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권 법원이 아웅산 수치(77) 전 국가고문에게 7년형을 추가해 형량이 총 33년으로 늘었다.
AP통신,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30일 군정 법원은 수치 고문의 부패 혐의 5건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7년 형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문민정부 시절 재난예방 활동용 헬리콥터 구매 및 관리와 관련해 국가 재정에 손실을 끼친 혐의에 관한 것이었고, 이로써 군부가 19개 혐의로 기소한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은 18개월 걸쳐 끝났다.
쿠데타로 권력 잡은 군정, 수치 정계 복귀 막으려?
군정 법원은 수치 고민에 대한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변호인도 재판 결과를 말하지 못하도록 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에 의해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은 모두 끝났고, 남은 혐의는 없다"라며 "수치 고문은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작다"라고 전했다. 수치 고문은 현재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이다.
작년 2월 미얀마 군부는 수치 고문이 이끄는 집권당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둔 2020년 11월 총선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하고, 수치 고문을 비롯해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했다.
군정은 코로나19 방역 조치 위반, 무전기 불법 소지, 선거 조작, 부패, 선동 등 혐의로 수치 고문을 기소했다. 이는 내년에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한 군정이 수치 고문의 정계 복귀를 전면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으나 군정이 유혈 진압에 나섰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금까지 군부에 의해 민간인이 최소 2천685명 사망했고, 1만6천 명 넘게 체포됐다.
또한 130명 넘는 반군부 인사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지난 7월에는 4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다.
유엔 "폭력 종식하고 정치범 다 석방하라"... 묵살하는 군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1일 미얀마 군정에 즉각적인 폭력 종식과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치범을 모두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수치 고문에 대한 재판은 군정이 조작하고, 판결이 이미 결정된 것"이라며 "정치적 박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재판은 불가능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수치 고문의 나이를 고려하면 총 33년의 형량은 사실상 종신형과 다름 없다"라고 비판했다.
미얀마의 국민 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인 수치 고문은 군정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약 15년간 가택연금을 당했다. 1991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군정이 막을 내리자 NLD를 이끌고 문민정부를 열었으나 또다시 쿠데타로 축출당했다.
다만 재판이 모두 끝나면서 군정이 수치 고문과 협상을 하고, 거처를 옮길 가능성도 있다. 군정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8월 "수치의 재판이 모두 끝나면 그와 대화할 수 있고, 교도소에서 가택으로 거처를 옮겨줄 수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