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7일 이른바 '난방비 폭탄'이 전임 정부 잘못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남의 탓하고 비판이나 하려면 뭣 하러 정권을 잡았습니까"라고 맹비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SNS에 올린 '공직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을 때 이전 정권 탓, 과거 탓을 하기는 쉽다"며 "하지만 결국 민생 해결은 안 되고 서로 남 탓하며 싸우는 길로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4년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금 벌어진 일, 정책당국자가 책임져야"
김동연 지사는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이전 정부를 탓하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며 "그러나 정책은 흐름이다. 공직자 임기에 맞춰 4년, 5년 끊어서 국민의 삶을 챙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정부는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이 안심할 수 있고, 그래야 모두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특히 자신이 경제부총리였던 지난 2018년 8월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참석해 했던 발언 영상도 함께 게재했다.
[영상 보기 : 공직자는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수혁 의원이 "과거 9년 보수 정부의 실패한 경제 정책 중 현재의 경제위기를 야기한 정책은 무엇이었냐"고 묻자, 김 지사는 "과거에 어떤 것이 됐든,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정책을 맡고 있는 저희가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부여당 "난방비 폭등은 문재인 정부 잘못"
앞서 난방비 폭등으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윤석열 대통령 등 여권은 일제히 전임 문재인 정부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JTBC는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난방비 폭등과 관련해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여당 인사들도 윤 대통령 발언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쏟아냈다"고 보도했다.
실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이 그대로 뒤집어쓰는 셈"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최대 10배 이상 LNG 가격이 상승해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 사이 주택용 가스요금이 미국 218%, 영국 318%, 독일 292% 상승했는데 우리나라는 38.5% 인상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그것도 선거 끝난 후에 겨우 12%를 인상했다"며 "10배 이상 원가가 올랐는데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바람에, 우리가 가스를 산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 차액이 무려 9조 원이나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윤석열 정부 때 가장 크게 폭등... 전 정부 책임론은 부적절"
하지만 에너지 정책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크게 폭등한 시점이 윤석열 정부 때임을 감안하면, 난방비 폭등 책임을 이전 정부에 돌리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25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도시가스요금 인상을 억제한 건 맞지만 국제 LNG 가격이 가장 폭등한 건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3분기였다"면서 "도입 비용이 가장 폭등했을 때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를 탓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도 26일 "(문재인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한 것처럼) 윤석열 정부도 지금 요금을 올려야 하는데도 겨울철을 피해서 올린다고 하고 있지 않나"라면서 "현 정부 들어설 때부터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를 거라고 예상됐고 외국에서는 이미 에너지 지원금으로 국민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없던 일이 벌어진 것처럼 여당에서 이전 정부를 탓할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