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경주. 경주하면 불국사, 첨성대가 연상되지만, 경주 보문관광단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 중 하나이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경주 시가지에서 동쪽으로 10여 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이 좋고, 보문호의 수려한 경관과 아늑한 호수 풍경을 즐기기 위해 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지난 15일 오후 이곳을 찾았다.
종합관광휴양시설 목적으로 조성
보문관광단지는 우리나라가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문화와 여가, 관광 부문에 눈을 돌린 첫 번째 개발사업이다.
국제적인 종합관광휴양시설인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빼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1년 7월 "신라 고도는 웅대, 찬란, 정교, 활달, 진취, 여유, 우아, 유현(幽玄)의 감이 살아날 수 있도록 재개발할 것"을 친필로 지시했다. 이에 따라 1974년 IBRD와 차관협정을 체결하여 사업비를 확보하고 공사를 시작했으며, 1975년 국내관광단지 1호로 지정받아 경주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주변 시설로는 국제회의장 용도로 사용하는 육부촌과 선착장을 비롯한 기반 시설과 2개의 호텔을 건립한 후 1979년 4월 개장됐다. 그리고 그해 PATA(아시아 태평양관광협회) 총회를 육부촌에서 개최하였다. 경주 보문관광단지는 경주지역의 역사적 특성을 살려 257만 평의 넓은 면적에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지도록 조성되었다.
겨울철 걷기 좋은 보문호반길
우리나라 관광의 역사가 처음 시작된 경주 보문관광단지에는 탁 트인 호수를 벗 삼아 걷는 아름다운 길이 조성되어 있다. 54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보문호 둘레를 걷는 약 8km 거리의 보문호반길이다.
보문호반길은 사계절 언제 찾아도 좋지만, 초겨울 마땅한 여행지가 없는 계절에 찾으면 더 좋다. 호수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걸으면서 겨울 감성을 듬뿍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보문호반길은 입구가 없다. 순환탐방로라 보문호 둘레길 주변 곳곳에 있는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호반길을 걸으면 된다. 기자는 힐튼호텔 앞 보문관광단지 공용주차장을 자주 이용한다. 가는 길목에 경복궁 경회루를 본떠 지은 육부촌과 길 건너편에 우리 조상들의 농경사회 모습을 재현하고자 설치한 육중한 모습의 보문 물레방아를 보기 위해서이다.
보문 물레방아는 인근 덕동호에서 수원(水源)을 공급받아 전기는 일체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자연의 힘으로 기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보문 물레방아에서 승용차로 2분 거리에 보문관광단지 공용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북동쪽에 보문정으로 가는 지하통로가 보인다. 보문정은 보문호반길을 걷기 전 워밍업 장소로 한 바퀴 돌면 좋다.
보문정은 세계적인 보도전문 채널 CNN이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50대 명소"로 선정한 곳이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무성한 푸른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 덮인 모습의 보문정은 한국의 각기 다른 계절의 멋을 경험하기에 완벽한 장소로 손색이 없다.
볼거리 많고 풍광 좋은 보문호
보문정을 빠져나와 힐튼호텔 옆 보문호반길로 접어든다. 어느 방향으로 가도 상관없지만, 호반 1교 방향으로 눈길이 간다. 목재로 만든 아치 모양의 호반 1교의 모습이 멋지다, 물속에 비친 호반 1교 반영 모습이 오늘따라 멋진 데칼코마니를 연출한다.
호반 1교에 이어 호반 2교 징검다리를 건넌다. 호수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신평천이다. 자연석으로 만든 징검다리를 건너니, 어릴 적 개울 돌다리를 건너던 옛 추억이 되살아난다.
징검다리를 건너는데 요란한 함성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90°로 아찔하게 잠시 멈춰 섰다가, 시속 117km로 떨어지는 놀이시설 '드라켄'에서 들리는 소리이다. 바로 옆에는 인공눈으로 눈썰매장을 만드는 작업도 한창이다.
호수 반대편으로 접어들면 전망테크와 금강송 100여 그루로 조성된 금강송 숲이 보인다. 야간에 호수 주변이 어둡다는 여론에 따라, 내년 1월 준공 목표로 보문호반길 조명보강공사가 한창이다. 나무테크길이 있는 이곳은 지대가 높아 호수 전망을 보기에는 숙박시설이 있는 곳보다 여기가 더 좋다.
호수 전망 포인트에 물향내쉼터와 멋진 한옥카페가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탁 트인 보문호의 시원한 전경을 감상한다. 멋진 호수 경관과 한옥으로 지은 카페 분위기로 인해 항상 주변 주자창은 만원이다.
멀리 2013년 준공한 물너울교가 보인다. 보문호의 물을 가두는 제방이 있는데, 그 위를 건널 수 있게 만든 다리이다. 아치형의 상부구조와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교량이라 더 멋스럽게 다가온다. 교량의 디자인 콘셉트는 신라 경덕왕 때 죽은 누이를 위해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스님의 피리 소리를 듣기 위해 사천왕사 앞에서 멈추었다는 '달'의 형상을 모티브로 하였다.
물너울교와 함께 바로 옆에 물너울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알, 별, 하트모양의 경관조명등이 있어 물너울교와 함께 야간에 화려한 불빛으로 관광객을 유혹한다.
물너울교 아래에는 신라시대 정원과 화조원을 모티브로 만든 경주 동궁원이 위치해 있다. 보문호반길 이용객의 불편을 없애기 위해 물너울교에서 바로 경주 동궁원을 구경할 수 있도록 내려가는 길을 새로 만들었다.
물너울공원을 지나면 로마 원형경기장을 축소 재현한 '보문 콜로세움'과 영화에서나 봄직한 고풍스러운 클래식 자동차 등을 전시한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을 만나볼 수 있다. 보문호반광장으로 가는 이 길은 볼거리가 많다. 이국적인 건물인 보문 콜로세움에서 조금 더 가면 사랑공원과 만난다.
보문호반길 핑크뮬리 단지로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누린 사랑공원이 보문관광단지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관광역사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된다. 내년 완공을 목표로 보문관광단지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조형물을 설치해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을 만들고, 산책로와 휴게공간 등을 조성한다.
사랑공원을 지나면 경주보문수상공연장과 이어진다. 보문수상공연장는 각종 행사와 공연 외에 보문호반길 일원에 잔잔한 음악을 송출하는 방송실이 있다. 음악방송을 들으며 걷다 보면 모든 잡념이 사라진다.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에 충분하며, 음악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저절로 힐링이 된다.
보문수상공연장은 이외에도 국내 최장 길이의 집라인도 2023년에 설치된다. 수상공연장 광장에서 출발해 호반광장 인근에 도착하는 약 1.3km 구간이다. 국보 첨성대를 모형으로 한 123m 높이로 세워진다. 외관에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볼거리를 제공하고, 관광역사공원과 함께 보문관광단지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너울교부터는 숙박시설과 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특히 호텔 라한 셀렉트 경주(구 호텔현대)는 2005년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미국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이 경호상의 문제로 이곳에 머물면서 더 유명해졌다.
호텔 라한 셀렉트 경주를 지나 호반길을 걷다 보면 곧바로 보문호반광장에 다다른다. 보문호 선착장, 유선장 시설이 있는 곳이다. 오리배와 보트 등을 타면서 가족, 연인들과 함께 주변 경관을 감상하면 좋다. 호반광장을 지나면 호반 1교가 보인다. 여기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보문호반길은 쉬엄쉬엄 걸어도 원점으로 회귀하는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 찾아가는 길
- 주 소 : 경북 경주시 신평동 375-5(경주 보문관광단지 주차장)
- 주차료 및 입장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