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벌써부터 겨울나기가 걱정이다. 추워서 좋은 건 몇 없지만 그래도 찾자면 달게 살이 차오르는 해산물, 기온이 떨어지면 바닷 속은 맛있어진다. 그 중에서도 지금 이 시기에 꼭 먹어야 하는게 있다면 홍가리비다. 울긋불긋 화려한 모양새에 '단풍조개'라고 부르는 홍가리비가 제철을 맞아 어찌나 저렴한지 1kg에 오천원이 채 안 된다. 올해 홍가리비 양식이 풍년이라 품질 좋은 가리비들이 저렴한 가격에 풀렸다는 이야기에 요즘 우리집 장바구니 단골손님이 됐다.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가리비, 해만가리비, 비단가리비, 홍가리비 중 홍가리비는 크기가 작은 대신 살만큼은 누구보다 달아 찜이나 국물요리에 제격이다. 별 다른 조리 없이 청주 살짝만 더해 쪄내도 단 겨울 바다의 맛 그대로를 즐길 수 있으니 이게 계절의 호사다 싶다.
가리비가 풍년이니 더 다양하게 요리해 먹고 싶어 달래를 곁들인 가리비버터술찜을 하고 그 국물로는 파스타를 볶는다. 초겨울에 가장 살이 달게 오르는 홍가리비와 봄을 기대케 하는 향긋한 달래의 만남이 꽤나 절묘해서 두 계절의 가장 좋은 점만 모아 놓은 것 같다. 11월부터 나오기 시작해 3월까지 쭉 나올 홍가리비지만 12월까지가 제일 맛있으니 올 연말 우리집 식탁에는 가리비가 몇 번이고 더 오를 예정이다.
달래 홍가리비 버터술찜과 파스타
재료 (2인분 기준)
홍가리비 1kg, 파스타면 2인분, 달래 10줄기, 마늘 3~4톨, 페퍼론치노 약간(홍고추, 청양고추 등 취향에 따라 대체 가능), 청주나 화이트와인 1/3컵, 버터 2큰술, 피시소스 1/2~1큰술, 레몬 1조각, 올리브유 적당량, 후춧가루 약간
만들기
1. 홍가리비는 소금물에 30분~1시간 해감한 뒤 흐르는 물에 솔로 겉면을 박박 닦아가며 손질한다.
2.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파스타면을 삶는다. 면이 다 삶아지면 삶은물(면수) 1컵을 따로 빼 두고 면은 체에 밭친다.
3. 달래는 하얀 밑둥 부분만 잘라 칼등으로 으깨 다지고 위의 파란 줄기는 1~2cm 길이로 자른다. 마늘은 얇게 저민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달래 밑둥 으깬 것, 마늘, 페퍼론치노를 넣고 향을 내며 볶다가 손질한 가리비를 넣고 볶는다.
5. 가리비 껍질이 열리기 시작하면 청주와 버터를 넣고 뚜껑을 덮어 중약불에서 5분가량 익힌다.
6. 다 익은 가리비를 건져내 그릇에 담고 팬에 남은 국물에 삶은 파스타면을 넣어 잘 저어가며 볶는다. 너무 빡빡하다 싶으면 면수를 조금씩 넣어 농도를 조절한다. 피시소스로 간한다.
7. 파스타를 가리비 옆에 담고 달래의 파란 줄기부분과 후춧가루를 뿌려낸다. 레몬 조각을 곁들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