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일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세계 여러 선진적 자전거도시에 대해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설파해온 편이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혹시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되는 변화를 알아요? 안 이달고라는 지도자(Anne Hidalgo, 파리 시장)를 중심으로 세계가 주의 깊게 살펴보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녀가 위대한 이유는, 자신이 꾀하고자 하는 변화와 혁신의 내용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 이게 보통의 경우와 달리 시민들과의 유기적 소통과정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들은) '파리에는 이제 자동차로 들어올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합니다. '13만 개에 달하는 도로변 자동차 주차장 중 6만 개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 도로로 바꾸는 계획'을 재선에서의 핵심공약으로 내걸었고, 그럼에도 당선됐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번 가을에는 팀을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하는 진지한 이야기로 번진 것이 2022년 여름이었다. 이는 2022년 11월 출발을 목표로 구체화되기 시작했으나, 여러 사정상 오는 2월로 연기됐다.
핵심은, 해외에 가고 싶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원정대, 즉 팀을 꾸려보자는 것이었다. 기금이나 예산을 받아서 할 게 아니라 자비를 내고서라도 정말 가보고자 하는 사람들로 팀을 꾸리는 것이 제일 떳떳하고 중요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런 생각은 "우리가 가는 김에 같이 다녀오면 좋을 사람들도 많잖아요. 진지하게 우리 도시의 변화를 갈구하는 제도권 사람들도 있을 거고, 잘 다듬어진 생각은 돌아와 우리 도시계획에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이어졌다.
논의는 계속됐다. 이는 "이런 시도는 도시계획의 범위를 넘어 국가적 아젠다(의제)로써도 다뤄질 필요가 있다. 말뿐인 기후위기 시대에 대한 대처, 나아가 탄소중립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하는 '자전거'를, 국회와 같은 공간에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여러 준비 끝에 꾸려진 원정대
결국 막연한 꿈은 현실이 되었다. 공감을 이룬 전주지역 시도의회 의원 6명과 애초 이를 제안한 민간의 3명, 그리고 전주와 광주 지역구의 국회의원 2명, 뒤늦게 합류한 광주팀의 3명까지 총 14명의 원정대가 모이게 된 것이다.
여기서 하나 더 고민은, 팀의 구성이었다. 기존에 하는 것처럼 시의회 상임위원회 연수단, 국회의원끼리의 선진지 시찰 형태보다 보다 다양한 시각이 하나로 팀을 이뤄 입체적으로 다뤄보는 '팀의 구성이 훨씬 공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우리는 애초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국회사무처의 판단과는 또 다른 것이었다. 의견 차이를 끝내 좁히지는 못했기에, 결국 오해의 여지가 있는 부분은 최대한 줄인 뒤 가기로 했다. 이번에 함께 하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자비로 충당하고 시도의회 의원 중에도 공무연수로 할지 자비로 갈지는 각자 의회에서의 결정에 맡기기로 한 것이다.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우리는 오는 2월 23일 파리를 향해 떠난다. 이후 파리(프랑스), 위트레흐트, 하우턴, 암스테르담(네덜란드), 뮌스터(독일)를 차례로 지날 예정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통해 한국 인천으로 돌아오는 이 원정은, 총 8박 10일의 여정이다.
자전거 여행 코스를 짜면서 확인한 사실... 원정대가 보고싶은 것들
원정대는 우선 파리시청 등을 비롯한 관공서를 방문하려 한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었을 것임에도, 끝내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낸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보고자 한다. 또한 이 변화의 과정에 기여한 시민들의 참여와 역할에 주목하고, 그들의 교훈과 우리의 다짐을 담아 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
그들이 이루어낸 혁신 속의 분명한 성과, 그리고 우리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성공, 둘 사이의 간극은 왜 존재할까? 중요한 건 이 도시들을 실제로 자전거로 돌아본다는 거다. 얼마나 멋진 자전거 도로를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는 대신, 그들이 성공적으로 해낸 혁신과 우리가 노력했으나 이뤄내지는 못한 현실 사이의 차이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중심으로 들여다보려 한다.
이를 위해 파리 에펠탑, 개선문, 바스티유광장, 퐁네프다리, 센느강 등등을 거치는 자전거 여행 코스를 짜면서 확인한 게 있다. 바로 파리시내 전역에서 전면적인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일례로 일정대로 진행이 된다면, 원정대는 오는 2월 25일 오전 어느 시각(현지), 우리는 베흑시가 185번지 버스정류장을 통과하게 된다. 예측이 맞다면, 이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려는 승객과 자전거 도로를 주행하는 자전거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파리시 홈페이지의 소개글에는, '세바스토폴 대로에는 2021년 6월 9일 하루 동안 1만 7200대 자전거가 통행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들로 붐비는 도로 중 하나'라고 쓰여 있다. 이처럼 파리시에서 자전거 통행이 많을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둔 성과들을, 원정대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 도시들의 변화와 혁신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다. 야구장을 찾아 직접 관람하는 것보다 TV중계를 통해 살펴보는 것이 때로는 훨씬 더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꼭 가진 않아도 구글 스트리트뷰 등을 통해 살펴보면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연도별로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럼에도 왜 현장에 가야 하느냐 묻는 질문들에는 뭐라고 답할 수 있을까.
우리 원정대 안에서 강조되는 문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북 전주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들을 해외까지 가서 물어보는 일은 하지 말자'. '무엇을 물을지에 관해 충분히 사전에 탐색하고 공부한 뒤에 가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그들은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고 우리는 왜 번번이 실패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이번 여정을 떠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3 유럽 자전거 원정대'라는 제목의 연재 기획기사를 쓰는 필자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이자 제안자, 그리고 원정대의 일원으로 함께하게 된다. 이 기사는 그 첫 번째로, 원정대가 마련된 기획 의도를 정리한 내용을 담았다. 이후 원정대 출발 이전에 1~2회, 원정 일정 중 현지통신 1~2회, 그리고 원정이 끝난 후 정리된 형태의 시리즈 기사를 써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