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4,718명. 2019년 한 해 동안 발병한 암 환자 수다. 2021년 12월 30일 자 <병원 신문> 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암 환자 상대 생존율이 70.7%로 증가했다.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암 경험자가 완치 후 사회로 복귀해 발병 전의 활동을 이어가는 것에 동의한다. 하지만 암 경험자를 실제 내 동료 또는 직원으로 대면하는 것은 피하고 싶다는 인식 또한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14일 공감 사회적 협동조합(아래 공감)에서 만난 장은종 대표는 "사람들은 암 환자들이 집에 누워만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2021년 월평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았을 때를 떠 올리며 운을 뗐다.
항암 치료를 끝내던 해였다. 당사자로서 암을 이겨낸 장 대표는 암 환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었다. 틀림없이 암 환자들이 월평동에도 살고 있을 텐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태가 궁금했다. 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누워서 지내겠죠."
과녁에 꽂힌 화살처럼 마음에 박혀 버린 담당 공무원의 답변을 잊을 수 없던 장 대표는, 암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공감은 장 대표의 개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암 경험 당사자들은 사회 복귀를 희망해요. 의술이 발달해서 잘 치료하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지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암 환자들이 어떤 활동도 못 하고 집에 누워만 있을 거라 생각해요."
활발하게 일하는 장 대표에게도 "그렇게 일하다가 재발한다"고 우려의 말을 날리는 지인도 있단다.
"사회 복귀를 하고 싶어하는 암 환자들도 재발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막상 뛰어드는 게 쉽지 않아요. 암 경험 당사자들이 제2의 인생을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도 부족하고요."
그래서 공감이 특히 신경 쓰는 활동이 일자리 사업이다. 암 환자들의 사회 복귀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경제 활동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기존의 생산성만 강조하는 사회 패러다임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모델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올 11월 부처형(보건복지부) 예비사회적 기업이 되면서 채용 인력이 3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직원은 모두가 암 환자 당사자이거나 발달장애인이다.
공감은 재발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힘든 암 환자들을 위해 심리 상담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육아 품앗이도 한다. 공감의 프로그램 중 일부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도서관에서 아이는 엄마표 그림책 놀이를 하고, 엄마는 암 환자들의 심신 건강에 좋은 요가를 진행하는 식이다.
공감의 조합원들 대부분이 30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했다. 공감은 신체, 정신, 문화 등의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운영하고 있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한 장 대표는 국제기구에서 큐레이터로 일한 재원이다.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경영학 박사인 그는 대학원 석사 때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사회적 협동조합 세상만사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