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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편집자말]
누군가 나에게 성실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다. 타인이 보는 나의 성실함은 글쓰기, 독서, 운동이다. 하지만, 다른 것들에는 몹시 게으른 사람이다. 새해 결심으로 매번 영어공부를 올려놓지만 늘 실패하는 항목이고, 청소와 정리정돈에도 몹시 게으르다. 올해는 미니멀리즘을 실현해보자며 결심만 하고 지키지 못한 것이 몇 해째인지 모르겠다.

사람은 모든 것에 성실할 수 없다. 시간은 유한하고 잡고 싶어도 쉴 새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억지로 만든 성실함은 오래가기 힘들다. 그 성실함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고통을 이겨내고 성실함을 유지한다고 한들 성취감보다는 이제 끝나서 후련하다는 마음이 더 크지 않을까? 

내가 꾸준히 하는 것들
 
 새해 새 다이어리에는 늘 흔한결심으로 시작한다.
새해 새 다이어리에는 늘 흔한결심으로 시작한다. ⓒ Pexels, 출처 Pixabay
 
글쓰기, 독서,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것을 아이들의 모습에서 찾았다. 아이들은 재미있으면 그만 두라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하라고 하는 건 오래 가지 못한다.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 아닐까? '해야 한다'라는 마음보다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되면 하지 말라고 해도 하게 된다. 재미가 있다면 말이다.

재미라는 느낌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처음엔 재미있지만, 나중엔 싫증날 수도 있고,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쭉 재미있는 일은 매우 드물지 않을까?

글쓰기와 독서를 몹시 좋아하지만 가끔은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도 있고, 독서보다 넷플릭스 드라마가 훨씬 재미있을 때도 많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읽고 쓰는 이유는 그것들이 주는 자기효용감이 다른 것들로 대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은 조금 달랐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갈수록 재미를 느끼는 종목이었다. 체중 증가와 함께 나이에 떠밀려 생존운동을 한 것이 계기였다. 1년이 넘은 지금은 하루라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얼른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이다. 나는 운동에서도 재미를 찾게 되었다. 그럼 어떤 재미가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운동하는 재미란 나의 변화를 즐기는 것에 있었다. 운동 후 과하지 않은 근육통증도 좋았다. 

나도 물론 꾀를 부리고 싶은 날이 있다. '오늘만 쉴까?', '저녁에 집에서 그냥 홈트 할까?'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몸도 찌뿌둥하고 비가오거나 눈이 오면 그냥 집에 있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를 쉬면 이틀을 쉬고 싶고, 그러다 일주일을 쉬게 된다는 것을 안다. 몸이란 녀석은 편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홈트를 하겠다고 결심하지만, 결심만으로 그칠 것이 뻔하다. 그럴 때는 생각을 좀 가볍게 한다. 

'가서 딱 30분만 걷고 오자.' 

하지만, 그렇게 가서 30분만 걷고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결심을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지, 실행에 옮기고 나면 조금 더 할 수 있는 힘이 나곤 했다. 헬스장에 가면 온통 운동하는 사람들뿐이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기운을 좀 더 얻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30분만 하고 오자라는 결심은 근력운동과 유산소운동을 포함해 1시간으로 늘어나는 마법을 보였다. 

꾀를 부리고 싶은 날에는
 
 운동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계속 하게 된다.
운동의 재미를 느끼는 순간, 계속 하게 된다. ⓒ elements.envato
 
그런 마법을 하루, 이틀 즐기다보면 어느 새 내 몸이 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스스로 결심을 지켜나가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운동 인증을 올렸었다. 매일 사진 찍을 때는 잘 몰랐는데, 몇 달치를 모아놓고 보니 내 바디 라인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인바디 수치도 달라져 있었다. 체중감량의 대부분은 체지방량이었고, 내장지방 레벨도 조금씩 내려갔다. 그걸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매일 조금씩 성실함을 쌓고, 정직하게 달라지는 몸을 보는 것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그 덕분에 운동하기 위해 나서는 현관문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또 하나의 큰 재미는 생각의 변화다. 나는 감정기복의 변화가 큰 사람이다. 글이 잘 안 써질 때, 매출이 떨어질 때, 타인과의 관계에서 종종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경험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런 우울감이 운동을 하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지곤 했다. '오늘은 매출이 떨어졌지만 내일은 알 수 없는 거잖아?'라는 생각도 들고, 운동에 집중하는 동안 스스로 문답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기도 했다. 

'포기하지 말자!'
'뭘?'
'무엇이라도!'


결국 나는 다시 살아가는 용기를 얻고, 헬스장을 나선다. 어려운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르게 마음먹으면서 살아갈 힘을 조금 더 얻는다고나 할까. 운동의 재미는 바로 이런 것에 있었다.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아 가볍다고 생각하지만, 의지를 내지 않으면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1킬로그램의 덤벨보다 더 무거운 것이 마음 아닐까? 그럴 때는 몸을 조금 움직이는 것이 낫다는 걸 배웠다.

책상에 앉아서 억지로 애쓰기보다 몸을 움직이다보면 긍정적인 의지가 살아나니까. 아직도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그러니 오늘도 살아내자라는 다짐, 오늘은 힘들지만 내일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상상, 이 모든 것들이 운동하면서 깨달은 재미다. 

언젠가 트레이너에게 물은 적이 있다.

"언제까지 운동해야 할까요?"
"평생이요."


우문현답이었다. 나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한 평생 운동하겠다고 다짐한다. 이토록 재미있는 운동이라니, 멈출 수 없지 않은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바쁘게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새 40대. 무너진 몸과 마음을 부여잡고 살기 위해 운동에 나선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엄마의심신단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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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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