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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데미샘에서 발원하여 남해로 흐르는 223km 길이의 강이다. 이렇게 발원지를 중심으로 하천을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수계와 분수령(分水嶺)인 산맥(산)의 개념으로 설명하면 하천이 입체적으로 잘 파악된다.

섬진강은 백두대간(영취산-지리산 영신봉)과 낙남정맥(영신봉)이 동쪽을 에워싸고, 금남호남정맥(팔공산, 마이산)과 호남정맥(내장산, 무등산, 사자산, 백운산)이 북쪽, 서쪽과 남쪽을 에워싼 수계(水系)의 많은 하천이 모여 남해로 흐르는 강이다.
 
 섬진강 옥정호의 삼백 리가 넘는 둘레길은 계절에 따라 호수길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섬진강 옥정호의 삼백 리가 넘는 둘레길은 계절에 따라 호수길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 이완우
  강을 강이 되게 하는 지형 요소에서 강의 발원지는 충분조건일 뿐이고, 강을 흐르게 하며 분수령을 이루는 산맥(산)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 하천을 발원지보다는 수계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강의 생명력과 역사 문화적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섬진강 옥정호는 금남호남정맥(팔공산, 마이산), 호남정맥(오봉산, 내장산, 추월산)과 성수지맥(성수산)의 산맥(산)을 분수령(分水嶺)으로 이들 산맥(산)의 안쪽 유역을 수계로 한다.
 
 수계(水系)와 분수령(分水嶺)인 산맥과 산으로 설명하면 어떤 하천이 입체적으로 잘 파악된다.
수계(水系)와 분수령(分水嶺)인 산맥과 산으로 설명하면 어떤 하천이 입체적으로 잘 파악된다. ⓒ 이완우
 
강은 여러 지류의 하천이 모여서 큰 흐름을 이룬다. 옥정호는 섬진강의 상류인 운암강, 옥녀동천과 내장산에서 흘러온 추령천이 모여 형성되었다. 옥정호의 수계에는 정읍시 산내면의 대장금(大長今) 이야기, 순창군 쌍치면 추령천의 훈몽재(訓蒙齋) 유적지, 진안군 백운면의 돈적소(遁蹟所) 등 역사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

​"청산(青山)도 절노절노 녹수(綠水)라도 절노절노,
산(山) 절노절노 수(水) 절노절노 산수간(山木間)에 나도 절노절노,
그 중(中)에 절노 ᄌᆞ란 몸이 늙기도 절노절노 늙으리다."


이 시조는 조선 시대의 문신이며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金麟厚, 1510~1560)가 섬진강 상류 추령천의 훈몽재에서 읊었다고 한다. 이 시조는 섬진강의 자연스런 풍경과 정서에 잘 어울린다. 섬진강 옥정호에서 이러한 역사 문화적 자산을 누리면 섬진강 옥정호의 의미와 여운은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섬진강 옥정호에는 강과 산이 어우러진 멋진 풍광을 따라서 삼백 리가 넘는 둘레길이 이어져 계절에 따라 호수길의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옥정호를 한 바퀴 도는 삼백 리 둘레길은 임실군의 상운암과 하운암 구간이 87.1km이며, 정읍시의 추령천과 옥정호 구간이 40여km 된다.

옥정호의 상운암 지역은 구름바위길(12km), 외앗날길(10.5km), 태극물돌이동길(17.7km)과 운암역사길(조성 예정, 19.4km)로 되어 있다. 하운암 지역에는 물문화길(7.3km), 옥정호수길(14.6km)와 왕벚나무길(5.6km)이 있다. 정읍시 지역에는 대장금마실길, 구절초테마공원길과 산내면 호수 길이 40여km 이어진다.

옥정호의 남북 중간 지점을 건너고 있는 국도 27호선의 운암대교(雲巖大橋)는 상운암과 하운암 지역의 분계선(分界線)이 된다. 상운암의 구름바위길(자연산장-용운리) 구간은 운암대교, 조삼대, 양지흰바위, 음지흰바위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외앗날길(용운리- 잿말) 구간은 옥정호의 절경인 붕어섬과 출렁다리가 있다. 요산공원에서 양요정, 요산공원, 망향탑을 둘러볼 수 있다.

태극물돌이동길(국사봉 주차장-학암리) 구간은 국사봉에서 붕어섬을 조망할 수 있다. 운암면의 사양리의 영화배우 장진영 기념관과 월면리 물돌이동을 만나볼 수 있다. 가까운 신평면에 하가구석기, 진구사지 석등 등 의미 있는 문화 유적지가 있다. 운암역사길(운암대교-학암리) 구간 선거리의 삼요정(三樂亭)에는 3·1 독립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한 분인 박준승의 애국정신이 살아 있다.

옥정호의 하운암 지역은 문문화길(7.3km), 옥정호수길(14.6km)과 왕벚나무길(5.6km)로 조성되었다. 물문화길(운암대교-하운암 파출소) 구간에는 운암대교와 구(舊) 운암교가 나란히 놓여 있다. 물문화관에서 섬진강의 유래와 역사 문화를 찾아볼 수 있고, 호숫가 언덕에는 5월의 봄에 작약 꽃이 만개한다.

옥정호 하운암은 역사적 유물이 많이 수몰된 지역이다. 옥정호수길(하운암 파출소-섬진강댐) 구간에 분단의 역사를 기억하는 근대문화유산인 운암망루가 있다. 옥정호 수위가 많이 낮아지면 1928년에 완공되어 수몰된 운암제(雲巖堤)의 형체가 드러난다.

왕벚나무길(자라섬-자연산장) 구간은 가는정이 고개가 정읍시 산외면으로 연결된다. 이 고개는 선사 시대부터 서해안의 문물이 섬진강 유역으로 전파되는 통로였고, 가야나 신라의 동쪽 세력이 서해안으로 진출하는 통로였다. 왕벚나무가 개화하는 봄에는 드라이브하거나 걷기에 더 좋은 호수 길이 된다. 여유롭게 호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카페나 음식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외앗날길에서 호수길을 걸으면 국사봉이 마주 보인다.
외앗날길에서 호수길을 걸으면 국사봉이 마주 보인다. ⓒ 이완우
 
옥정호의 정읍시 지역은 대장금마실길(21km), 가을이면 들국화가 만발한 구절초테마공원길과 산내면 호수 길이 있다. 섬진강댐 아래의 섬진강은 시냇물 같은 여울을 형성하여 평온하게 흐르고 있다. 섬진강댐에서 3km 지점에 둑다리(잠수교)가 있어 수초 우거진 한가로운 정취를 느끼며 건너갈 수 있다.

정읍시 산내면 장금리의 대장금마실길은 관광 자원이 많다. 이곳은 한류(韓流)의 진원지가 된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의 고향이라고 알려진 지역이다. 장금이 요리와 의술에서 보인 능력은 이 지역의 역사 문화적 전통이 바탕이 되었다니 흥미롭다.

정읍시 산내면 구절초테마공원의 구절초 축제는 유명하다. 내장산 방향으로 이어진 추령천에는 조선 시대 선비들의 정신이 맑게 흐른다. 내장산 추령 기슭의 장승테마공원에서는 정겨운 장승 설화(說話)를 들을 수 있다. 산내 호수 길 지역에는 칠보발전소와 운암발전소로 도수로가 이어지는 취수구가 있으며, 호수 길 굽이굽이 숨겨 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운암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구름과 바위의 전설을 간직한 것으로 저 유명한 혼불의 넋을 남긴 작가는 운암이란 단어를 풀이할 적에 구름이 몸을 이루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몸을 풀면 구름이 된다 하였으니 참으로 유효적절 비단처럼 아름답고 곱기가 명주 같은 화사하기가 눈부신 배꽃 같은 표현이라. 여러 번 잘근잘근 곱씹어보고 눈여겨 다시 귀에 익도록 소리 내어 입술을 움직여도 역시나 절묘한 표현법이라.
-소설 <운암강> 김여화(2015년) 中-

 
 
섬진강은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구름 같다. 옥정호의 바탕을 이루는 운암강은 구름이 바위로 또는 바위가 구름으로 승화하여 삼백 리 곳곳에 절경을 이룬다. 섬진강은 호남 좌도의 판소리 가락같이 유장하게 흐른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된 강변에서 선사 시대의 호흡을 느낄 수 있고, 호반 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서 물길과 바람 따라 옥정호의 신비한 풍경과 만날 수 있다.
 
 옥정호수길에서 바라본다. 옥정호 수면 위로 안개가 자욱하여 평화롭다.
옥정호수길에서 바라본다. 옥정호 수면 위로 안개가 자욱하여 평화롭다. ⓒ 이완우
 
12월 하순에 섬진강댐과 대장금 마을을 둘러보고 붕어섬 출렁다리를 찾아가 보았다. 드라이브 길 위에서도 마음은 호숫가의 오솔길을 걷고 있었다. 섬진강 옥정호의 삼백 리 둘레길 구간은 자연과 역사 문화가 조화되어 교향곡처럼 장엄하다. 산의 숲과 호수를 좌우로 친구삼아 걸을 수 있는 옥정호 호수 길은 계절마다 들려줄 이야기를 한마당씩 준비하고 있다.

#옥정호 수계#옥정호 삼백 리 둘레길#옥정호 물안개길#옥정호 대장금 마실길#옥정호 추령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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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입니다. 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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