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중국. 지금 한국 사회는 '반중·혐중' 정서의 온상이다. 2021년 6월, <시사인>과 '한국리서치'는 중국에 대한 한국 국민 인식 관련 여론조사를 했다.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26.4%)은 일본(28.6%)보다 낮았고, 특히 소위 'MZ세대'라고 부르는 한국의 '2030세대'의 중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두드러지게 낮은 15%에 불과했다.
2022년 <동아일보>와 <한겨레>의 여론조사에서도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2016년 동북공정(사드배치)를 계기로 '반중' 정서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발병, '2022 베이징 올림픽'은 반중 정서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반중'은 이제 인식을 넘어서 하나의 밈(Meme)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미 상호 견제 상황, 한미동맹의 전략적 강화, 사드 배치 결정의 보복 기조 등의 한중 정치적 상황도 좋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한중 간의 경제적 교류 또한 경직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추천 도서로 선정돼 화제를 일으킨 <짱깨주의의 탄생> 저자 김희교 교수를 지난 8일 만나 '한국과 중국', '반중·혐중' 정서의 해결책과 우리나라 청년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사람들
- 책에서 반중 감정을 부추기는 특정한 집단이 있다고 하셨는데, 누가, 왜, 혐오를 만드는 것일까요?
"일부 언론인과 정치인 둘 다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당연히 중국도 문제들이 있지만, 실제 있지 않은 것조차 과장, 확대해석해서 부정적으로 보도를 합니다. 기사를 선정적이고 편향적인 비난 논조로 쓰면 클릭수가 굉장히 높아져요. 반중 감정을 건드린 기사 역시 클릭 수가 많이 올라옵니다. 상업적 목적을 가진 기사들에 편승한 정치인들의 중국 때리기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도 반중 감정을 이용하거든요. 미국인들도 반중 감정이 크니까 그 점을 이용해서 득표를 얻습니다. 중국을 배척하려는 전략을 가진 한국 안보 보수주의자도 '중국은 나쁘다'라는 프레임으로 끌고 가기를 원해요."
- 김치, 한복, 역사까지. 한국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과 원산지 논쟁에 많은 관심을 보입니다. 문화소유권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화소유권 논쟁은 실질적 효과와 상관없이 혐오 감정에 큰 영향을 줍니다. 역사적 관점으로 봐도 국가 간 문화나 음식이 전이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실질적 효과도 의문입니다. 현재 세계에서 만두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중국에서 만두 소유권 논쟁을 벌인다면 어떨까요?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감정만 나빠지지 않겠습니까? 서로 비난해서는 얻어가는 것이 없습니다. 국가 간 관계 중 문화 논쟁을 하면 실익을 보기 어렵습니다. 역사가나 문화연구자 같은 전문가에게 맡겨서 정리하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 중국이 주장하는 '김치는 우리 것'이라는 공정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국 14억 인구가 인터넷을 합니다. 일부 기사들이 끊임없이 중국 인터넷을 뒤져서 중국인들은 이렇다, 반중 정서를 부추깁니다. 굉장히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중국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문화나 한복 공정을 발언했다면 충분히 항의하고 따질 문제죠.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이같은 주장을) 중국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에요.
또, 역사적 관점에서 국가에서 국가로 문화나 음식이 전이되면서 조금씩 변형되는 문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그걸 현대의 관점에서 소유권 나누기 전쟁을 하면 그 결과는 뻔합니다. 한때 일본과도 김치 소유권 논쟁이 있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양국 감정만 나빠졌어요. 그렇게 되면 양국의 국가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게 어려워져요. 문화소유권 논쟁에 국민감정을 동원하는 일은 매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교역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보입니다. 미국이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에 개입하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 정부에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이션감축법' 이 두 가지에 있어서 한국을 중국과 디커플링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절대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그럴 정도의 힘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아직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전부 수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디커플링을 선언하면 위기가 찾아올 것입니다. 중국이 본격적인 대응을 할 경우는 치명적일 것으로 봅니다. 독일, 프랑스나 네덜란드는 앞서 미국에 이 정책에 대해 반하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국익에 따라 미국에 할 말은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구에게도 다른 인종이나 국가를 혐오할 권리는 없다"
- 한국은 중국을 경제적 관점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역사학자로서 중국을 보는 관점을 소개해주신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정치, 경제, 외교적 실익을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이웃이라는 걸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웃과 잘 지내지 못하면 바깥의 걱정이 우리 집의 불행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있죠. 중국도 마찬가지로 한국과 함께 우호적으로 지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저도 기회만 있으면 중국에 요구하는 것이기도 해요.
실제로 양국 갈등의 시기보다 평화의 시기가 역사적으로 더 길었습니다. '페르낭 브로델'이라는 프랑스 역사학자의 관점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정치와 경제와 같은 눈에 드러나는 문제보다 일상 세계가 역사를 이끌어 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중국과 우호적으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정치 경제적 관계도 좋아질 것으로 봅니다."
- 코로나19 이후로 전세계에 아시아 사람들에 대한 인종혐오 범죄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 법무부 증오범죄 통계에 따르면, 아시아인 증오 범죄는 2019년 대비 2020년에 77% 증가했습니다. 혐오에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혐오를 권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등장하는 혐오는 인종주의적 성향을 가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현상입니다. 폭증하는 혐오가 인종주의로 자리 잡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방법은 하나입니다. 혐오는 혐오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목적을 간파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그런 세력들의 활동은 폭증했습니다. 중국과 관련된 국익의 문제를 인종주의적 혐오를 확산하여 특정 집단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려는 세력이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국익과 인종주의적 혐오는 전혀 별개로 다루어져야 합니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도 특정한 인종이나 국가를 혐오할 권리는 없습니다. 인종주의나 혐오를 사용하지 않고도 국익은 지킬 수 있습니다."
-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추천해주실 책이나 영화 혹은 강의가 있을까요?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하기 전에, 세계화 시대에 살아가는 청년들이 세계의 여러 문화를 이해하고 세계적인 시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추천하는 콘텐츠는, 중국 뉴스나 중국 신문을 직접 보는 겁니다. 홍콩 신문도 한국 언론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본다면 도움이 되겠죠. 그러면 중국이 스스로 자신의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감이 생길 것이고, 중국인들에 대해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거라고 봐요. 중국에 대한 관점이 정립되는 것이죠. 그럼 중국에 대해서 여기저기서 말하는 것에 휘둘리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번역 기술이 좋아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늘 경계해야 할 것은 필터링되는 2차 자료들입니다."
- 한국 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역사학자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청년 세대가 가장 위기의 세대가 아닌가 싶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기업 중심으로 경제 시스템이 강화됐고, 4차 산업이 진행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었어요. 국가 간의 경쟁도 심화돼 반도체나 배터리 관련 산업이 자국으로 옮겨가는 실정입니다.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런 문제는 문제에 봉착한 주체들이 구조를 해결해야 합니다.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때라 생각합니다. 혐오나 소비주의로 일상을 낭비하는 데서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이 우리의 근대를 완성하는 세대가 되어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