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평야에는 고라니가 늘 함께 했다. 그 수가 하도 많아 '대한민국의 세렝게티'로 불렸다. 국내에는 많은 수가 있지만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 목록에 등재되어 보호받는 종이다. 국내에만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요성을 알지 못하는 종이기도 하다. 심지어 유해조수로 지정되어 사냥되기 일쑤다.
장남평야에는 고라니 50마리 이상이 서식한다. 여름철에는 모와 풀이 자라면서 수를 매번 확인하지 못하지만, 겨울이 되면 농경지에서 휴식중인 고라니 떼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은 수를 확인하지 못한다. 지난 4일 약 10여 마리의 고라니만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되니 국립수목원에서 사살한 12마리의 고라니가 더 안타깝다. 국립수목원과 장남평야를 이동하면서 서식했던 고라니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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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의 감소는 중앙공원 2단계 개발 공사로 인한 초지 매립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남겨진 농경지와 초지는 약 80만 제곱미터이다. 이중 약 27만 제곱미터를 제외한 나머지를 공원 조성을 위해 성토를 진행 중에 있다.
공원이 조성되고 나면 다양한 습지와 초지가 인공적인 공원으로 변하게 된다. 대규모 공원을 개발하고 남겨진 농경지는 생태섬이 될 것이다. 이후 고라니는 더 이상 은신할 곳을 찾지 못하게 된다.
장남평야는 이제 세렝게티가 아니라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밋밋한 공원으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공원은 세종시 어디에나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고라니가 공존하는 현재 장남평야는 다시 만들 수 없는 곳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립세종수목원은 고라니 사살 이후 지역사회의 비판을 수용하여 고라니를 위한 공간을 2만 제곱미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다행이고 반가운 일이다. 모니터링을 통해 고라니의 생태를 확인하고 실제로 조성된 공간이 고라니의 서식처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수목원과 접한 장남평야도 고라니들의 서식을 위한 완충지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목원에서 진행한 것처럼 말이다. 중앙공원으로 모두 획일적인 공원이 아니라 고라니를 위한 서식처를 국립수목원과 연계하여 조성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단순한 공원 조성계획이 확정되어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지금이라도 계획을 수정하고 공존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장남평야는 단순히 사람만을 위한 곳이 아니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공존의 방향을 찾는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고라니를 통해 공존의 성공 사례가 장남평야에서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