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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겨울인데도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과 집에서 가만히 있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해외여행은 아니어도 방학기간 어디 한 번은 다녀와야 하는데,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로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있다. 철의 도시로 대표되는 포항이다.
 
 포항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귀비고 전시관 모습
포항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귀비고 전시관 모습 ⓒ 한정환
   
포항에는 삼국유사 속의 설화를 바탕으로 꾸며진 테마공원이 있다. 영일만 바닷가 산자락을 깎아 조성한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접근성도 좋다. 구룡포로 가는 동해안로를 따라가다가, 호미로로 빠져 조금만 가면 좌측에 위치해 있다. 가는 길목에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이곳을 찾아보았다.

삼국유사 숨결이 흐르는 테마공원

주말이라 그런지 넓은 주차장에는 차량들로 빼곡하다. 주차요원의 안내를 받아 주차장 한편에 주차하고, 테마공원 출발점인 연오랑뜰 광장으로 올라갔다. 테마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병풍처럼 길게 펼쳐진 타일로 만든 벽화를 만난다.

벽화에는 해와 달이 이 세상에 있게 된 내력을 밝히는 일월 신화와 연오랑세오녀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소개해 놓았다. 만화 형식으로 그림과 글로 재미있게 적어 놓아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었다.

포항의 대표 역사자원인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해맞이 고장 포항 영일만을 배경으로 엮은 이야기로 <삼국유사> 권 1 기이편에 기록돼 있다. 신라 제8대 아달라왕 4년(157년)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세오녀 부부가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세오녀가 짜서 보내온 비단을 보관했던 보관함 모습
세오녀가 짜서 보내온 비단을 보관했던 보관함 모습 ⓒ 한정환
   
이에 신라왕이 일본에 사자(使者)를 보내 연오랑세오녀에게 신라로 돌아와 줄 것을 부탁하였으나, 이미 왕이 되어 수많은 백성을 거느리게 된 연오랑세오녀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대신 세오녀가 짠 비단을 받아와, 하늘에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이 되살아났다. 비단을 보관하던 창고를 '귀비고'라고 하고, 하늘에 제사 지내는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벽화를 지나면 언덕 위에 하늘에 떠 있는 둥근 해와 달 모양의 전시관이 보인다. 이 전시관 건물 이름이 '귀비고'이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는 길 왼쪽에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교류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전통 한국정원을 재현한 한국뜰이 있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두꺼운 철판에 레이저로 커팅하고, 열처리를 통해 원통으로 만든 조형물 모습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두꺼운 철판에 레이저로 커팅하고, 열처리를 통해 원통으로 만든 조형물 모습 ⓒ 한정환
 
한국뜰 바로 위에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두꺼운 철판에 레이저로 커팅하고, 열처리를 통해 원통으로 만든 조형물이 세워져 있어 이용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오른쪽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인 지석묘가 놓여있고, 바로 옆에는 일본뜰과 인공폭포, 해초뜰이 있다. 아래에는 영일만의 멋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일월대가 보이고, 귀비고 건물 옆 신라뜰에는 연오랑세오녀가 타고 일본으로 갔다는 쌍거북 바위가 놓여있다.
  
 연오랑세오녀가 타고 일본으로 갔다는 쌍거북 바위 모습
연오랑세오녀가 타고 일본으로 갔다는 쌍거북 바위 모습 ⓒ 한정환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과 전시공간 귀비고

전시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890㎡ 규모로 전시실, 영상관, 라운지, 옥상정원 등 복합적인 시설들로 이루어져 있다. 애니메이션, VR 체험, 미디어 체험 등 다양한 기법으로 연오랑세오녀를 만난다. 귀비고는 전시와 체험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된 관람객 중심의 전시관이다.

1층 전시관에 고대 제천의식의 모습을 재현한 '일월에 전하는 마음'도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곳 중 하나이다. 미디어 테이블에 도기를 올리고, 메시지 창에 소원을 작성하는 곳이다. '학교 가서 공부 1등 하게 해주세요', '가만히 있어도 돈이 숭숭 들어오게 해주세요' 등 재미있는 소원도 화면상에 올라와 있다.
  
 포항 귀비고 전시관 내 하늘에 염원을 비는 제천의식을 간접 체험하는 공간 모습
포항 귀비고 전시관 내 하늘에 염원을 비는 제천의식을 간접 체험하는 공간 모습 ⓒ 한정환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로비 중앙에 검은 대리석 2개가 놓여있다. 전시품인 줄 알고 대부분 그냥 스쳐 지나간다. 검은 대리석은 연오랑세오녀가 일본으로 갈 때 타고 간 바위를 연상시킨다. 대리석 위에 누워 바닷속을 유영하며 곡옥, 동검, 동경(거울) 3가지 보물을 찾는 체험공간이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삼종신기'라고 부른다.
 
 누워서 바닷속 3가지 보물을 찾는 포항 귀비고 '삼종신기' 모습
누워서 바닷속 3가지 보물을 찾는 포항 귀비고 '삼종신기' 모습 ⓒ 한정환
   
지하에는 또 하나의 볼거리가 있다. 스틸아트페스티벌 10주년 기념작으로 만든 '태양의 노래'이다. 귀비고 관람 중 가장 특이하고 눈길을 끌었던 작품이다. 제법 큰 전시실에 새가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태양의 노래' 작품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태양의 노래'는 연오랑세오녀의 일월 신화와 불을 다루는 도시인 포항 그리고 인간이 아는 가장 큰 불인 태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무한한 창조와 비상의 상징이며 33쌍의 날개를 유기적으로 연동시켜 변화하는 파도와 일렁이는 태양의 모습을 연출한다. 미래를 향한 포항의 새로운 도약을 표현한 작품이다.
  
 포항 귀비고 관람 중 가장 특이하고 눈길을 끌었던 최우람 작가의 작품 '태양의 노래' 모습
포항 귀비고 관람 중 가장 특이하고 눈길을 끌었던 최우람 작가의 작품 '태양의 노래' 모습 ⓒ 한정환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 정각 7분간 날개를 움직인다. 작품의 색상은 노란 비단을 연상시키며, 전기 작동이 아닌 자체 내장된 배터리로 움직이고, 수명은 10년이라고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구 감소를 방지하고, 지속적인 인구 증가를 위해 개체 수가 많은 잠자리를 형상화했다고 한다.

포항 영일만의 작은 민속촌 신라마을

전시관을 나오면 귀비고 건물 서쪽에 신라마을이 보인다. 평화로운 신라시대 바닷가 마을을 재현해 놓았다. 바닷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바로 옆에 현대식 귀비고 건물이 있어, 고대와 현대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이다.

집 앞에 도기야댁, 영일댁, 연오세오댁, 초정 등 정감 어린 이름을 붙여 친근감을 더한다. 옛날 신라시대 대장간의 모습도 재현해 놓아 눈길을 끈다. 바로 앞 시원한 바다가 훤히 보이는 도기야댁과 초정은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인기 있는 사진 포인트이다.
  
 시원한 바다가 훤히 보이는 포항 귀비고 신라마을 도기야댁 인기 사진 포인트 모습
시원한 바다가 훤히 보이는 포항 귀비고 신라마을 도기야댁 인기 사진 포인트 모습 ⓒ 한정환
 
신라마을 위에 철예술뜰이 보인다. 철과 관련된 다양한 예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철을 이용해 고려청자 형상을 재현해 놓은 모습이 예술이다. 신라마을 아래 해안테크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연오랑이 거북바위를 타고 동쪽 일본 섬나라로 떠난 곳이 나온다. 테마공원답게 가는 곳마다 스토리텔링하여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미세먼지가 많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포항 영일만 노을 모습.
미세먼지가 많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포항 영일만 노을 모습. ⓒ 한정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일몰 명소로도 유명하다. 붉은 노을이 장관을 이루는 서해까지 갈 필요가 없다. 날씨가 좋은 날은 붉게 물든 노을을 동해 영일만에서 볼 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언덕 위에 위치하고, 공원 산책길이 잘 꾸며져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좋다.
  
 포항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조망이 일품인 일월대 모습
포항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조망이 일품인 일월대 모습 ⓒ 한정환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바닷가에 2층 한옥 형태의 큰 정자가 있는데 일월대이다. 영일만의 환상적인 노을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탁 트인 바다 풍경과 근대화의 상징 포스코, 포항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일월대에 올라서니 응원가로 즐겨 불렸던 '영일만 친구' 노래가 생각나는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이다.

* 찾아가는 길
 

- 주소 :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로 3012(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 주차료 및 입장료 : 없음
- 귀비고 관람시간 : 오전 10시 - 오후 6시(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당일
- 주변 관광지 : 해맞이광장,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스페이스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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