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노동인권 수업을 나가고 있다. "노동인권은 일하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권리로,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차별받지 않아야 하며 누군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함께 연대해서 지켜나가야 하는 권리"라고 이야기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1년에 고작 두 시간 하는 수업에 많은 내용을 담을 수도 없고, 학교에서는 "너무 민감한 이야기는 하지 마시고, 노동법 중심으로 해주세요"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근로기준법 상'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미준수 시 '법적' 구제 절차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플랫폼 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해서도 노동법 보호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는 정도로 수업한다. 그러다 보니 현재의 법이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편의점에서 일하면 연장이나 야간근로 해도 1.5배 못 받네요? 다섯 명이 안 되잖아요"라며 의아해하는 학생들의 얼굴을 마주하면 난감해진다.
앞서 헌법에서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근로기준법'이 마련되었다고, 노동자의 휴식권·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가산 수당을 규정하고 있다고 열정적으로 설명했는데,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5인 미만 사업장은..." 말하면서 얼굴 화끈거리는 이유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국 5인 미만 사업장 수는 전체 사업장의 60%가 넘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전체 노동자의 17%가 넘는다고 한다.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사업주의 지불 능력'이라는 정부의 논리는, 이렇게 많은 노동자가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것을 납득시킬 이유가 되기 어렵다.
그렇기에 "현행법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시간 제한도, 연차휴가도,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도, 유급 공휴일도, 중대산업재해 처벌도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얼굴이 화끈거린다.
하지만 학생들이 이렇게 문제의식을 갖는 것이 한편으론 내심 반갑다. "법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기준이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담아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여러분들도 법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함께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면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반갑다. 5인 미만 사업장 제외 규정,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적용 제외 규정만이 문제가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계약서 작성 및 교부, 임금명세서 교부, 최저임금, 주휴수당, 고용·산재보험 가입, 퇴직급여, 출산휴가/육아휴직 등의 법 규정이 적용된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전반적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적용되는 법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태조사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어 있지 않아 종합적인 통계는 찾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17일 <매일노동뉴스>에 실린 '서울 동부권직장맘지원센터 간담회' 기사에 따르면, 5명 미만 사업장 간호조무사의 경우 근로계약서 미교부 36%, 임금명세서 미교부 57%, 최저임금 이하 임금 50%로 간호조무사 전체 평균(근로계약서 미교부 32%, 임금명세서 미교부 47%, 최저임금 이하 임금 43%)보다 훨씬 높았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몰려 있는 여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노동부 2021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률은 전체 노동자 90.5%인데 비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72.6%, 퇴직연금 가입률 역시 전체 노동자 50.5%에 비해 25.6%밖에 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 총액은 전체 노동자 평균의 72.3%로 나타났다. '월평균' 임금으로 보면 더욱 열악하다. 민주노동 연구원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광역시도 별 실태분석'**에 따르면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은 275만 원이고,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181만 원으로, 65.8%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노동법 사각지대, 열악한 상황인 5인 미만 사업장에 여성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가 몰려 있다. 위 실태분석에 따르면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남성 비율이 높아져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남성이 66.6%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남성이 1,786,000명(48.5%), 여성이 1,898,000명(51.5%)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112,000명 더 많다.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정규직 비율이 비정규직 비율보다 높으며 역시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정규직 비율이 높아져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84.2%가 정규직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68만 4000명 중 정규직은 145만 4000명(39.5%), 비정규직이 223만 명(60.5%)으로 비정규직이 77만 6000명 더 많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동조건이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현실은 여성, 비정규 노동에 대한 차별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건강을 손상시킨다.
최근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 섞인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기본적 노동조건조차 5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적 의무로 적용되지 않는 현실에 의문을 품은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하면서, 혹은 후에 사회로 나와 노동할 때에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 헌법재판소는 1999년 및 2019년 "4인 이하 사업장을 5인 이상 사업장에 비해 차별 취급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일부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근로기준법의 법 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 정책적 결정으로서 거기에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라는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다.
**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민주노동 연구원 이슈페이퍼 2022-04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광역시도별 실태분석' 자료 참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양지님은 공인노무사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후원회원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12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