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결승전에서 '평화 연설'을 상영해달라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했다.
FIFA는 18일(현지시각)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에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청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CNN,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를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FIFA에 연설 영상을 보내 월드컵 결승에서 상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세계 평화 정상회담 열자"
그러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했지만, FIFA가 막았다"라며 "FIFA는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게임으로서 축구에 대한 귀중한 이해를 잃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에는 주관적 색채가 없고, 정치적 신호도 없고, 심지어 누군가에 대한 비난도 없다"라면서 "FIFA가 이 메시지를 너무 정치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라고 항의했다.
그러면서 "FIFA는 평화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구 축제에서 평화의 말이 들리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FIFA가 상영을 거부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영상을 공식 소셜미디어로 공개하고 CNN 방송에도 보냈다.
CNN 방송이 공개한 영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월드컵(World Cup)'이 있지만, 세계대전(World War)은 필요 없다"라며 "이번 월드컵은 서로 다른 국가들이 불장난이 아닌 페어플레이로, 붉은 전장이 아닌 녹색 잔디의 경기장에서 누가 가장 강한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아버지는 아들을 데리고 축구 경기를 보러 가고 싶어 하고, 모든 어머니는 아들이 전장에서 돌아오기를 바란다"라며 "올겨울 세계 평화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평화를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의 노력을 지지해달라"면서 "모두 함께 월드컵 결승전을 즐기고, 전쟁을 끝내자"라고 호소했다.
러시아 퇴출한 FIFA, 젤렌스키 연설도 거부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국제회의는 물론이고 미국 그래미상 시상식,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등에서도 평화 연설을 한 바 있다.
CNN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 상영을 거부한 것에 대해 FIFA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며 "FIFA가 이번 월드컵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배제하기 위해 극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월드컵 결승을 앞둔 16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글로벌 기구로서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라며 "모든 사람의 인권과 권리를 수호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는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각자의 문제가 있다"라며 "그들은 90분 혹은 120분이라도 문제를 잊고 아무 생각 없이 축구를 보며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FIFA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지난 3월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러시아 축구 국가대표와 클럽팀의 FIFA 주관 대회 출전을 금지한다"라고 발표하면서 러시아는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