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외모만 보고 너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장애를 입어 휠체어 탄 사람을 보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모습과 달랐을 때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편협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내 주변에는 이 같은 생각으로 손해(?)를 본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존재인데도 말이다. 소방관 경력 27년째인 김종의씨가 그다.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재능을 가진 사람
그를 만난건 15년전 실용음악학원에서 색소폰을 배우면서다. 색소폰 연주에 상당한 실력을 갖춰 음악봉사활동에도 열심인 그는 주변사람들과 항상 잘 어울리며 소방관역할에 충실했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함께 근무했던 직장 동료지만 직급이 아래인 사람의 평가를 들어야 진정한 모습을 알 수 있다. 대부분 직장인은 윗사람에게는 잘 보이려고 하면서도 아랫사람은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해서 2년전 여수 119안전센터에서 김종의씨와 함께 근무했었지만 작년에 순천 신대지구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는 박선우씨한테 김종의씨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았다.
"항상 유쾌하고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분이에요.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팀으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위험한 상황이 많은 소방관들한테는 단합된 힘이 주는 효과가 엄청 나죠."
새해벽두인 1월 4일, 여수지역뉴스에 사진과 함께 그에 관한 단신 뉴스가 떴다. 머리가 하나 없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누구처럼 가발이라도 쓰고 뉴스에 나오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랜만이라며 "차 한잔 하자"고 해 그를 만나 뉴스의 전말을 들었다.
새해 벽두인 1월 3일, 여수학동소방서에서 24시간 근무를 마친 그는 다음날 오전 10시 35분경 평소처럼 운동 삼아 선소대교를 건너가고 있었다. 소호동에 있는 집으로가기 위해서다. 그때였다. 한 여인이 "사람이 바다에 빠졌어요. 구해주세요!"라며 외치고 있었다.
"'아주머니 장도 인근 경비실에서 구명환을 가져오세요'라고 부탁한 후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익수자에게 말을 거니 대화가 가능했어요. 한 겨울이라 저체온증으로 힘들어할 것같아 계속 말을 걸던 중 구명환이 도착하자 구명환을 던져 익수자가 구명환을 잡고 밖으로 나왔죠. 익수자가 방파제 위로 올라오자 119구조대가 도착해 옷을 벗기고 담요를 씌운 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근무를 마치고 마음 놓고 퇴근하던 중 무방비상태에서 겪은 일이라 당황해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말한 그는 이태원사고 당시 현장에서 근무하던 소방관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안타까워했다.
여수소방서 현장지휘단 안전점검관인 그는 "이런 상황은 소방관들에게는 비일비재한 일입니다"라고 말하며 소방관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27년 동안 근무하면서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겪었지만 소방관들이 항상 겪을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상황은 건물 화재 진압 중 불타고 있던 건물이 붕괴될 위험에 처했을 때 대원들을 비상탈출 시키는 순간입니다."
팽팽해진 고무줄을 풀어주지 않으면 고무줄은 끊어져버린다. 소방관이란 직업은 긴장의 연속이다. 그는 매일매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비번일 때 색소폰을 불기도 하지만 때론 연극에 몰두하기도 한다. 그는 대한민국 소방청 중앙소방악대 소속으로 공연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가 작년에 출연한 연극 제목은 <침묵>으로 여순사건특별법이 통과된 것을 기념해 여수 예울마루에서 공연했다. 김종의씨가 맡은 역은 일제 악덕순사이다. 연출자가 그의 외모를 보고 맡긴 역할이지만 관객들이 행여 그의 비단같은 속마음을 모른채 악역 이미지만 보고 그를 평가할까 염려된다.
그의 머리스타일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 년전 직장선배와 공식석상에 함께 참여하는 자리에 동석했는데 초대해준 분들이 선배한테 인사하는 게 아니라 김종의씨한테 인사를 했다. 선배는 머리숱이 많고 젊게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싶어
요즈음 또 다른 재미에 빠져있는 김종의. 그는 색소폰 공연을 함께하는 친구 김두혁씨의 권유로 시작한 연극의 매력에 빠져 6편에 출연했다. 김두혁씨에게 "왜 하필 악역만 맡기느냐?"고 묻자, "분장이 필요없습니다"라며 껄껄 웃은 그는 "모자를 안 쓰려고 해요"라며 웃었다. "연극공연 중 악역을 맡아 애로사항은 없느냐?"고 묻자 답변이 돌아왔다.
"악역은 항상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야하는 데 몰입하다보면 너무 큰소리를 질러 목이 쉬어 3일정도 고생합니다."
몇 년 전 있었던 광주전남 직장청렴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상금을 타기도 한 그는 청렴순회공연을 다니기도 했다. "인생관이 무엇인가?"를 묻자 "인생관이랄게 있습니까?"라고 대답한 그가 말을 이었다.
"직장에서는 선배한테 신임 받고 후배한테는 존경받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주위사람들과 어울려 항시 웃으면서 즐겁게 사는 것이 모토입니다. 덧붙인다면 다른 사람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