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여자 중·고교를 폐쇄한 데 이어 여성의 대학 교육도 전면 금지하고 나섰다.
아프간 고등교육부는 21일(현지시각) 아프간 내 공·사립 대학에 서한을 보내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여학생의 수업 참여를 금지한다"라고 통보했다고 AP, BBC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최근 진행한 대학 입시에서 여성의 전공을 간호학, 문학 등으로 제한하고 공학, 경제학, 언론학 등은 선택하지 못하게 막은 데 이어 여성의 대학 교육을 아예 금지한 것이다.
"미래로 가는 유일한 다리 무너졌다"... 아프간 여성들 절규
서방 국가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작년 8월 아프간을 무력 장악한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는 조건 중 하나로 여성의 교육 권리를 내걸었다. 탈레반도 1기(1996~2001년) 정권 때와 달리 여성의 노동, 교육, 보건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탈레반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 중·고교에서 여학생의 등교가 금지됐고, 대학에서도 성별에 따라 교실과 출입구를 구분했다. 또한 여자 및 노인 교수만 여학생을 가르칠 수 있게 했다.
이 밖에도 여성의 신체 전부를 가리는 의상을 의무화했고, 남자 가족 없이는 공공장소 출입이나 여행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날 여성의 대학 교육 금지가 발표되자 한 아프간 여성은 "공부해서 훌륭한 언론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이제 불가능해졌다"라며 "다른 방법이 없다면 이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여성은 "나와 내 미래를 연결해줄 유일한 다리가 무너졌다"라며 "나는 공부를 통해서 내 미래를 바꾸고, 내 삶에 빛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었으나 탈레반이 파괴했다"라고 비판했다.
AP통신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위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으로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의 고립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엔 사무총장 "여성 교육 없이 국가 발전하기 어려워" 규탄
국제사회는 즉각 규탄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약속 위반이자 매우 괴로운 결정"이라며 "여성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교육 없이 국가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하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유엔은 아직 탈레반 정부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프간 정부 대표 의석을 탈레반에 정권을 내준 아슈라프 가니 전 대통령의 전임 정부에 할당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내고 "가장 강력한 용어로 이번 결정을 규탄한다"라며 "탈레반은 아프간 모든 사람의 권리를 존중하기 전까지는 국제사회의 합법적인 일원이 되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탈레반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어떤 나라도 인구의 절반을 억압하면서 번영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아프간 여성과 소녀의 교육 권리를 침해하는 부끄러운 결정"이라며 "탈레반은 아프간 국민, 특히 여성의 기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을 매일 분명히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