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2시, 강원 서원주역사 안팎에 썰렁함이 감돌았다. 지난 해 초 문을 열어 1년이 지났지만, 역을 이용하는 승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 2시 38분발 청량리행 KTX 열차를 기다리는 손님 두 명만이 역내의 적막함을 깨웠다.
서원주역은 2012년 9월 25일 조성됐다. 지평역에서 서원주까지 복선전철이 개통되면서 중앙선 무배치 간이역으로 문을 열었다. 당시 역사는커녕 제대로 된 승차장도 없는 여객 취급이나 화물 취급도 하지 않은 신호장 수준에 불과한 역이었다.
이후 중앙선 개량사업으로 만종역까지 복선전철화가 완료된 뒤 2017년 말 강릉선 KTX가 개통하면서 역사 건립이 시작됐고, 서원주~제천 구간이 개통된 지난해 1월 5일부터 여객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서원주역은 KTX, 무궁화호를 운행한다. KTX는 주중 10회·주말 14회, 무궁화호는 주중 20회·주말 18회 정차한다.
터미널이 문을 열고 1년이 지났지만, 승객 수는 터무니없이 적다. 한국철도공사가 지난해 9월 박상혁 국회의원(김포을)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서원주역의 하루 평균 승하차 탑승객(2021년)은 주중 승차 62명·하차 59명에 불과했다. 주말에도 승차 96명·하차 99명으로 100명을 넘지 못했다.
인근 만종역이 주중 승차 1095명·하차 1036명(주말 1390명·하차 1351명)인 것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들은 서원주역 개발과 수도권 전철 연장을 호소하고 있다. 간현리 주민 정아무개씨는 "수도권 주민이 대거 이용하는 경의-중앙선을 서원주역까지 연결하면 이용객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결정만 하면 손쉽게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원주역 붐비려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나무위키'에 서원주역을 소개한 글에는 '경의~중앙선이 원주역까지, 경강선이 만종역이나 둔내역까지 개통되면 서원주역은 국내 최초로 수도권 밖에 있는 수도권 전철 환승역이 될 것'이라며 '향후 수서-광주선을 통해 강남 3구까지 이동하게 되면 서원주역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역사 주변 개발이 안 된 것도 여객수요가 낮은 원인 중 하나다. 서원주역의 배후 인구는 원주기업도시 3만 명, 문막읍 1만 8천명 등 5만 명 규모다. 여기에 연 100만 명에 달하는 간현관광지 방문객 수를 합치면 서원주역은 붐벼야 한다. 하지만 서원주역사 반경 1㎞ 이내에는 논밭이 전부다. 대규모 여객 수요처라 할 수 있는 원주기업도시와 문막읍 중심지를 연결하는 도로도 이용이 적은 왕복 2차선 도로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원주역보다 만종역을 이용하는 시민이 더 많다. 원주시는 서원주역사 주변을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기회발전특구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지만, 시가 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은 상태다.
한편, 원주역은 1940년 4월 1일 학성동에서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이마트 원주점 남쪽으로 이전하면서 지난해 1월 5일부터 무실동 시대를 열었다. 역사가 문을 연후 하루 평균 탑승객은 주중 승차 282명·하차 280명(2021년)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2년에도 주중 승차 370명·하차 362명을 나타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서원주·만종·원주역 모두 행선지가 서울, 강릉, 동해 방향으로 향하다 보니 승객 분산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남원주역세권 투자선도지구 조성사업도 완료되지 않아 이용인구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강천역이 신설(본보 2022년 12월 26일 1면 보도)되고 수도권 전철이 원주까지 연결되면 원주역 탑승객이 대폭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