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집권 다수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보수우익단체의 청구를 받아들여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인권조례를 박멸하려는 잘못된 시도는 올바르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조 교육감은 26일 오후 2시, 학생인권조례 선포 11주년 기념 제8회 학생인권의 날 기념행사 인사말에서 "2012년 1월 26일에 공포된 학생인권조례는 그동안 권위주의 학교에서 민주적 학교로, 인권이 존중되는 학교로 바뀌는 데 기여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조 교육감은 '서울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과 관련, "이것은 거대한 역전"이라면서 "우리 사회 전반의 퇴행 흐름 속에서 학생인권 폐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조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는 비난은 잘못된 선전선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생인권도 철저히 보장되어야 하고 교권과 생활지도권도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잘못된 인과관계를 설정하고 인권조례를 박멸하려는 시도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명화 서울 학생인권위원장도 축사에서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위기 상황이지만,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철저하게 막아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학생인권을 잘 지켜내서 인권의 품안에서 학생들이 끼와 꿈을 발산할 수 있도록 우리가 꺾이지 말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세계사적인 오명될 것"
이날 기념행사 직전인 오후 1시부터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는 서울지역 진보와 중도 성향 251개 단체가 모인 서울학생인권조례 지키기 공대위 출범식이 중고교생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지난해 보수·우익 성향의 단체들이 6만4000여 명의 서울시민 서명을 받아 서울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 폐지 청구안을 내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학생인권 침해를 구제할 수 있는 기구들이 없어지고 용의복장규제 등 부당한 학칙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면서 "조례를 지키기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유엔 인권기구와 세계적인 인권단체에도 조례 지키기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허아무개 고등학생은 "인권조례가 잘못됐다면 고치면 될 일이지, 왜 이를 정쟁으로 만들어서 없애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바로잡기위원장도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된다면, 이것은 세계사적인 오명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