운동은 할 수 있지만, 러닝머신 등의 유산소 운동을 할 때는 좀 불편했다. 게다가 거의 매일 운동을 다니니 늘어나고 헤지는 속도도 빨랐다.
5만 원대 정도 중반의 런닝화를 샀다. 아는 지인은 운동화는 비쌀수록 그 값어치를 한다고 했지만, 가성비를 따져 적당한 것으로 골랐다. 단화에서 런닝화로 바꾸니 신세계였다. 단지 운동화 하나 바꿨을 뿐인데, 자세가 좀 더 안정적으로 나오고 발바닥의 피로도가 훨씬 덜했다. 운동을 시작한다면, 운동화 하나쯤은 좋은 것으로 마련해도 괜찮을 것 같다.
네 번째는 스마트워치다. 내가 사용하는 운동용품 중 가장 비싼 가격대다. 스마트워치의 첫 경험은 미밴드였다. 1세대 미밴드로는 걸음수와 시계 기능을 주로 썼다. 그러다 3~4년간 어메이즈핏을 쓰다가 올해 애플워치로 정착했다.
애플워치는 워낙 고가제품이라 살까말까를 많이 망설이다 올해 생일선물로 샀다. 운동하는 사람들에겐 제법 활용도가 높다는 평이 있어서 구매를 결심했다. 애플워치를 사용한지 9개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운동 파트너가 되었다.
애플워치의 활용도는 운동할 때 심박수나 운동시간을 체크하는 것 이외에, 목표 운동량을 달성하면 배지라는 것을 주는데, 이것이 은근히 성취욕을 자극한다. 그냥 그림으로 받는 배지일 뿐인데도 '이번 달은 운동을 열심히 해서 배지를 받고 말겠어!'라는 마음이 생긴다.
이 배지는 기존 데이터를 분석 한 뒤에 내가 할 수 있는 역량에서 약간 높은 수준을 원한다. 조금 느슨하게 운동하게 되면 배지를 얻지 못하는 달도 있다. 게다가 다른 애플워치 사용자와 운동데이터를 공유하는데, 그게 또 은근히 성취욕을 자극한다. 나는 여동생과 운동데이터를 공유한다. 대부분 여동생은 수영으로, 나는 근력 강화운동으로 대부분의 운동시간을 채운다.
사실 위에 말한 운동용품이 '꼭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꼭'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필요조건은 아니지만, 충분조건 정도 되는 것 같다. 웨이트 운동은 사람에 따라서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운동이다. 혹은 열심히 하다가도 지루해질 수 있다. 혼자 해야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시작해서 스스로 멈출 수 있고, PT를 받지 않는 이상 중량이나 횟수, 강도도 혼자 결정해야 한다.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지도 않는다. 그러니 쉽게 지루함에 빠질 수 있다.
그럴 때 도움을 받는다면 지루함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지루함을 극복하고 나면 운동의 즐거움을 조금 더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